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실 혁명 핀란드 교육 시리즈 1
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 / 비아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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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핵심적인 교육과제는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핀란드의 교육제도가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는 시스템이라면 한국의 교육제도는 불리한 학생들을 가급적 일찍 탈락시키는 시스템이다. 핀란드는 오랜 실험을 통해 공부 못하는 학생을 교육정책의 기본으로 삼게 되었다.

p.54

 

핀란드에서 교과서란 지식을 집대성한 단 하나의 교재가 아니라 하나의 질 좋은 자료로 취급받는다. 따라서 교과서는 공권력에 의한 검정 없이 자유롭게 채택된다. 또 교과서를 사용하여 배우는 일은 있어도 하나부터 열까지 교과서를 외우게 하는 일은 없다. 교사도 교과서를 획일적으로 주입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p.71

 

공부를 강제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해해야 좋은가? 수업의 주체인 학생의 기분까지 존중해준다고 볼 수 있다. 다그치지 않고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참 스승의 진지함이 읽혀진다. 억지로 시켜봐야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p.115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성장은 자신의 인생과 겹쳐져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 핀란드 교실에서 배운 것을 열심히 실천하여 우리 사회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다면, 그리고 그런 성공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을 주장한다면 우리 교육에서 비로소 희망이 열릴 것이라 굳게 믿어본다.

p.169

 

 

후쿠타 세이지, <핀란드 교실 혁명> 中

 

 

+) <핀란드 교육 혁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핀란드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에 초점을 두어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핀란드에서는 학교에서의 공부라는 것이 잘하고 못하고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핀란드 선생님의 말처럼 핀란드에서는 질 좋은 자료인 교과서로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부분만을 배우고 나머지는 그들이 사회에 나가 배운다는 것에 믿음을 둔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입시 지옥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교육제도, 그러니까 교육현실이 아니다. 사실은 그것들을 이끌어내는 사회적인 인식 자체가 문제다. 대학을 나온 사람, 나오지 않은 사람,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혹은 전공하는 학과에 따라 사람에게 차별을 두는 사회가 문제라는 말이다.

 

애초에 사회에서 제2의 신분제도처럼 대학의 차별을 두지 않았더라면, 사람들 각자의 직업을 존중해주었더라면, 이런 강압적이고 힘든 교육현실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변호사, 의사 등의 직업이나 노동자들이나 각자 자신의 전공을 잘 살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자신의 현실에 열심히 일하는 그들을 평등하게 존중해준다면 공부만을 강조하는 지금의 교육현실은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

핀란드의 교육 방식을 배워 우리나라에서 실천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여전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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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영상시나리오집
김태용 글, 김춘호 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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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뒤늦게 다가와 훈을 밀치며 소리지른다. 훈, 넘어진다.
 

애나 : (큰 소리로) 뭐하는 짓이에요?

훈 :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며) :  .... 이 사람이 내 포크를 썼어요. 그런데 사과도 안 하잖아요. 그래도 되는 거에요? 이 사람이 내 포크를 썼다구요. 내 포크를!

 

 애나,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애나 : (갑자기 왕징에게) 왕징! 왜 이 사람 포크를 썼어요? 말해봐요, 왜 이 사람 포크를 썼냐구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애나. 당황하는 왕

 

애나 : (고함지르며) 왜 다른 사람 포크를 써요? 사과했어야죠. 설사 모르고 그랬더라도 안 그래요? 말해봐요. 왜 이 사람 포크를 썼어요? 왜 그랬어요? 대답해봐요. 여기 이 사람 거라구요. 당신 게 아니라구요. 왜? 왜?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더 크게 소리 지르는 애나. 왕징은 당황한 표정이다. 한참 싸우던 언니, 오빠들, 싸움을 멈추고 애나에게 달려온다. 그런데 영문을 알 수 없어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왕징 : 미안해...

 

 그 말에 갑자기 목놓아 우는 애나.

 

왕징 : 미안해, 미안해.

 

 분위기가 묘하면서도 웃기다.

 

pp.119~120

 

김태용, <만추> 中

 

 

+) 이 책은 영화 <만추>의 영상시나리오집이다. 비공개 현장 스틸 사진과 김태용 감독이 직접 작업해 선정한 영화 캡처 사진 150여 컷이 함께 실려 있고, 한글 시나리오와  영문 시나리오 전문이 수록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보지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새벽 4시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읽었는데 마침 비가 왔다. 어찌나 감정이 울컥하고 흔들리던지, 영화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가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이렇게 짦은 설명으로 감정과 표정과, 어조까지 만들어냈었구나 싶어서 새삼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보니 '탕웨이'가 이 역할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의 여자 애나(탕웨이)와 슬픔을 감추고 있는 사랑스러운 남자 훈(현빈)의 결합, 이 작품 꽤 매력적이다.  예전부터 <만추>는 여러번 리메이크 된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스토리 색채가 짙은 흑갈색 같다. 시나리오로 읽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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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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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부끄럽고 두려운 삶을 살 것이다.  그래도 책을 읽을 생각이냐?"

p.38

 

"사전이란 참 좋은 것이지. 감상적이지도 않고 징징거리지도 않고 교훈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저자들의 그 역겨운 잘난 척을 안 봐도 되니까."

p.61

 

"책이라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고유한 운명을 따라가는 거지."

p.119

 

하지만 평범함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지. 왜냐하면 애당초 평균적인 삶이란 게 없기 때문이야. 못났건 잘났건 사람들에겐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삶의 모양이 있는 거지. 그러나 평범하게 사랑하고, 평범하게 친절히 굴고, 평범하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아주 난해한 일이야. 게다가 그런 삶에는 사랑도, 증오도, 배반도, 상처도 그리고 추억도 없지. 무미건조하고 무색무취하지. 하지만 나는 그런 삶이 좋아. 나는 너무 무거운 것들은 못 견디거든.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야.

p.224

 

 

김언수, <설계자들> 中

 

 

+) 이 책은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어진 작품이다. 돈을 받고 누군가의 죽음을 의뢰받아 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구성을 설계하는 '설계자',  이 설계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처리하는 '암살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현생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추리 소설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하지만 결코 서사에 치우치는 작품은 아니다. 그만큼 인생을 꿰뚤어보는 문장들이 많다는 말이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작품이 아니라 곱씹어 볼 만한 문장들이 많다. 그건 굵은 서사 줄기에 작가가 켜켜이 얹어놓은 삶에 대한 고민들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 김언수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 꾸밈없이 핵심을 잘 살려서 적어내려가는 그의 문장들을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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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탁 씨의 특별한 월요일
페터 슈미트 지음, 안소현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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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치 않은 기분이 들었을 때 그것을  떨쳐버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정신이 자신의 상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지니는가 하는, 힘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p.16

 

이해한다는 것은 공감하면서 동시에 체험하는 거지. 예를 들자면 '창 밖에는 비가 온다' 라는 문장을 읽고 실제로 비가 오는지 창 밖을 내다보는 것과 같은 거라고 할까.

p.52

 

"네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대할 때는 네가 지불하지 않은 고지서를 가져다주는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하렴." 몬탁은 말했다. "그러면 그를 미워하거나 그에게 화를 내느라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 고지서는 이제까지 네가 늘 똑같은 기만에 빠져 있었다는 증서야. "

p.103

 

고통을 멈추게 하려면, 사유가 영혼의 바닥에 숨어 있는 어떤 가능성을 닮아가게끔 유도하라. 두려움이 생길 때에는 생각하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현실로 지각하라. 두려움이란 망상에 불과하지만, 종종 변장을  하고 나타나서 우리를 기만하곤 한다.

p.172

 

 

페터 슈미트, <몬탁 씨의 특별한 월요일> 中

 

 

+) 이 책은 독일의 성장 문학으로 열 여섯 살의 소년이 박물관 관리인 몬탁씨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우게 되는 작품이다. 몬탁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불교적 사유와 맞닿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에 조금은 지루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천천히 몬탁씨의 생각을 곱씹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얻게 되는 깨달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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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젊은 수필
김귀숙 외 지음 / 문학나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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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뒤는 앞만 못하다. 앞은 밝고 전진적이며 긍정적이다. 그에 반해 뒤는 정지한 듯 습하다.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턱없이 깊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고 섰을 때의 수많은 생각들은 그 사람의 빛나는 눈을 보는 순간 안개 걷히듯 사라진다.

p.83   김은주, '등'

 

업는다는 것은 한 생명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내가 감당하겠다는 의미이며, 한 사람의 걸음으로 둘이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p.278  정성화, '동생을 업고'

 

세월은 두루마리다. 새 달력을 받아들고 얼핏 스친 생각이다. 아니다. 세월은 네모다. 도르르 말려 있던 달력을 펼치니 세월은 금방 네모로 변해버린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시간까지 내 손안에 쥔 것처럼 뒤집어 말아 휘적휘적 흔들어 본다.

p.311   정해경, '달력의 동그라미'

 

김귀숙 외, <젊은 수필> 中

 

 

+) 이 책은 등단 5년차를 기준으로 선발된 젊은 작가와 중진들의 글을 중심으로 수록되었다. 작가들의 나이가 기준이 아니라, 등단을 기준으로 젊은 수필가들의 글을 모아놓았다. 나는 이 책을 몇 달 전부터 마음 내킬때마다 천천히 읽었는데. 수필의 참맛이 느껴지는 글들도 많은 반면, 수필이라는 특성에 끼워 맞춰 놓은 글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글에는 시나 소설에서 맛볼 수 있는 감동이 느껴졌는데. 발상 자체가 독창적일수록 시로 썼으면 하는 바람이 보태어지고, 체험한 이야기가 맛깔스러울 때마다 좀 더 늘여서 소설로도 써보았으면 싶었다. 물론 수필 자체로도 무척 훌륭했지만, 그런 장르의 이동도 연상해볼만큼 좋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수필은 솔직한 글쓰기이다. 또한 깨달음과 감동을 짧은 순간에 선사한다. 나는 수필의 경건함과 진실함, 그리고 감동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필이 현재 문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보다 더 가치있는 글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필이 본격적인 문학의 장르로 인정받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수필이 무엇인가 느껴보고 싶었다면, 혹은 요즘 수필의 경향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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