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쟝센 데미지케어 리페어 헤어팩 - 180ml
아모레퍼시픽
평점 :
단종


사용해보고 깜짝 놀란 제품이다. 놀라울 정도로 촉촉해진 머릿결에 감탄했다.  

향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가격도 용량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  

파마머리의 결을 그대로 살려주기 때문에 다른 헤어팩과의 차별성이 느껴진다. 

일주일에 1회 사용하는 제품이라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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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창비시선 282
이재무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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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밥 짓기 위해 쌀 푸러 갈 때마다

 

눈에 띄게 줄어 있는 자루 예사롭지 않다

 

우리가 달에 한 번 비우는 자루처럼

 

삶과 죽음은 심상한 것

 

내게서도 시간의 낱알 한 알 두 알

 

시나브로 새어나가 어느새

 

몰라보게 생의 자루 홀쭉해졌다

 

어제는 낱알들 한꺼번에 쏟아놓은, 밑 터진 자루

 

탁탁 털어 반듯하게 개어서는

 

마음의 창고 안에 고이 모셔놓았다

 

날바다 빈 자루들 늘어가지만

 

신이 정해놓은 길 바꿀 수 있는

 

삶의 전문가는 없다

 

낱알 하나가 또 소리 없이 자루를 빠져나간다

 

 

 

이재무, <저녁 6시> 中

 

 

+) 이재무의 시는 사람을 닮았다. 사람과 시적 소재 간의 비유 관계가 성립하는데, 중요한 것은 사람이 보조관념이라는 점이다. 원관념은 그가 읊고 있는 시적 대상들이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 /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 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 ([국수] 부분) 그의 시에서 의인화되는 것들은 단순히 표현기법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정말 사람을 닮고 싶어하는 시인의 시심이 짙은 것들이다.

 

이재무에게 삶은 사람 혹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것들의 만남이고 지속이다. 그것은 일직선이 아니라 물결처럼 곡선이 넘실거리는 것이다. 삶의 높은 곳과 낮은 곳, 즐거운 곳과 쓸쓸한 곳, 행복한 곳과 슬픈 곳을 두루두루 섭렵하는 천천히 이는 물결이다. "수평에 배 대었다 떼며 비상하는 돌의 / 그 아슬아슬한 긴장에 전율하던 때 그에게도 있었다 / 하지만 수평을 걷던 돌 이내 물속으로 가라앉듯 / 삶은 순간 지워지고 만다, 흔적이란 그런 것이다" ([물수제비] 부분)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의 삶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통해 소박하고 전통적인 서정성을 지닌 이런 시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최근 발간되는 시집들은 시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을 삶은 시집에서 풍기는 밥냄새같은 반가운 시가 늘었으면 싶다. 얼마전에 어떤 시집을 읽다가, 읽다가 포기해버렸는데, 그건 이해불가능함보다 소통불가능함의 불쾌함 때문이었다.

 

물론 이 시집에 생각보다 많이 사람이나 삶, 죽음의 시어를 내놓는 것도 사실이다. 시에 직접적으로 그런 용어를 명시하는 것이 그의 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이지만, 나는 그것이 시인의 순수하고 솔직한 체험이며 마음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이 시집은 저녁 6시가 아니라, 오후 4시 정도의 넉넉함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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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조건
프란체스코 알베로니 지음, 홍재완 옮김 / 교양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도자는, 무능한 사람들과 관습과 전통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원대한 이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원대한 계획을 추구하고 이다면, 언젠가는 그 계획을 방해하는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p.16

 

우리는 매번 불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현재나 과거를 참고 결정해야 한다. 결정은 미래를 향한 것이고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결정은 항상 불확실하고 위험이 뒤따른다. 우리 머리 속은 어느 한 주장을 지지하는 100가지 이유와 그 반대 주장을 지지하는 100가지 이유로 가득 차 있다. 그러므로 선택은 항상 내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

p.117

지도자의 기본 자질 중 하나는 불안함을 극복하는 능력이다. 지도자는 무엇보다 위기의 순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감정의 기복이나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p137

 

한번 권력에 맛을 들인 사람은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법이다. 그리고 이 점은 정치인이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는 데 왜 그렇게 필사적인가를 설명해준다. 이들은 권력을 유지하거나 되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타협이든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들의 병은 이렇게 중하고 이들의 과시욕은 만족을 모른다.

p.207

 

지도자는 명령의 특권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이다. 만일 지도자가 꿈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계속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을 창안하지 않는다면, 국가나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정조차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p.261

 

 

프란체스코 알베로니, <지도자의 조건> 中

 

 

+) 이 책에서 설명하는 지도자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자신이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과 피해야할 것들을 실존 인물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으나 실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만 나와 있을 뿐 어떤 상황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구체적인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이론을 나열해 놓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어쨌든 저자의 언급대로 창조적인 지도자가 곧 올바른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조건을 비롯하여, 타인의 마음을 얻는 지도력까지 제시해 놓았는데 현실적으로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한 나라 혹은 한 마을의 지도자가 아니라 기업이나 가정에서도 지도자는 필요하다. 소규모 그룹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그런 지도자의 자세와 가짜 지도자의 구분법까지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지도자의 위치에 서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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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나리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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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워한다는 건 사랑하고 있다는 거다. 나는 지독한 말들을 퍼부으면서도 어머니에게 이렇게 곧잘 선물을 사들고 갔고, 기분이 나면 어머니 대신 요리나 청소를 말끔히 해주기도 했다.

p.35 [플라나리아]

 

약간 위화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내가 동경해 마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타인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거야. 나는 혼자가 되어 밤길을 걸으며 나 자신에게 그렇게 자꾸 되뇌었다.

p.56 [플라나리아]

 

나는 허둥지둥 그의 팔에 매달려 몸을 일으켰다. 순산, 뭔가 그리운 듯한, 어느 구석인가 아픈 듯한 이상한 감정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슬슬 배가 고픈데 라면이라도 먹죠?"

그 말을 듣고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그리움과 아픔은 오랜만에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계단에서 구른 것은 지독히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다.

p.152 [네이키드]

 

 

야마모토 후미오, <플라나리아> 中

 

 

+) 이 소설집은 일본의 문학상인 나오키상의 제124회 수상작이다. <플라나리아>는 '프리터(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최소한의 생계비만을 벌며 남는 시간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사회부적응자, 낙오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경쾌하게 포착해 길어올린 단편 5편의 모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5편의 작품들이 뭔가 끝맺음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였을까. 작가는 인물과의 거리를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독자인 우리 조차 인물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함께 호흡한다기 보다 철저하게 그들과 분화되어 그들의 삶을 지켜보게 된다. 이런 글쓰기는 조금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시선이 깊다'고 평가받았다.

 

인간에 대한 시선, 이라는 표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정서적인 동감이 아니라 객관화된 시선이 이 작품의 특징이겠구나 싶다. 하지만 나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다. 나는 좀 더 깊이있게 인물의 내면에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그들의 것을 내 것으로 담고 싶은 욕심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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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향고래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70
정영주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심포항 2'

 

바다가 제 몸을 꼭꼭 씹어서

뻘밥을 만들어놓는다

어미가 딱딱한 밥을 씹어

여린 새끼 주둥이에 넣어주듯이

바다는 하염없이 질긴 물살을

안으로 땡기고 밀고 새김질해서

찰진 뻘 사래 긴 밭을 만들어놓는다

 

포구에 다닥다닥 붙어서

물때 들고 나는 그 실한 진저리

쟁기질로 뒤집어놓는

광활한 뻘밭에 엎드려

하루치 양식을 줍는 아낙들을 본다

괭이갈매기 눈보다 빛나는

욕설의 갈고리 뻘밭에 내리찍으며

바다의 백합을 따는 가난한 이들

손톱과 발톱이 툭툭 잘려 나간다

 

하루에 두 번씩 제 몸을 씹어서 식량을 주고

허허실실 돌아서 가는 바다 앞에서

이깟 설움, 한 끼 밥도 되지 않는 이깟 설움

무엇이라고 나는 보탬도 없이

뻘밭 고랑만 뒤지다 일어선다

김 서린 아낙의 등에 뜨거운 고봉밥이 얹혀 있다

 

 

정영주, <말향고래> 中

 

 

+) 정영주 시인의 눈에 비치는 풍경은 감상하는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에게 삶으로, 사람으로 다가선다. 바다에서 일하는 아낙들의 모습을 통해, "바짝 타들어 검은 뻘로" 존재하는 서해를 통해, 시인은 "서해가 절절한 삶이라는 것을 알았다." 즉, 바다가 삶이고, 삶이 바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해, 저 독한 상사] 부분)

 

그건 굳이 바다에만 머무는 사상이 아니다. 시인은 산에서도, 바람에서도, 햇볕에서도, 풀에서도  절절한 삶을 발견한다. "쐐기풀을 하나하나 뜯어내다 / 내 안의 가시도 찾아낸다 /  어느 날 무심히 몸에 달고 온 / 가시풀들이 불러낸 생의 문양들"([흔적] 부분)을 어루만지며 시인은 자신의 상처도, 자연의 상처도, 타인의 상처도 포근히 안아준다.

 

어쩐 그 타인이란 어머니 혹은 아버지일 수 있다. 내가 아닌 타인이나, 나만큼 소중한 존재인 그들, 가족. "재봉틀 들들거리는 파도 소리로 / 새끼들 입을 채우던 어머니"([합장] 부분)의 모습은 "늘 그렇게 / 깜깜한 심해였다"([바람에 묻은 주소] 부분)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시인은 바다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렇게 바다는, 자연은, 인간의 삶 그것과 다르지 않다.

 

<말향고래>는 전통시의 틀을 잘 이어나가는 시집이다. 다만 대상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눈이 좀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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