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집에 관한 기록
전건우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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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김도형 씨가 늘 했던 말 있잖아? 현실과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는 거. 이번이 그런 시도였다면 모든 게 말이 돼. 본인의 실종을 너무 초반에 넣은 게 패착이지만."

"내 말이! 귀신 붙은 건물의 비밀을 조사하다가 실종된다는 설정. 이젠 너무 흔하지."

C가 그 말을 했을 때였다. 거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21%

"그러면 뭐예요? 다들 이 빌라가 귀신 들린 집이라 이거예요? 너무 흥분하지들 마시고 좀 이성적으로 생각..."

"잠깐! 잠깐만요."

"오늘 모이기로 한 인원이 스물두 명이었어요. 그리고 아까 자기소개할 땐 분명 스물둘이 맞았고요. 그런데... 방금 세니까 스물셋이 있어요. 확실해요. 스물셋." 대표의 말에 모두 주위를 둘러본다.

35%

도형 : 저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빌라 터에서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조사 중이긴 한데... 아무래도 저주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선녀 : 그럴 수 있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게 있어.

도형 : 그, 그게 뭔가요?

선녀 : 저주는 방사형으로 퍼져 나간다는 거야! 보통은 이리 생각하지. 원귀는 자기를 괴롭힌 인간만 저주하는 거라고. 아니야. 원한을 품고 죽은 영가는 살아 있는 모든 걸 저주해. 생명 있는 모든 걸 자기처럼 죽은 존재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그러니 아무 연관 없는 사람도 귀신의 저주에 당하는 거야. 방사형으로 퍼져 나가는 그 원 안에 있는 모두가! 무슨 말인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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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죽은 집에 관한 기록> 中

+) 이 책은 오컬트 장르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작가 '김도형'이, 새로 이사 간 집에서 겪는 소름 끼치는 사건을 담은 공포 소설이다.

김도형은 저렴한 가격에 새집을 마련해 기뻐하며 이주한다. 하지만 빌라에서는 특이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정원 초과음이 울리거나, 빌라 주민도 아니면서 같은 사원증을 걸고 계단을 오가는 이들, 혼자 타도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엘리베이터, 갑자기 아프거나 죽는 이들 등등

그래서 그는 빌라에서 거주하는 동안 겪은 기이한 현상들을 이메일, 녹취, 인터뷰, 동영상 등으로 수집한다.

그러다가 이 일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님을 인지하고는 과거에 같이 일했던 프로덕션으로 연락을 취한다. 그들은 무속신앙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이들로 김도형의 연락을 받고 빌라에 방문한다.

프로덕션의 피디, 작가, 카메라맨 세 사람은 도움을 요청하고 사라진 김도형을 찾기 시작하며, 점점 더 빌라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에 개입하게 된다.

이 작품은 본의 아니게 빌라에 고립된 채 두려움에 떨게 되는 상황을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듯 쉼 없이 내용이 전개되는데 마치 신문 기사에서 본 사건을 소설로 제작한 듯 현실적이라 더 공포감을 조성한다.

귀신 혹은 영가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들, 미스터리한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싶은 이들, 집을 팔 수 없어서 살고 있는 이들, 사람인지 영혼인지 알 수 없는 이들까지, 모두 어떤 상황에 직면하는지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억울한 원한을 갖고 죽은 이들은 원한을 일으킨 사람들에게만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원한을 갚으려 한다는 말이 특히 무섭고 인상적이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집은 다 그 이유가 있다는 걸 이 소설을 보며 짐작했다. 더위에 지칠 때 이 책을 읽으며 호러 소설의 매력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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