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의 대화 - 나의 스승, 지지
박경옥 지음 / 지식과감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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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내게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대화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동물들과 에너지를 교감하며 나 자신의 내면을 확장해 가는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나의 반려묘, '지지'가 있었다.

지지가 건네는 말들은 늘 짧았지만, 그 울림은 깊었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게 나의 고정관념을 흔들었다.

p.9

어느 날, 창가에 붙어 있는 지지에게 문득 물었다.

"지지야, 창밖은 왜 그렇게 보고 있어?"

"산책."

아!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무릎을 쳤다. 창밖을 바라보는 행동이 고양이들에게는 바로 '산책'이었던 것이다.

p.25

지지는 우리 앞에 펼쳐진 상황이 곧 '안내'이며 그저 흐름에 맡기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바라는 목적지가 아니라, 이미 펼쳐진 예기치 못한 상황 자체가 가장 완벽한 길이라는 의미였다.

"그럼, 경희가 이 상황에서 찾아야 할 게 있을까?"

"주어질 때."

이번에도 지지는 내 조급함을 단칼에 잘라냈다. 정답을 미리 손에 쥐고 안심하려는 것 역시 삶을 통제하려는 나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p.75

문득, 걷는 산책에서 보는 산책으로 바뀐 이유가 궁금해져 물었다.

"지지, 예전엔 걷는 거 좋아했잖아? 요즘엔 왜 안 걸어?"

"할 만큼 했어."

p.100

"지지야, 이렇게 다시 돌아보니 그때 왜 이런 일들이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돼."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야."

p.192

박경옥, <고양이와의 대화 -나의 스승, 지지> 中

+) 이 책의 저자는 명상을 통해 내면의 에너지를 관리해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반려묘와 에너지를 나누고 교감하는 능력이 생겼음을 느낀다.

그로부터 반려묘인 '지지'가 건네는 짧은 말들에 공감하고 이해하며 자신이 보지 못하는 인생의 방향성을 지지로부터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반려묘와 교감한 이야기를 기록하며 그때마다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써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으로 반려묘와 대화하는 저자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저자만의 솔직한 감성 일기로 생각하고 귀여운 반려묘와의 대화로 받아들이면 편하게 볼 수 있다.

고양이 지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말들을 들으며 귀엽게 지켜보다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듯한 답변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해하기도 했다.

반려묘와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신기하고 따뜻한 경험담이 가득한 에세이집으로 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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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흐름의 기술 - 힘든 감정을 흘려보내고 마음의 주인으로 사는 법
마가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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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넘어지는 자 땅을 짚고 일어난다"는 불교의 오랜 지혜입니다. 땅 때문에 넘어졌으면, 다시 땅 덕분에 일어설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근육이 통증을 통해 성장하듯, 마음도 실패의 고통을 통해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실패의 자리는 겸손의 학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자리를 견디며 숨을 세다 보면, 마음이 비워지고 나를 다시 보게 되니까요.

8~9%

"모든 인연은 잠시 스치는 것 같지만, 그 스침 속에서 무수한 깨달음의 씨앗이 자란다." 인연이 오래 남는다고 해서 깊은 것도 아니고, 짧다고 해서 가벼운 것도 아닙니다.

우연한 만남이 내 인생의 문을 두드릴 때 그 문을 닫지 마십시오. 그 만남이 당신의 고요를 깨뜨릴지라도, 그 흔들림 속에서 마음이 자라고 세상이 열립니다. 모든 우연은 인연이 건네는 마음공부의 초대장입니다.

20%

화는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분노로 증폭되기 전 이해하고 내려놓아야 할 신호입니다.

화는 본래 나쁜 감정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변화하고 싶은 마음', '살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그 에너지를 자비로 바꾸면 화는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화를 내려놓는 수행은 그냥 호호호(好好好)입니다. 좋은 행동, 좋은 말, 좋은 생각입니다. 몸과 입, 마음으로 짓는 업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애씀. 이게 바로 수행입니다.

32~33%

"인간의 모든 불행은 오직 한 가지, 자신의 방(내면)에 조용히 머무는 법을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막히면 하루에 10분, 아니 5분 만이라도 조용한 곳에서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막힘이란 길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 흘러갈 방향을 살피라는 신호입니다. 강물이 어떤 이유로 막혀서 잠시 흐르지 못한다고 해서 강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잠시 고여 있을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흐릅니다. 우리 인생의 막힘도 같습니다. 멈춘 자리에 반드시 배울 게 있기에, 우리는 잠시 그곳에 서 있는 것뿐입니다.

37~38%

"스님.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동안은, 행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행복을 찾기보다, 불행을 쥔 손을 펴세요. '난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을까? 왜 불행할까'라고 고민하는 마음부터 먼저 내려놓으세요."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입니다.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 게 진짜 행복입니다.

55~56%

"같은 강물에 두 번의 발을 담글 수 없다"

-헤라클레이토스

86%

마가 스님, <어른이 되는 흐름의 기술> 中

+) 이 책은 마음이 힘든 현대인들의 상처를 보듬으며, 감정을 흘려보내는 '흐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마가 스님의 조언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상처, 인연의 가치, 화를 다스리는 길, 비우고 내려놓는 법, 실패와 불행을 마주 보는 힘, 나눔의 씨앗, 흘려보내는 기술 등으로 인생의 지혜를 전한다.

자연이 그러하듯 삶의 어떤 것도 머무르지 않고 흘러간다는 게 이 책의 큰 줄기이다. 답답하고 막막하게 고여있는 순간도 길이 생기면 다시 흐르듯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 개인의 경험, 저자가 만난 많은 이들의 고민, 그들과 함께 지혜롭게 풀어간 대화, 동서양 여러 성현들의 말씀까지 다양하게 담아냈다.

소주제 별로 흐름의 가치에 대한 저자의 조언과 명상의 글을 담았고, 부록으로 참회, 감사, 사랑의 일기를 작성할 수 있는 형식을 실어두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생각이 책 곳곳에 묻어나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인생에서 벽을 만난 이들, 고민이 있는 이들, 상처와 실패로 괴로운 이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지친 이들, 타인과의 관계가 어려운 이들, 순조로운 일상임에도 불안한 이들 등에게도 책을 읽는 동안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이 흘러가듯 모든 순간도 흘러간다는 걸 깨우쳐준 책이었다. 어떤 순간에도 머물지 않고 어떤 감정에도 멈추지 않고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사는 삶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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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가는 중입니다 - 법대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필독서 10
이지현 지음 / 니케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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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정약용은 그의 <흠흠신서> 서문에서,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서 두려워할 줄 몰라 털끝만 한 일도 세밀히 분별해서 처리하지 않고서 소홀하게 하고 흐릿하게 하여, 살려야 되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또는 죽여야 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欽欽(흠흠)이라 함은 무엇인가? 삼가고 또 삼가는 것은 본디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인 것이다."

라고 하였다.

만에 하나 피해자 반응의 특이성이 여러 사정과 정황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이해될 수 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피해자 반응에 특이성이 보인다고 하여 곧바로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백 명의 죄인을 석방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라는 법언에서 쉽게 도피처를 찾는다면 어찌 형벌을 다루는 법관의 도리를 다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 10. 22. 선고 2004고합228 판결

pp.16~17

다산 입장에서 진정한 정의 실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법을 적용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고 부당한 형벌을 받는 일이 없고 반대로 합당한 형벌을 요행히 모면하는 일도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백성의 무게를 견뎌라]

p.21

그러나 천종호 판사는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고 답했다.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가족이 모여 밥 한 끼 먹는 것이 소원인 혜수에게 어른들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모든 어른을 대신해 떨리는 목소리로 비행 청소년에게 사과한 판사의 말에 법정은 한동안 술렁였다.

p.32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비정상도 지극히 불명확한 개념이며 자의적이다. 즉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며 명확한 개념이 아닌데 이를 처벌 기준으로 형벌을 만든다면 법을 만드는 입법에 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게 된다.

p.43 [1984]

"네 생각은 어때, 하나의 하찮은 범죄가 수천 개의 선한 일로 무마될 수는 없을까?

하나의 생명을 희생시켜 수천 개의 생명을 부패와 해체에서 구하는 거지."

-[죄와 벌] 1권

p.58

인간은 절대로 틀릴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안다고 하는 진리들은 대체로 단지 부분적으로만 옳은 진리들일 뿐이다.

-[자유론]

다수의 폭정을 극복함으로써 인류는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힘없는 소수가 침묵당하는 사회는 결국 스스로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pp.100~101

이지현, <법대로 가는 중입니다> 中

+) 헌법학자인 저자는 법에 대해 궁금한 청소년들을 위해 이 책에서 법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들을 정리하고 소개하고 있다.

법이 무엇인지, 법을 동서양 고전에서는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 문학에서 법적 사례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법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등을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법대를 꿈꾸고 법에 대해 알고 싶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인권, 자유, 평등, 정의, 공정, 형벌 등 법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10권의 책에서 다룬 핵심 개념들을 이야기하며 사회에서 법이 하는 역할과 기능, 그리고 법조인으로서의 자세 등을 자연스럽게 조언한다.

청소년을 예상 독자로 설정하여 작성한 책이지만 다양한 사례와 법적 개념을 쉽게 풀이하고 있어서,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른들이 읽기에도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는 물론 과거의 판례와 법조인의 마음가짐을 살필 수 있고,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 법이 적용된 원리와 사회적 분위기 등도 알 수 있다.

법이 멀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한걸음 가깝게 법을 소개하고 연결하고 있어서 의미 있는 책이다. 또한 법대를 꿈꾸고 원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들을 법학자가 권해주고 있기에 유익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법의 공정성이 우리 사회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더불어 법조인의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 건지도 공감했다.

또 법이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려면, 우리가 법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책 속에서도 법을 정의롭게 쓰기 위해 우리는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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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집에 관한 기록
전건우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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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김도형 씨가 늘 했던 말 있잖아? 현실과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는 거. 이번이 그런 시도였다면 모든 게 말이 돼. 본인의 실종을 너무 초반에 넣은 게 패착이지만."

"내 말이! 귀신 붙은 건물의 비밀을 조사하다가 실종된다는 설정. 이젠 너무 흔하지."

C가 그 말을 했을 때였다. 거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21%

"그러면 뭐예요? 다들 이 빌라가 귀신 들린 집이라 이거예요? 너무 흥분하지들 마시고 좀 이성적으로 생각..."

"잠깐! 잠깐만요."

"오늘 모이기로 한 인원이 스물두 명이었어요. 그리고 아까 자기소개할 땐 분명 스물둘이 맞았고요. 그런데... 방금 세니까 스물셋이 있어요. 확실해요. 스물셋." 대표의 말에 모두 주위를 둘러본다.

35%

도형 : 저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빌라 터에서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조사 중이긴 한데... 아무래도 저주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선녀 : 그럴 수 있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게 있어.

도형 : 그, 그게 뭔가요?

선녀 : 저주는 방사형으로 퍼져 나간다는 거야! 보통은 이리 생각하지. 원귀는 자기를 괴롭힌 인간만 저주하는 거라고. 아니야. 원한을 품고 죽은 영가는 살아 있는 모든 걸 저주해. 생명 있는 모든 걸 자기처럼 죽은 존재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그러니 아무 연관 없는 사람도 귀신의 저주에 당하는 거야.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그 원 안에 있는 모두가! 무슨 말인지 알겠나?

59%

전건우, <죽은 집에 관한 기록> 中

+) 이 책은 오컬트 장르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작가 '김도형'이, 새로 이사 간 집에서 겪는 소름 끼치는 사건을 담은 공포 소설이다.

김도형은 저렴한 가격에 새집을 마련해 기뻐하며 이주한다. 하지만 빌라에서는 특이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정원 초과음이 울리거나, 빌라 주민도 아니면서 같은 사원증을 걸고 계단을 오가는 이들, 혼자 타도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엘리베이터, 갑자기 아프거나 죽는 이들 등등

그래서 그는 빌라에서 거주하는 동안 겪은 기이한 현상들을 이메일, 녹취, 인터뷰, 동영상 등으로 수집한다.

그러다가 이 일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님을 인지하고는 과거에 같이 일했던 프로덕션으로 연락을 취한다. 그들은 무속신앙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이들로 김도형의 연락을 받고 빌라에 방문한다.

프로덕션의 피디, 작가, 카메라맨 세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고 사라진 김도형을 찾기 시작하며, 점점 더 빌라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에 개입하게 된다.

이 작품은 본의 아니게 빌라에 고립된 채 두려움에 떨게 되는 상황을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듯 쉼 없이 내용이 전개되는데 마치 신문 기사에서 본 사건을 소설로 제작한 듯 현실적이라 더 공포감을 조성한다.

귀신 혹은 영가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들, 미스터리한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싶은 이들, 집을 팔 수 없어서 살고 있는 이들, 사람인지 영혼인지 알 수 없는 이들까지, 모두 어떤 상황에 직면하는지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억울한 원한을 갖고 죽은 이들은 원한을 일으킨 사람들에게만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원한을 갚으려 한다는 말이 특히 무섭고 인상적이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집은 다 그 이유가 있다는 걸 이 소설을 보며 짐작했다. 더위에 지칠 때 이 책을 읽으며 호러 소설의 매력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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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편의점 북멘토 가치동화 28
박현숙 지음, 장서영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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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두고 나온다니까."

"그리고 또 있어. 편의점 아저씨가 그랬잖아. 들어가지 말라고. 꼭 빵이 필요한 사람만 들어가라고. 네가 들어갔다 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들어가도 되는구나, 이러겠지. 그럼 규칙이 깨지는 거야. 사람들은 갖가지 핑계를 대며 저 안에 들어갈 거야. 솔직히 대합실 보다 저 안이 훨씬 아늑하고 따뜻하잖아. 모두들 들어가고 싶어 할 거야. 그럼 빵도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라는 규칙마저도 깨질 거야. 열 개의 규칙도 하나가 깨지면 덩달아 모두 깨지는 거거든."

"아, 짜증 나. 뭐가 그렇게 복잡해? 나는 충전만 하면 되는데."

43%

고모는 배고픈 중에도 한 번씩 내 스마트폰으로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 사람과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사람도 너무하다. 이기적이다. 뉴스를 보면 여기 상황이 어떤지 뻔히 알 텐데 말이다.

"그런 사람은 앞으로도 절대 인터뷰하지 마세요."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면 뭐해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돌아볼 줄 모르는 밥맛없는 사람인 걸요 그런 사람과는 알고 지내지도 말아야 하고 친구로 지내면 더더욱 안 돼요."

43%

"아, 진짜 너는 왜 자꾸 죽는다는 말을 해? 끔찍하게."

"죽음이라는 것은 예고 없이 내리는 비와 같아. 생각 없이 나갔다가 비를 맞는 것과 같다고. 너, 갑자기 내린 비를 맞아 본 적 없어?"

"비를 맞기 전에 누군가 우산을 씌워 주면 좋잖아. 우리가 이러는 게 경진이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거야."

60%

"참 이상하지요. 이렇게 작은 거라도 나눠 먹고 그러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친근하게 느껴져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이런 상황이 되면 서로 더 먹겠다고 야단이 날 거 같은데 그렇지 않고 말이에요."

"그러게요. 저도 막 그 생각을 했어요.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할 거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가 배고프니 다른 사람들도 배가 고플 거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그래서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말이 있는 거예요. 없으면 더 나눠 먹게 되고 서로를 위하게 되지요."

62%

박현숙, <수상한 편의점> 中

+) 이 동화는 3월에 갑자기 내린 폭설로 항공기가 결항되며 사람들이 공항에 갇혀 며칠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항 내에서 처음에는 몇 시간이었던 대기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여러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다. 몇 배로 치솟은 택시비는 물론 심지어 폭설로 오가는 길목마저 끊기고 음식점과 편의점 먹거리들이 떨어진다.

배가 고픈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여러 방법을 강구하지만 폭설로 인해 외부로부터 그 어떤 공급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잠자리는 불편하고, 전자기기 충전도 쉽지 않고, 더구나 먹을거리가 부족해서 사람들은 예민해진다. 그때 편의점 사장님이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남겨둔 빵 한 개'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다.

할머니 대신 고모와 여행을 온 '여진'은 감기로 아픈 '경진'이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본인이 감기가 심해서 폐렴으로 번져 죽을 만큼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게 없어서 약만 먹던 경진은 속이 아파서 더 이상 약을 먹지 못해 기침이 심해진다. 여진은 스마트폰 중독인 '성찬'을 설득해 편의점에 남은 한 개의 빵을 경진에게 전해주고 싶어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생존이 걸린 순간에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사람들이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지만 결국 이들의 마음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챙기는 쪽으로 이동한다.

겉으로는 투닥거리는 어른들도 알게 모르게 더 보호해 줘야 할 사람들을 찾아 마음을 쓴다. 소설을 읽으면서 서로를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흐뭇했는데,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이라는 점에 좀 놀랐고 감사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기적인 사람들도 많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며 배려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이 책은 마냥 희망적이거나 긍정적인 동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어린 독자들이 읽으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고 본다.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동화였다. 어떤 장면에서는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미소 짓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함께 걱정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지,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게 무엇인지, 사람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등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동화라고 느낀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요즘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치 있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생하게 담고 있는 동화라고 생각하기에 어린 독자들은 물론 어른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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