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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영상시나리오집
김태용 글, 김춘호 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애나, 뒤늦게 다가와 훈을 밀치며 소리지른다. 훈, 넘어진다.
애나 : (큰 소리로) 뭐하는 짓이에요?
훈 :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며) : .... 이 사람이 내 포크를 썼어요. 그런데 사과도 안 하잖아요. 그래도 되는 거에요? 이 사람이 내 포크를 썼다구요. 내 포크를!
애나,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애나 : (갑자기 왕징에게) 왕징! 왜 이 사람 포크를 썼어요? 말해봐요, 왜 이 사람 포크를 썼냐구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애나. 당황하는 왕징
애나 : (고함지르며) 왜 다른 사람 포크를 써요? 사과했어야죠. 설사 모르고 그랬더라도 안 그래요? 말해봐요. 왜 이 사람 포크를 썼어요? 왜 그랬어요? 대답해봐요. 여기 이 사람 거라구요. 당신 게 아니라구요. 왜? 왜?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더 크게 소리 지르는 애나. 왕징은 당황한 표정이다. 한참 싸우던 언니, 오빠들, 싸움을 멈추고 애나에게 달려온다. 그런데 영문을 알 수 없어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왕징 : 미안해...
그 말에 갑자기 목놓아 우는 애나.
왕징 : 미안해, 미안해.
분위기가 묘하면서도 웃기다.
pp.119~120
김태용, <만추> 中
+) 이 책은 영화 <만추>의 영상시나리오집이다. 비공개 현장 스틸 사진과 김태용 감독이 직접 작업해 선정한 영화 캡처 사진 150여 컷이 함께 실려 있고, 한글 시나리오와 영문 시나리오 전문이 수록되었다.
나는 이 영화를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보지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새벽 4시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읽었는데 마침 비가 왔다. 어찌나 감정이 울컥하고 흔들리던지, 영화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가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이렇게 짦은 설명으로 감정과 표정과, 어조까지 만들어냈었구나 싶어서 새삼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보니 '탕웨이'가 이 역할에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의 여자 애나(탕웨이)와 슬픔을 감추고 있는 사랑스러운 남자 훈(현빈)의 결합, 이 작품 꽤 매력적이다. 예전부터 <만추>는 여러번 리메이크 된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스토리 색채가 짙은 흑갈색 같다. 시나리오로 읽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