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필립 한든 지음, 김철호 옮김 / 김영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필립 한든, 자유로운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김영사, 2018



꿈의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잠이라는 깊고 넓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많을 것이다. 부연하면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내 잠 속에서 침잠해 버린 꿈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불가능인줄 알면서도 벼랑 끝에 매달려 열 손가락 끝으로 버티며 나는 기억해 볼 참이다.



2018. 1. 18. 금요일 한 주의 피로가 쌓였는지 초저녁부터 피곤했다. 밤 10시 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오전 1시 경에 잠에서 깼다. 나는 꿈을 꾸었다. 1996년 내가 중학교 3학년 시절 창원시에서 주최한 축구대회에 나가 우승했을 때였다. 그 대회에서 나는 중앙 수비수로 뛰면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는데, 결승에서 우리 팀은 ‘박정록’이라는 친구가 하프라인 부근부터 터치라인을 따라 공을 드리블해 수비수를 제치고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흔든 결승골에 힘입어 이겼었다. 나는 당연히 정록이가 최우수 선수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상은 내게 주어졌다. 그때의 미안함이 여태 남아 그 당시가 꿈에 재현된 것일까. 정록이와는 아주 친하다고 할 수 없는 사이였고, 우리는 연습이 끝나고 학교 근처의 슈퍼에서 팥빙수 아이스크림에 우유를 쏟아 넣으며 함께 얼음을 씹어 먹는 정도의 친분이었다.



꿈은 준비한다고 대비할 수 없고, 준비하지 않는다고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여행이다. 나는 그저 꿈속에서 꿈을 겪어내고 지나쳐 기억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자유롭다. 꿈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나의 소지품 목록은 빈손과 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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