허먼 멜빌 - 선원, 빌리 버드 외 6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7
허먼 멜빌 지음, 김훈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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〇 허먼 멜빌, 「선원, 빌리버드」 외 6편,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17, 2015

 

「바틀비」를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 스트리트에서 일어난 당대의 비극을 넘어서는 참신한 의미로 다가온다. 필경사 바틀비는 근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투사도 아니요, 자본주의에 의해 좌절한 잉여 인간이 아니다. 내게는 바틀비는 인간에 의해 발명되어 인간적 필요에 의해 사용되다가 버려진 인공지능 기계처럼 느껴졌다. 소설 속 화자는 끊임없이 바틀비를 옹호하고 해고를 유예하다가 결국 도피해 버리는데, 이는 쓸모를 다한 기계를 방치하고 폐기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

 

또다른 중편 「베니토 세레노」는 중간에 세세히 묘사하는 선상의 상황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마지막 반전을 알고 나면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가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유작 「선원, 빌리버드」에서는 수병 ‘빌리’를 절대적 순수의 존재, 실정법 이전의 자연법에 의해 지배되는 태초의 존재로 그려내고, 마침내 십자가의 못 박히는 예술의 심상으로까지 나아가는 서사가 볼 만하다.

 

전체적으로 문명 비판,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적 관점, 기독교에 대한 비판 의식들은 단편, 중편의 기저에 존재하는 흐름이다.

 

 

「바틀비」

- 나는 그런 자세로 앉아서 그를 부른 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빠르게 말했다. 양이 얼마 되지 않는 서류를 나와 함께 대조하는 작업을 하자고. 한데 바틀비가 자신의 은신처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이상하리만치 상냥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얼마나 섬뜩했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22쪽

 

- 소문은 이러하다. 바틀비는 워싱턴의 배달불능 우편물 취급부서의 하급 직원으로 일하다가 운영 방침이 바뀌면서 갑자기 해고당했다. (···) 배달할 수 없는 죽은 편지들dead letter! 그 말은 마치 죽은 사람들이라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가? 선천적으로, 그리고 불은으로 무력한 절망 상태에 빠지기 쉬운 사람을 떠오려 볼 때, 끊임없이 그런 죽은 편지들을 취급하고, 그것들을 분류해서 불태우는 일보다도 더 그런 절망감을 부채질할 만한 일이 달리 또 어디 있겠는가? (···) 아, 바틀비여! 아, 인류여!

 

「꼬끼오! 혹은 고귀한 수탉 베네벤타노의 노래」

 

「베니토 세레노」

- 에머사 댈러노: 배철러스딜라이트호 선장

- 돈 베니토 : 스페인 선장

 

- 델러노 선장은 산도미니크호를 올려다보면서 이제는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 상태에서 흑인들을 제대로 봤다. 그들은 무질서하게 행동하고 할 일 없이 소동을 버링고 미친 듯이 돈 베니토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가면이 벗겨지고 보니 그들은 손도끼와 칼을 휘두르면서 난폭하게 반란을 일으킨 해적 같은 자들이었다. 델러노 선장은 그 사실을 깨닫고는 바보의 두 손을 결박했다. 여섯 명의 아샨티들은 광란에 빠진 더비시들처럼 갑판 위에서 춤을 췄다. 적들이 방해하는 바람에 바다로 뛰어들지 못한 스페인 소년들이 가장 높은 활대들 위로 황급히 기어올라 가고, 동작이 재빠르지 못해서 세 명의 스페인 선원들처럼 바다에 뛰어들지 못한 백인 선원들이 속절없이 갑판 위에서 흑인들과 뒤섞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206쪽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

 

「피뢰침 판매인」

 

「사과나무 탁자 혹은 진기한 유령 출몰 현상」

 

「선원, 빌리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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