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조구호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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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신은 이 사회에서 모든 걸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일한 무기가 진실이라는 것을 믿어야 하며, 당신의 오해가 잘못(mistake)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깐디다 누나는 수그라녜스 박사 같은 인간들이 휘젓는 붉은 천에 놀아났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빌어먹을 사회 제도로부터 소외당하며 살아왔소."

p.57

 

"여자들은 다 저렇소. 모든 걸 완벽하게 해줘도 불평, 조금 느슨하게 해줘도 불평, 늘어놓는 것은 오로지 불평뿐이오. 우리 남자들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지만, 여자들은 그저 결과만 놓고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길 좋아해요. 일이 잘되면 까짓 거 대수롭지 않는 것이고, 만에 하나 잘못되면 무능하다고 탓한다, 이거요."

p.185

 

역시 나는 한 가지 일에 매달리거나 사소한 일로 오늘 당장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듯, 진정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은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 아니 그런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나는 얼마든지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은가.

p.227

 

 

에두아르도 멘도사, <외출> 中

 

 

+)  이 소설은 정신병원에 수용된 한 사내가 바르셀로나 수녀회 학교에서 발생한 '여학생 행방불명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적임자로 선택되면서 시작된다. 사내는 '의도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통해 잠시 밖으로 외출하고, 바르셀로나를 돌아다니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돈키호테>를 읽으며 호탕하게 웃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작품은 비정상인 정신병자를 주인공으로 세웠지만, 사실 그가 비정상이 아니라 그 주변인들이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상인이라고 믿는 그들의 삶은 자신의 욕망과 욕심에 얼룩져 있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논리적인 대사와 행동을  하고 있다. 이는 작가의가 의도한 풍자적 기법인 듯한데, 독자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다. 짧은 소설이지만 영화로 제작된다면 무척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리 소설, 피카레스크 소설이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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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승한 지음, 하지권 사진 / 불광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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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 해도 될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삽니다. 이는 자기 자신을 느끼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말 대신 실제로 가족과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가짐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도 생기고 마음도 따스하게 됩니다."

p.43

 

피에르 쌍소의 말처럼 '느림'이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며, 또한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과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p.117

 

종교는 숭고한 통찰의 순간에 나오기도 하지만 절망과 공포와 위기감에서도 온다.

                                                            -카렌 암스트롱

p.177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밤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 파스칼

p.275

 

 

승한,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中

 

 

+) 이 책은 스님이 여러 산사를 방문하면서 생각하고 깨달았던 내용을 글로 적었다. 산사의 사진들도 같이 실려 있어서 평온한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산사의 풍경을 이야기하고 옛 스님과 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러 산사를 둘러보았으나, 구체적으로 산사에 관한 정보나 소개글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스님이 뜻을 갖고 산사를 방문해 느낀점이나 깨달음을 쓴 책이다.

 

이 책을 지은 스님이나 사진작가는 어떤 세속적인 욕심으로 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사진 또한 절을 소개하기보다 사진작가의 눈에 들어오는, 그러니까 그 절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장면들을 사진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이 산사여행을 소개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진솔하고 소박한 점이 더 마음에 드는 책이다.

 

여러 사찰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사찰의 느낌과 절의 옛이야기, 스님의 지혜가 궁금한 사람에게는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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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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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나 자세는 문제를 그리 어렵게만 보지 말고 헤쳐 나가야 할 도전으로 받아들이는거야. 물론 그렇게 여겨도 여전히 장애물인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될꺼야. 그러니 매순간 우리가 어려움을 겪도록 한 신의 섭리에 감사해야 한단다.

p.47

 

확신이 없는 경우에도 세상에는 반드시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있다.

p.101

 

의심이 가는 경우에도 사람들의 가장 나쁜 점이 아니라 가장 좋은 점을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어.

p.180

 

행복은 소유에서 오는게 아니라 존재에서 오는 거란다. 우리가 이미 소유한 모든 것을 얻으려고 애쓰는데서 오는 게 아니야. 오히려 정작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행복의 근원일 수 있어. 왜냐하면 뭔가 부족해야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부족한 걸 채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p.187

 

 

A. G. 로엠메르스, <어린왕자 두번째 이야기>

 

 

+) 어린왕자와의 대화는 언제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반성해야 할 것들과 자신도 몰랐던 것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들에 대해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전작을 닮은, 어린왕자의 삶에 비교적 충실하게 접근한 작품이다. 다시 만난 어린왕자전 이전의 왕자와 달리 고민도 많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

 

그런 왕자를 지켜보는 어른의 시선은 안타까움만큼 소중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어린왕자는 여전히 순수하고, 여전히 벗을 믿고, 여전히 사람을 믿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은 믿음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하는 마음이 들면서 우리는 불안하고 불편해지는 것이다.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소박하게 안겨주었던 따뜻한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오랫만에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물론 전작에 비해 약간 작위적인 구조인 것도 인정하나, 적어도 전작이 주었던 어린왕자의 순수함을 지키고자 애썼다는 점에서 너그럽게 넘어갈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밤이 생각나던지, 올겨울에 또한번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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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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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을 믿는 마음을 잘 다독여 새롭게 다지고 세우는 일이 중요해요. 우린 실패를 인정치 않으려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p.34

 

악이란 사람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잘못이란다. 사람들은 돌길을 헤매다가 길을 잃고선 돌멩이를 주워 괜히 허공에 던지기도 하거든.

p.57

 

삶이란 아룸다운 모험이고 속임수 쓰지 않는 손재주 같은 거지. 반짝반짝 빛나며 자라나는 상상이자 뿌리 깊은 오렌지 나무이고 늘 우리를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움직이지 않고도 떠나는 여행같은 거지.

p.59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라

있는 그대로의 다른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p.134

 

 

필립 클로델, <아이들 없는 세상> 中

 

 

+) 이 책에서는 어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아이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작가는 부모로부터 소외 받거나 전쟁의 상처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세상을 보여준다. 어른들의 동화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어른들과 서서히 멀어지는 과정을 제시하는 아이들의 책이기도 하다.

 

여러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간혹 어떤 것들은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작가의 색채가 묻어난다. 어른들은 항상 어른들의 기준에서 아이들을 판단한다. 그리고 늘 그들이 옳다고 느낀다. 다 겪어온 어린 시절이기에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하며 행동하지만, 사실 어른들이 기억하는 것은 그들만의 이기적인 부분일 뿐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서 읽었을 때 깊이 기억에 남기보다 '아, 이렇구나' 정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다. 단편들의 길이가 짧아서일까. 어쨌든 좋은 구절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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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신영복.백낙청.조국 외 19인 지음, 하승창 엮음 / 상상너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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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무엇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니체

 

'존 롤스'의 '정의란 무엇인가'

 

다수가 누릴 큰 이득을 위해 소수자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평등의 원칙'과 사회적 최소수혜자에게 최소한의 조건 보장이 전제가 되면 각자의 능력에 따른 차등 분배가 가능하다는 '차등의 원칙'에 기반을 둔 그의 정의론은 20세기 현대 윤리학, 정치철학, 경제학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p.154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내가 뽑았지만,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은 내가 뽑은 적이 없다. 뽑을 기회도 없었고, 얼굴도 모른다. 다시 말해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그런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원이 어떻게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의원처럼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냐, 내가 뽑지 않았는데. 내가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 이쓴게 바로 시민적 상상력인 것 같아요.

 

바로 이 시민적 상상력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권력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183

 

"모두 자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기술적으로 하나가 된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행복을 바라더라도 남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과 하나가 되지 않는 한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버드런드 러셀

 

 

백낙청, 조국, 신영복 외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부> 中

 

 

+) 이 책은 신영복, 백낙청, 오연호, 조국, 김여진, 박래군 등등의 인물들과 만나 인터뷰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계 각층의 인물들을 두루 만나 각자 그들이 제시하는 화제, 혹은 누군가 제안한 화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눈다. 책 제목처럼 지금 이 시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해 두루 이야기하고 있다.

 

인권 문제를 비롯하여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해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무거울 수 있는 화제들을 가볍게, 그들 나름대로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누구나 읽어도 잘 이해될 수 있고 재미있는 책이다. 사람들에 내재된 열정과 희망, 그리고 옳은 것에 대한 고민의 도화선에 불을 지펴줄 수 있는 책이다.

 

배우 김여진의 말대로 내가 나서서 세상을 바꿀수는 없겠지만, 내가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일주일에 한두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서 그것을 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현 시대의 화두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모순 속에서 또 다른 모순을 만들어내는 답답한 시대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순의 돌파구를 찾아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았다.

 

어쩌면 우리는 한발자국 내겨 디딜 용기가 없어서 머물러있지는 않을까. 정의가 무엇인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마음 따뜻해지고 또 한편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청춘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나이의 청춘이 아니라 열정을 지닌 청춘이라면 그 누구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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