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의 다시 만난 심리학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2
김경일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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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일반적으로 성격은 '기질'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되는데요. 여기서 기질은 타고나서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을 뜻합니다.

반면에 성품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부분이며, 시간과 경험, 관계 속에서 충분히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특성, 즉, 성격이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기본값'이라면, 성품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결과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개념을 구분해서 이해하면, 나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은 노력으로 바꿔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습니다.

p.12

불안해질수록 루틴을 만들어 보고, 긴장 상태가 심하다고 느껴질 땐 작은 준비를 여러 번 반복하는 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어떤 근거로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 반대로 불안해 하기도 할까요? 그건 바로 '내가 설정한 기준이 얼마나 높고 낮은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기준이 낮을수록 덜 불안하고, 기준이 높을수록 더 불안해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일의 난이도나 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의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pp.45~47

우울감을 해소하고 싶다면 '강도'보다 '빈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나를 살짝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작은 이벤트나 경험을 자주 만드는 것, 그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그리고 그 작은 경험들을 기록해 두는 겁니다. 기록이 없으면, 아무리 부자라도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금방 잊게 되고, 다시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우울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빠져나와야 하는' 감정입니다.

p.62

사회성은 성격이 아니라 에너지의 양입니다.

중년이라면, 이제는 나의 사회성의 용량을 정확히 알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사회적으로 번아웃이 되는 일을 막고, 외로움을 스스로 초래하는 상황도 피할 수 있습니다.

p.90

치알디니 교수가 주목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는 습관이 형성되려면 반드시 'If-When-Then'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즉, '만약 (이때)~를 하면, 그다음에 ~를 한다.'라는 식으로 조건과 행동이 연결될 때 비로소 습관이 굳어진다는 겁니다.

p.143

싫은 사람 정말 안 보고 살고 싶죠.

그런데 그에 앞서, 먼저 이 생각을 할 필요가 있어요. 싫다는 감정은 최종결과일 뿐, 근본적으로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나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가능한 한 자주 만나지 않고,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pp.185~186

외국의 한 언어학자는 이때 한국 가족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감정이 생긴다고 말했는데, 그 단어가 바로 '지긋지긋하다'입니다. 이 단어가 한국 가족 관계를 상징하는 말로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고 하죠.

또 많은 사람들이 왜 가족에게만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지 궁금해하는데, 그건 결국, '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타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늘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생각은 비합리적 신념이죠.

pp.217~219

김경일, <김경일의 다시 만난 심리학> 中

+) 이 책은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잘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자기 자신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관계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심리학자인 그는 기질과 성품을 구분해 설명한다. 우리 자신의 기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과 성격이 좋아하는 방법 등을 언급한다.

그리고 불안이 왜 생겨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불안을 억누르기 보다 적당한 긴장으로 이용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울감 역시 스스로가 몰입할 수 있는 소소한 행위들로 살짝 빠져나오는 방법을 권한다. 이때의 소소한 일상은 잠시라도 기분 좋게 집중할 수 있는 일로, 추후에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나 대인 관계에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가 갖고 있는 사회적 에너지의 양을 먼저 파악할 것을 추천한다. 그 용량에 맞게 행동하면 사회적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외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인지, 가족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한국만의 문화에 적응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쁜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저자의 단호한 문장들이 신뢰감을 주고, 주장에 맞는 근거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제시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느끼는 많은 감정들은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계속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타인과 잘 지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단정적인 표현들로 구성된 만큼 수용하기 쉽다고 느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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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영어 표현 100 - 헷갈리는 영어회화 표현
전정국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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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35) What, Which

왕초보나 초급 단계 학습자분들이 가끔 헷갈려 하시는 WhatWhich, 어떻게 다를까요?

What은 말하는 예시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막연할 때 써요.

ex)

What is your name?

이름이 뭐예요?

What do you want?

뭘 원하니?

What are you eating?

뭐 먹어?

Which는 말하는 예시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그중 선택을 하게 할 때 씁니다.

ex)

Which do you prefer, summer or winter?

어느 걸 선호하니, 여름 아니면 겨울?

Which is your car, the red car or the gray car?

어느 게 네 차니? 빨간 차 아니면 회색 차?

Which one is yours, this one that one?

어느 게 너의 것이니? 이것 아니면 저것?






<빈칸 채우기>

  1. __________ color do you like better?

어느 색을 더 좋아하니?

2. __________ is going on?

무슨 일이지?

3. __________ team do you think will win?

어느 팀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해?

4. __________ do you know?

네가 아는 게 뭐니?

pp.92~93

전정국, <알쏭달쏭 영어표현 100> 中

+) 이 책은 영어 강사인 저자가 수년간 학생들에게 영어 강의를 해오면서 학생들이나 선생님들도 헷갈리는 영어 표현들이 많다는 걸 발견하고, 그런 표현들을 모아 정확하게 정리한 것이다.

'위치와 장소, 활동, 동작, 시간, 질문과 대답, 정도, 조동사, 동사와 동사구, 명사, 접속사와 전치사'로 소주제를 정해 총 100개의 헷갈리는 영어 표현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표현이 어떤 표현과 헷갈리는지 보여주며 그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서로 다른 표현의 예시는 물론 학습자의 복습을 위한 빈칸 채우기 문제도 수록되어 있다.

또 저자의 강의 영상을 담은 QR코드가 각 장마다 있어서, 알쏭달쏭 한 영어 표현들이 어떻게 다른지 유튜브 해설 강의도 참고할 수 있다.

표현의 차이를 설명할 때는 영어 문법적 부분은 물론이고, 그 표현을 사용하는 상황, 영어권 문화, 나이와 세대, 과거와 현재, 문어체와 구어체 등의 기준을 적용하여 차이점을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 준다.

책의 구성이 독자들이 살펴보기 편하도록 핵심적인 정보를 정리하고 있어서 공부하기에 부담이 적다. 더불어 다양한 사진도 함께 담아서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목차를 보고 어떤 표현들이 헷갈리는지 먼저 찾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헷갈리는 영어 표현이 정말 많은데, 이 책을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며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영어도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저자의 말에 위안을 받았고, 그렇기에 사용 빈도로 구분해야지 옳고 그름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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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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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인간의 고통에 눈 밝기에 거짓말인 그런 글을 쓰는 황당한 사람 한 명이, 또 그런 글과 그런 인간이 소중한 줄 알기에 몇 장의 종잇장을 찾아 헤매는 황당한 사람 한 명이 이 삭막한 세상에 빛을 밝힌다. 허구로써 현실을 감내해보려는 것, 그것이 문학의 진면목이 아닐까 싶다. 또 그런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인문학의 진면목일 것이다.

pp.22~23

무얼 좀 도와드리는 시늉을 하면 고맙다는 말 다음에 덧붙인다.

"괜찮아요. 이건 제 일인걸요."

내 일, meine Arbeit 혹은 my job. 사실 내가 독일에서 가장 자주 듣고 감탄하는 말이다.

"제 일인걸요." 현실인식과 책임감과 자긍심까지 배어 있는 이 말을 나는 사랑한다.

p.41

자녀들을 노동에서 소외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노동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고 거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 느낄 줄 아는 것, 그렇게 하도록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 삶의 지혜 중에서도 지혜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갖추어주어야 할 두 가지. 괴테가 요약했다. '뿌리와 날개'라고. 우리의 상황으로, 현실로 아주 낮추어 - 사랑에 기본을 두고- 의역해본다. 노동과 격려일 것 같다.

pp.59~60

젊었을 때, 온 세상이 캄캄해서 앉은뱅이처럼 앉아만 있었을 때는 누가 새끼손가락 하나만 잡아주면 일어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상은 때로 절벽 끝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사람의 손을 짓밟듯이 가혹했다. 어쩌면 세상의 정말 중요한 일들은 바로 외로움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이치를 젊었을 때는 몰랐다.

p.116

홀레 씨는 강연문에서 자신이 왜 평생 이윤 없는 문학에 관심을 가졌는가를 이야기하고는 이런 구절로 끝맺고 있었다.

"문학은 사람을 만듭니다."

p.143

병 깊은 어머니가 딸에게 시킨 것이 그저 마라톤이었을 리 없다. 세상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험한 세상에서 딸이 어떻게든 스스로 튼튼한 두 다리로 서고, 세상을 헤쳐갈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무얼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야 사라질 리 없으니 길은 스스로 찾을 것이다.

p.213

책에서 나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생각을, 많은 생각을 하며 읽는다. 공감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낯설어하며 물리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세상에는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며 조금 사고가 열리기도 한다. 그렇게 열리는, 어쩌면 열려야 하는 사고의 지평은 무한하다.

p.257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中

+) 이 책은 약 10년 전에 출간된 책을 재출간한 것으로, 괴테 학회가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 수상자인 저자가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순간들에 대해 써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연구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겪은 복잡한 감정과 힘든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또 문학과 음악 등의 예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언제 떠날지 모를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존재들에게서 얻은 감동도 언급한다.

책은 에세이 글과, 그 글의 소재를 연상하게 하는 흑백 사진과, 아름다운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줄글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의 어려움을 알기에 그 시간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문장이 많이 담겨 있다. 더불어 그런 순간조차 우리에게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조언하는 저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글을 사랑해서 얼마나 아픈지, 그러면서도 글에서 힘과 위안을 얻고, 그런 순간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진실하게 와닿는 책이었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소소한 인생의 순간들을 사랑하고, 힘껏 애쓰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온화하지만 단단한 힘을 전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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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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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인 건 맞다. 다만 그 배움이 방학을 맞이한 당사자가 아닌, 모친의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 다를 뿐이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아니면 정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뽑든가요, 하는 표정으로 나는 손톱을 매만졌다.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여유를 보이면 된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협상 자체가 의미 없는 완벽한 갑과 을 관계가 있다.

"딸이 시험 끝나고 모처럼 반 애들을 위해......"

"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pp.11~12

어느 곳이나 삐딱하게 세상을 보는 부류는 있다. 다만 그 소수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는 현실이 어이없고 화가 났다. 쿠키는 그저 쿠키일 뿐이었다. 버리기 아까워서 가져왔다니. 어떻게 그토록 무례한 말을 내뱉고는 장난이라며 쉽게 웃을 수 있을까.

p.23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의심하고 질타를 보낼까? 무거운 철문을 힘껏 닫아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안의 문은 너무 쉽게 열려 버렸다. 그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서러움과 속상함, 외로움과 아픔이 허물어지며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pp.47~48

"또 어디 가는데?"

"그냥."

정말 그냥이었다. 이제 쿠키는 살 필요도 먹을 이유도 없으니까. 그럼 전에는 어떤 필요와 이유가 있었나? 그 생각을 하자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p.80

이희영, <쿠키 두 개> 中

+) 이 소설은 엄마의 쿠키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고등학생 '나'의 시선과, 그 가게 앞에 서 있는 신비한 '소년'의 시선으로 구성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나'의 관점으로 서사가 진행되는데, '나'는 쿠키를 팔다가 꿈에서 본 소년이 엄마의 가게 맞은편에 서 있는 걸 알게 된다.

그 꿈에는 소년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투명한 손이 나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렇게 반복되는 꿈에 호기심이 생길 때쯤 그 소년이 실제 눈앞에 등장한다.

이 소설에는 사람의 진심을 왜곡하는 불쾌한 이들의 목소리가 종종 등장한다. 저자는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그냥'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따뜻한 진심이다.

그런데 그 진심 어린 마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은 상처 입고 힘들어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순수하게 타인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여기는 마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함께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쿠키 한 개로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느끼면서 또 같이 행복했다. 진심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 상처받기 보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게 낫다는 걸 가르쳐 준 소설이었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많았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꿈같은 이야기가 꿈이 아니게 되는 순간도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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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따위 넣어둬 -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
장정희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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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나는 어차피 삶을 견디는 것,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일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좋은 일에도 긴장을 일으킨다. 그러기에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견디며 살아간다면, 억지로 버티느냐, 기꺼이 버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기꺼이 버티며 살아가자는 거다.

숨구멍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피아노, 요리, 독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식구들 잠든 밤에 마시는 차 한 잔의 고요가 될 수도 있다.

p.26

나는 머릿속이 멍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는 걷는 편이야. 1박 2일로 걷기도 하지. 하루 일곱 시간도 여덟 시간도 걸어. 물론 혼자 걷지. 구례, 고창, 순천, 해남, 순창, 광주 천변을 따라 영산강까지 가본 적도 있어.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절뚝이며 걷는 동안 내 안의 모든 에너지와 물기가 다 빠져나가는 게 중요해. 학대에 가까울 만큼 완전 연소를 시키는 거야. 집에 도착할 때는 쓰러질 정도가 되도록.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비로소 내 안에 새 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는 것을 느껴.

p.42

등급을 매기는 구도에서는 누구 하나는 꼴찌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문제는 노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학점과 아르바이트와 자격증과 어학 공부에 죽을 둥 살 둥 매달려도 모두가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부족한 일자리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노력 부족'이라고 할 것인가.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 또는 모순된 사회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슬픔은 나만의 슬픔이 아니라 우리들의 슬픔이 된다. 우리가 서로의 슬픔을 공유하고 손을 맞잡아야 하는 이유다.

p.81

"우리의 내면에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해요. 혼자만의 고요함 속에서 사람들과 지내는 동안 부풀어 올랐던 온갖 감정들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 말이에요. 고독은 이처럼 우리에게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죠. 그러니 여러분,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고독은 우리를 안으로 익어가게 해 주는, 내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니까요."

pp.94~95

"쌤, 새로운 삶을 위해서 과거 인연을 끊으면 많이 외로울까요?"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던 내가 겨우 입을 열었다.

"새로운 삶은 또 다른 인연을 데려오기도 하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네가 만들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그 시작이니까."

p.102

그렇다. 나는 아이에게 진 게 아니었다. 용서를 받은 거였다. 용서 받는 마음이 그렇게나 아픈 줄 그때 처음 알았다.

p.117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그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어.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거야. 아빠도 아빠의 자리에서, 오빠도, 새엄마도, 할머니도, 제각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어딘가 아쉽고 불만스러운 점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욕심)으로 생각하니까 그런 것일지도 몰라.

p.120

"내가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떨쳐내지 못한 콤플렉스 중의 하나는, 재능도 없는 데다 살아온 삶 또한 지극히 평범했기에 고통이라는 재산도 없다는 사실이었어. 그래서 늘 작가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했지."

"네 불행한 삶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아픔을 겪는다면 그건 너를 둘러싼 세계의 시스템과 어른들의 잘못이다.

게다가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은 글 쓰는 사람 자신을 먼저 치유하고 구원한다고 믿어. 그것이 독자의 공감으로 이어지지."

pp.221~222

장정희, <존경 따위 넣어둬> 中

+) 이 책의 소개 글을 보면 '대한민국 교사의 비망록'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퇴직한 교사가 40년 동안 국어 선생님으로서 살아온 삶과,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로서의 삶도 담겨 있다.

정확히는 다양한 역할의 삶을 살면서 저자가 느끼는 고민과 복잡한 감정 등을 실은 책이다. 에세이집임에도 방대한 분량이 인상적이었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성실하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요즘 학교에 많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면서도, 그들이 겪을 내적 고민과 그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이해되어 안쓰러운 마음도 깊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학생으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기본' 혹은 '근본'이라는 개념 하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런 것들이 정말 살면서 필요하다면 중요한 것만 선택해 깊이 있게,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본인들의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개정하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경쟁 사회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옳은 것일까.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교사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스트레스로 쓰러졌던 저자는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걷기'를 선택한다. 한없이 걸음으로써 자기 안의 것들을 감당하려고 애쓰는 저자를 보며 단단한 사람이면서, 단단한 선생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선생님인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했는지,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어떻게 교류했는지, 특히 문예반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담고 있다.

또 글쓰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글과 생각을 만나며 스스로도 정화하고, 아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한층 성장하게 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소설 및 영화 그리고 에세이를 선정해 아이들과 교류하며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며 나누는지 제시한다.

한 권의 에세이집에서 중수필과 경수필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민해 볼만한 것들과 일상에서 나누었으면 좋겠는 순수한 모습 등을 다양한 글에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알찬 에세이집이었고, 솔직한 교사의 글을 읽으며 공감과 고민을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많은 이들에게 따라 걸어도 좋을 발자취가 될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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