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를 풀어 주는 관계 회복법 - 마음을 다시 잇는 42가지 지혜
김미혜 지음 / 북스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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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아이에게 아버지는 삶의 태도를 보여 주는 사람입니다. 어려움을 어떻게 견디는지, 가족과 어떻게 말하는지, 실수했을 때 어떻게 책임지는지를 보며 관계를 배웁니다. 함께 보낸 짧은 시간과 따뜻한 눈맞춤이 아이에게는 '나는 아빠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 경제적 책임과 정서적 참여는 서로 대신할 수 없다

막연히 "아이에게 관심 좀 가져요"라고 말하기보다 맡을 돌봄과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 보세요. 역할이 분명해야 참여도 지속됩니다. 어색하더라도 먼저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 작은 시도에서 멀어진 관계는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p.27

문제는 아들이 부모의 태도를 보고 관계를 배운다는 점입니다. 아빠가 엄마의 말을 반복해서 가볍게 여기면, 아들도 엄마의 말을 가볍게 여길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입으로 가르치는 말보다 서로를 대하는 모습이 더 깊이 남습니다.

- 아이를 믿을수록 행동의 책임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다만 한쪽 부모의 말을 다른 한쪽이 무효로 만들거나 무시하면 아이는 기준보다 힘의 방향을 먼저 읽습니다. 아이가 없는 자리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아이 앞에서는 합의한 기준을 일관되게 알려 주세요.

pp.29~30

"지금은 20분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내일 다시 이야기해요.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 대화를 멈출게요."

- 대화에도 시간과 방식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를 끝까지 풀고 싶은 의도와 상대를 지치게 하는 방식은 구분해야 합니다. 긴 추궁과 반복 질문은 이해를 넓히기보다 정답을 받아 내려는 통제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의도가 좋아도 상대가 안전하게 말할 수 없다면 방식을 조정해야 합니다.

pp.82~83

-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보다 바람을 말로 전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내 마음을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가고 싶은 것인지,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인지, 다음 약속을 정하고 싶은 것인지 먼저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일은 상대를 움직이려는 명령이 아니라 내 마음을 정확하게 전하는 일입니다. 상대가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갈 수 있습니다.

pp.176~177

관계를 수선한다는 것은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 일이 아닙니다. 해진 곳을 감추거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는 일도 아닙니다. 어디에서 실이 풀렸는지 살피고, 더 찢어지지 않도록 멈추며, 지금의 두 사람에게 맞는 모양으로 다시 잇는 일입니다.

관계가 흔들릴 때 세 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 나는 이 관계에서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

  •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그 바람에 가까워지게 하는가.

  • 오늘 내가 바꿀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상대를 바꾸려는 질문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질문으로 돌아오면, 막혀 있던 길에 작은 틈이 생깁니다.

pp.216~218

김미혜, <부부 사이를 풀어 주는 관계 회복법> 中

+) 이 책의 저자는 가족 상담을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수많은 부부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갈등을 여러 일화로 설정해 담고 있다.

각 사례별 고민의 주인공을 '나'로 표현하며, 부부 갈등의 원인을 보여주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방향과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조언한다.

책에 실린 갈등 사례는 부부 사이에 한 번쯤 있을 법한 내용으로 구성해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라고 느낀다. 부부 사이 일상적 대화와 거기서 생기는 상처를 확인하며 우리 자신의 화법을 돌아볼 기회가 된다.

저자는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단호하게 말하는 화법을 취하고 있어서 실제 상담을 받는 기분이 든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사이 관계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음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아이를 양육하며 겪는 갈등, 원가족과의 관계로 생기는 갈등, 부부 사이 대화법으로 인한 갈등, 경제적 관념 차이로 생기는 갈등 등 다양한 일화를 싣고 있어 사실적이다.

각 사례와 상담자의 관점과 조언, 그리고 핵심 정리 한 문장 등으로 정리하고 있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도움이 되는 대화법과 행동에 대해 단계별로 제시하기에 따라 하기 쉽다.

저자가 언급하듯 관계 회복이라는 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함께 다시 만들어가는 것이다. 관계가 흔들릴 때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었다.

갈등의 중심에 선 이들의 날선 언행을 부드러운 대화와 행동으로 바로잡아 주기에, 현실 상황에 활용하며 실천하기 좋다고 느낀다.

부부 갈등으로 힘든 이들, 부부 사이 반복되는 문제로 지친 이들, 가족 상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이들, 갈등을 풀어보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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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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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병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이런 제 결정을 비난하실 분이 많겠지만 느껴지는 감정이 아직 선명할 때 스스로 죽음을 택하려 합니다.

제 시체를 찾아주세요.

미스터리 작가인 제가 여러분에게 드리는 마지막 미스터리입니다.

3%

"어머님이 이 집 열쇠를 가지고 계셔."

아무도 없는 아들네 집에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는 엄마. 솜털까지 바짝 섰다.

"음. 좀 어려울 거야. 나한테도 문제는 있어. 내가 가족이라는 것과 딱히 인연이 없었으니까. 원래 가족끼린 이렇게 한다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거든."

"즐겨요? 지나친 간섭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

11%

어머님은 집안일을 철저하게 가르치려고 하셨지요?

"너는 상식이 없잖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님은 '상식'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이 반복될 때마다 '상식'이라는 것을 점점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상식'은 때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으니까요. 대부분 마사타카 씨가 하는 말에 흔들렸고 제가 시시하다고 생각한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도 흔들렸습니다.

13%

모두 아사미를 걱정하고 있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어디선가 아사미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난 다 알고 있어.

아사미는 아는 체하길 즐겼다.

36%

"미안. 나한테는 가족이 없다 보니 그게 뭔지 몰라서 자꾸만 묻게 돼."

아이들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떠졌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장 놀랐다. 누구에게도 말할 생각이 없던 도카엔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네 사람에게 밝혀버렸다.

나는 이때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을 때는 상대도 내게 다가오게 해야 한다는 것을.

46%

에미에게서 가끔 보이던 우울한 표정은 슬픔과 괴로움과 분노가 꾹꾹 담긴 얼굴이었다. 지옥 같은 곳에서 누구보다 우울했을 에미.

나라면 온 세상을 저주했을 텐데. 나는 오열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배신당하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도 자유로웠던 사람은 나였다.

73%

선배를 좋아했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반드시 옳은 길을 택하지는 않죠.

친구들이 그렇게 가르쳐줬는데도, 그런데도 저는 옳은 길을 고르지 못했습니다.

98%

호시즈키 와타루,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中

+)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아사미'가 온라인에 직접 본인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다. 미스터리 소설의 첫 장면이라고 해도 결말을 제시한 듯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남편 '마사타카'는 그녀가 실종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아사미의 담당 편집자인 '사오리'를 통해 그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워한다.

신기한 건 아사미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모두가 혼란스러워할 때, 아사미의 블로그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부분이다.

아사미가 올리는 글이 맞는지, 예약 발행으로 기록되는 글인지, 아사미가 그녀의 고백대로 죽은 게 맞는지 등 수많은 의혹이 존재하는 블로그 공개 글로 일본 전역이 시끄럽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진실 앞에서 소설은 아사미의 글을 실마리로 계속 사건이 전개된다. 다음 상황을 짐작하기 어렵도록 촘촘한 서사적 흐름이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인공 아사미를 비롯해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는 고민하게 된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어떤 존재인가.

누구에게는 부담이고 누구에게는 부러움이고 누구에게는 불편함이고 누구에게는 아픔이고 누구에게는 행복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각기 다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가족과 친구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 처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사건의 흐름을 예측하기 힘들기에 그다음이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읽을수록 몰입하게 되어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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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 법
박진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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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사람이 얼굴을 가리는 데는 많은 의미가 있다. 특히 범죄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범인들은 그들의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많은 강력 범죄 현장에서 범인은 얼굴을 가리려고 애쓴다. 물론 범죄를 들키지 않기 위한 이유가 클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린다는 것. 그것은 그가 사회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 사라졌다는 의미도 있다. 즉 공인된 얼굴이 사라진 상황에서 인간은 위험한 짐승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p.28

<수사연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은근히 토막살인사건을 자주 접한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죽이지?'라는 생각은 이미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라졌다. 그 생각을 넘어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자르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수사연구>의 기자들이 사체 사진 앞에서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처럼. 살인자들 또한 사람을 죽인 뒤 사체 처리에는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변해가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그렇게 생각해보니 오히려 더 섬뜩해졌다.

p.42

그 후 나는 한 가지 마음먹은 게 있다. 누군가에 대해 크게 분노한다면, 정말 복수가 하고 싶다면 순간적인 복수가 아닌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복수를 해야겠다는 것. 혹은 비생산적인 복수 대신 상대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생산적인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끝은 수갑을 차는 일이라는 걸 수사 전문지 취재 과정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p.95

"토막 난 사체를 수습하고, 유동수가 A 씨를 살해한 증거도 모두 찾았죠. 하지만 마지막 한 조각, 살인범의 자백과 반성을 끌어내지 못한 게 좀 아쉬웠어요."

유동수는 검찰에 송치되고 재판이 시작된 후에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후 유동수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p.227

사이버범죄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대면 범죄가 아니기에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큰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삶은 오프라인과 달리 눈속임이 쉽다. 우리의 삶은 편집, 가공되고 범죄에 노출되거나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혹은 우리는 직접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삶에 진짜와 가짜를 섞어 가공해 범죄의 도구로 쓸 수 있다. 동시에 직접 만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 더 타인의 고통에 무감해진다.

그들에게 피해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나의 이득을 위해 이용되는 타깃에 불과하다.

p.253

박진규,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中

+)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취재기자이다. <수사연구>는 40년이 넘게 작성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발생한 우리나라의 많은 범죄 기록이 담겨 있다.

이 잡지는 경찰과 과학수사관들을 위한 일종의 살인사건 참고서였기에, 경찰 외부에서는 볼 수 없었다. 저자는 <수사연구> 발간을 진행하며 인간들이 지닌 최악의 욕망을 수없이 접했다고 언급한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경험담이 현실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강력사건 취재 에세이집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각 사건의 담당 형사를 인터뷰하며 취재한 기록을 담아 저자가 느끼는 바를 보태서 담아냈다.

수사 전문 잡지를 작성한 기자와 강력 범죄 전문 형사가 나누는 대화는 잔혹한 범죄와 인간의 치졸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총 11개의 실화 사건을 읽다보면 생각보다 냉혈한 인간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가족 혹은 친척, 이웃, 그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 등이 그들일 수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사람을 죽이지?' 생각하다가, '어떻게 사람을 토막 내지?' 생각하다가, '어떻게 그 토막 낸 걸 들고 움직일 수가 있지?' 하는 생각에 도달한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에 두려움이 인다.

마치 스릴러 소설집을 읽은 듯 생생하고 사실적인 범죄 내용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쫓는 경찰들의 의지가 꼼꼼하게 기록된 에세이집이었다.

잔인한 범죄 현장을 꼼꼼하게 보는 형사,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형사, 죄인의 뻔뻔함에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을 느끼는 형사, 끈질기게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등을 지켜보며 이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사람들의 무서운 탐욕을, 수많은 미스터리 사건을 리얼하게 담아낸 책이라고 느꼈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씁쓸하다고 생각했다.

실화 범죄의 현장을 보고 싶은 이들, 취재 기자의 에세이 문장을 접해보고 싶은 이들, 강력계 형사의 활약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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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다는 착각
신재용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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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덜어내기에는 결국 용기가 필요하다. 결핍을 허락하는 용기, 무언가가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용기다. 불안을 삼키지 않고, 불안을 잠깐 그 자리에 앉혀 두고, 그 불편함과 함께하는 용기다. 덧셈으로 불안을 덮는 대신 불안이 말하는 것을 듣는 용기다.

덜어낸다는 것은 결코 '0'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 필요한 한두 가지를 더 오래, 더 꾸준히 지켜내기 위해 내 안에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pp.14~15

검사 하나, 약 하나, 영양제 하나를 더 보탠다고 해서 실제로 내 몸이 얼마나 나아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위안만큼은 분명히 얻는다.

환자는 불안을 덜기 위해 덧셈을 원하고, 의사는 소송과 후회를 피하기 위해 덧셈을 택한다. 이 둘이 만나는지점에서 덧셈은 더욱 강력한 기본값이 된다.

pp.58~59

결국 '몸에 좋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를 가리키기보다, 비판적 사고를 멈추게 하는 주문처럼 작동한다.

그 사이 가장 중요한 기준, 즉 몸에는 최소 요구량과 상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시장은 언제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가능성을 부풀려 말하고, 이 이상은 더 이득이 없고 오히려 위험이 커지는 지점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p.112

이 견고한 덧셈의 구도를 흔들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막연히 '뭐라도 더 해주세요'라고 매달리는 태도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무엇인가'를 묻는 태도로의 전환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의사는 단순히 검사를 많이 해주는 의사가 아니다. 내 앞에 놓인 선택지들을 펼쳐 보이고, 각 선택지의 득과 실(이득과 해악)을 투명하게 비교해 주며, 내 삶의 상황에 가장 적절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주는 의사다.

p.159

  • 데이터의 노예가 되지 않는 법

- 건강검진 시 질문 바꾸기 : '제 나이와 가족력, 기저질환을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한 것과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을 나눠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보는 것.

- 웨어러블 알림 정리하기 : 심각한 부정맥이나 극단적인 심박수처럼 정말로 위험한 상황을 알려 주는 알림은 그대로 두되, 매일 울리는 수면 점수 알림과 스트레스 지수 알림은 한 달 만이라도 꺼 두기.

- 결과지 함께 읽기 : 가능하다면 주치의나 전문가와 결과지를 함께 읽기.

pp.200~201

염증이 줄어드는 것은 무언가를 더했기 때문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채워 넣던 것을 조금 덜어냈을 때 일어나는 몸의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에 가깝다.

p.252

확실한 것은 하나다. 덜어낸 자리는 언젠가 반드시 무언가가 채운다. 그 자리를 더 많은 물건과 더 바쁜 일정이 다시 차지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안정된 몸의 리듬, 조금 더 깊어진 관계, 조금 더 분명해진 삶의 방향이 들어올 수도 있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이제 여러분에게 달렸다.

p.263

신재용,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 中

+) 약사인 저자는 건강 불안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건강식품을 다량 복용하며 각종 검사를 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가 건강을 염려해 해왔던 모든 덧셈의 행동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건강식품을 먹고 약을 복용하며 여러 검사를 실시하는 게 올바르게 우리 몸을 챙기는 것인지 고민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류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한다. 결핍의 환경에 적응한 우리 몸이 풍족의 시대인 지금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언급하고, 우리의 뇌가 본능적으로 선택한 더하기의 법칙에 대해 설명한다.

건강에 대한 '혹시나'하는 불안으로 건강식품이 난무함을 지적하고, 빠른 시스템과 책임 회피에 길들여진 병원 시스템을 비판한다. 또 건강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여러 디지털 매체의 과함을 제시한다.

그래서 저자는 빼기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뇌를 비우려는 노력, 건강식품과 약에 대해 제대로 알고 복용하는 습관, 더하기보다 빼기의 처방, 의사와 약사를 만날 때 우리가 해야 하는 주요 질문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빈자리가 생긴다면, 그곳은 언제든 다른 무엇이 채울 수 있다고 언급한다. 조금 더 안정된 삶의 리듬과 건강하고 올바른 생존 원리, 편안함이 가져오는 생의 의지 등이 그런 게 아닐까.

몸을 위해 실천하는 모든 행동을 하나씩 덜어내라는 조언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부족한 것이 과한 것보다 낫다는 진리를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0'이 되도록 빼라는 게 아니라, 적당하고 올바른 복용을 위해 우리 스스로 여러 검진과 처방, 복용법 등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이 우리 몸을 해치고 있다는 걸 명확히 알려준다고 느낀다.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야 소중한 것들을 채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책이었다.

비우기의 철학, 뺄셈의 효과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기에 건강 염려증과 불안증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의약학 시스템의 활용과 건강한 복용법 등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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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판사, 나쁜 판사
류기인 지음 / 펜타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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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달라진 것은 내 성정이 아니라, 내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결과 무게일 것이다.

형사재판이 죄와 벌의 등가를 추구한다면, 소년재판은 처음부터 다른 질문을 던진다. 소년재판은 먼저 "이 아이를 지금 어디에 두어야 다시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

우리는 아이가 저지른 행동만 보고 처분을 정하지 않는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 일이 반복될 위험은 얼마나 되는지, 집과 학교로 돌아갔을 때 아이를 붙잡아줄 사람이 있는지까지 함께 살핀다.

목표는 단 하나. '아이의 재비행을 막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가장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다가올 미래 쪽을 향할 수밖에 없다.

pp.22~24

걷기학교는 그 빈칸을 조금 채워보려는 시도였다. 아이가 처분을 받은 뒤에도, 법원 밖에 자기 이름을 기억하고 함께 걸어줄 어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판결문 한 줄이 아이의 생활을 곧바로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판결 뒤에 누군가 함께 걷고, 온전히 자기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밥을 먹고, 다시 만나자고 말해준다면, 아이는 적어도 혼자 버려진 것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년재판을 하다 보면, 바로 그 정도의 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어른을 피하던 아이가 어른 옆에서 걷는 것. 묻는 말에 "몰라요"만 하던 아이가 자기 하루를 한두 문장으로 말하는 것. 누군가 자기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는 경험을 해보는 것. 그런 작은 장면들이 쌓여야 다음 변화도 가능하다.

pp.101~102

늦은 시간까지 기록을 읽는 것은 거창한 사명감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기록을 잘못 읽으면, 그 부담은 곧바로 현장 사람들의 몫이 된다.

돌려보내기 어려운 아이를 집으로 보내면 보호관찰관과 학교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커진다. 시설에서 생활할 수 없는 아이를 시설로 보내면 센터장과 선생님들이 밤새 아이를 찾으러 다녀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집과 학교 안에서 충분히 다시 해볼 수 있는 아이를 너무 무겁게 처분하면, 아이는 필요 이상으로 생활에서 떨어져 있게 된다.

그래서 기록을 읽는 이 시간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지, 시설이 필요한지, 소년원까지 보내야 하는지 끝까지 살펴보아야 한다. 법정 밖에서 이 아이를 맡아줄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판사실 책상 위에서라도 조금 더 정확히 읽고, 조금 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몫이라고 믿는다.

pp.141~142

이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자주 본다. 피해를 입은 아이와 부모가 오래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 아이는 자기 상처만 붙잡고 있지 않았다. 자신도 힘들었지만, 집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그룹홈에서 지내는 또래들을 떠올렸다. 자기가 받은 돈을 어디에 쓸지 생각하다가, 자기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내기로 했다. 그것은 어른도 쉽게 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제도는 피해자의 마음을 온전히 안아주지 못했지만, 피해자는 자기 상처를 다른 아이를 돕는 손길로 환하게 바꾸고, 스스로 일어섰다.

pp.176~177

류기인, <착한 판사, 나쁜 판사> 中

+) 이 책은 소년부에서 소년 사건을 맡아온 판사의 진솔한 에세이집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저자는 소년 재판을 맡은 판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판결하는 사람 같다.

아이들과 관련한 사건에 임할 때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솔직하게 적고 있다. 소년부 사건은 현재 일어난 일만큼이나 앞으로의 상황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반복될 위험은 없는지, 가정과 사회에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현재만큼이나 미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소년부 판사의 역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판사라는 직분의 무게감을 현실적으로 실감했다.

그의 판결문에는 한 사람의 생애만 달린 것이 아니라, 그와 연관된 많은 이들의 삶도 달려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게 한 아이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하고 있다.

이 책에는 소년부 판사로 지낸 경험담과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소년부 판사라는 직업, 한 가정의 아버지와 남편이라는 역할, 그리고 인생을 먼저 산 어른의 마음 등이 그것이다.

아이들과 부모들을 만난 이야기, 저자의 독서 모임 이야기, 법정 밖 평범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이야기, 법 집행관의 고민과 사유 등이 단상 형식으로 실려 있다.

그리고 재판부 밖에서 아이들과 걸으며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용기를 내는 이들을 상상했다.

어떤 처벌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의미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곳을 보고 말없이 걷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법은 어떤 잣대로 보느냐에 따라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 선처라는 말이 선하게 쓰일 수도 악하게 쓰일 수도 있고 처벌이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말한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에세이 한 꼭지씩 읽을 때마다 깊이 와닿은 책이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른으로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등을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판사가 하는 일과 판사의 마음가짐 등이 궁금한 청소년들에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받아서 힘든 아이들에게, 그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어른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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