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일어나.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아버지가 부르짖었다. 점점 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집단은 어차피 집단이라고. 부르주아도 프롤레타리아도 집단이 되면 모두 다 똑같아.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못 지켜서 안달이지!”

p.327 [1권]

 

“집도 사람이나 매한가지야.” 나이든 아저씨가 불쑥 말했다.

“사람이 와서 살아주지 않으면 금세 늙어버려. 그러다가도 사람이 들기만 하면 갑자기 젊어지거든.”

지로는 그 말에 공감했다. 마냥 팽개쳐두면 아이들 역시 비뚤어진다.

p.45 [2권]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1, 2> 中

 

 

+) 이 소설은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참여하다가 아나키스트로 분파한 아버지를 둔 사춘기 소년 우에하라 지로의 일상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한 국가의 국민임을 거부한다거나, 아들에게 학교란 필요치 않다며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치거나, 경찰이나 변호사처럼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에게 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과연 옳은 것인지 가르치려드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들 지로로서는 아버지가 학교에 와서 부당함과 불의를 주장하는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다가 결국 이들 가족은 섬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는데 그곳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불의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토지개발회사와의 대립. 그로 인해 가족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게 되고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는 현실이 아닌 그들만의 세계를 찾아서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쉽고 간결한 문체로 또 쉽고 간결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큰 의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공중그네>만큼의 유쾌함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도 나름대로의 유쾌함이 존재하고 있다. 불의를 당당히 지적하는 힘, 그것이 지로의 아버지가 지닌 힘이고 당당함이다.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그외의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아버지. 그의 존재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에게 불의에 맞서는 정의에 대해 논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일어나.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아버지가 부르짖었다. 점점 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집단은 어차피 집단이라고. 부르주아도 프롤레타리아도 집단이 되면 모두 다 똑같아.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못 지켜서 안달이지!”

p.327 [1권]

 

“집도 사람이나 매한가지야.” 나이든 아저씨가 불쑥 말했다.

“사람이 와서 살아주지 않으면 금세 늙어버려. 그러다가도 사람이 들기만 하면 갑자기 젊어지거든.”

지로는 그 말에 공감했다. 마냥 팽개쳐두면 아이들 역시 비뚤어진다.

p.45 [2권]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1, 2> 中

 

 

+) 이 소설은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참여하다가 아나키스트로 분파한 아버지를 둔 사춘기 소년 우에하라 지로의 일상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한 국가의 국민임을 거부한다거나, 아들에게 학교란 필요치 않다며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치거나, 경찰이나 변호사처럼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에게 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과연 옳은 것인지 가르치려드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들 지로로서는 아버지가 학교에 와서 부당함과 불의를 주장하는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다가 결국 이들 가족은 섬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는데 그곳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불의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토지개발회사와의 대립. 그로 인해 가족들의 단결된 모습을 보게 되고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는 현실이 아닌 그들만의 세계를 찾아서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쉽고 간결한 문체로 또 쉽고 간결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큰 의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공중그네>만큼의 유쾌함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도 나름대로의 유쾌함이 존재하고 있다. 불의를 당당히 지적하는 힘, 그것이 지로의 아버지가 지닌 힘이고 당당함이다. 스스로에게 떳떳하다면 그외의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아버지. 그의 존재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에게 불의에 맞서는 정의에 대해 논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이처스 뷰티 콜라겐 수분스킨(스프레이식 용기) - 150ml 네이처스 뷰티 콜라겐 수분스킨 1
Nature's Beauty
평점 :
단종


저렴한 가격에, 향도 좋고, 질도 좋아요. 촉촉하게 스며들어요. 전 몇개째 사용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이야기 -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강의
이영훈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민족은 20세기의 한국사를 조명하는 중요한 시각이긴 합니다만, 그것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본질적이고 실체적인 역사의 단위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개별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본성은 자유이고 도덕적 이기심이고 협동능력입니다. 그러한 보성의 인간들이 상호 경쟁하면서 또 상호 협동하면서 건설해 가는 생산과 시장과 신뢰와 법치와 국가의 역사가 진정한 역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문명사라고 자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pp.20~21

 

그러나 저는 감히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근본주의적 열정과 감성의 체계로서 민족주의는 대한민국을 세계의 선진사회와 선진국가로 발전시키기에 역부족이며,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역사의 족쇄로 작용할 위험성이 크다고 말입니다.

p.35

 

흔히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아닙니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 그것이 역사이지요. 기억되지 않은 과거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허무이지요.

p.65

 

흔히 사람들은 일제가 토지와 식량을 수탈했다는 교과서이 서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그렇다면,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자는 말이냐"라고 불쾌해합니다. 저는 제국주의 비판의 논리가 그렇게 단순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국주의는 수탈의 여부로 비판할 것이 아니지요. 수탈 여부와 무관하게 제국주의는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다름 아니라 인간 본성에 반하는 체제가 제국주의이기 때문입니다.

p.80

 

 

이영훈, <대한민국 이야기> 中

 

 

+) 며칠전에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올해 신입생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여 각종 신문이 시끄럽다. 물론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고 우연히 이 책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하필이면 시기가 지금이다. 이 책은 몇 년 전 100분 토론 '망언'이란 표현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영훈 교수의 책이다. EBS에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원고를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다.

 

일명 뉴라이트 역사서로 불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부분들이 꽤 있다. 역사서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편이다. 그건 사실 판단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일단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고려할 때 이런 책은 꽤 위험하다. 작가가 펼치는 생각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를 바라본 시각과 솔직히 많이 다르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처럼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안봐도 뻔한데, 과감하게 적어 내려간 필치에 쓴웃음이 났다. 무엇이 사실인지 판단하고 올바른 역사를 구성하여 선진 사회를 구성하자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 사실을 판단하기에 앞서 작가가 강조하는 개별 인간의 측면에서 '도덕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신대와 위안부의 차이를 알리는 것은 우선적인 일이 아니다. 아니, 그 차이를 알리고 싶었다면 오히려 그보다 앞서 그 일로 어마어마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이 먼저다. 

 

경제학자라서 그럴까. 선진사회로 나가아기 위해서,라는 발언은 좀 씁쓸하다. 선진국가, 선진사회를 논하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근본주의적인 열정과 감성'이다. 근본주의적인 열정과 감성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논하는 근본이 잘못되었다고 구조적으로만 이야기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있을까. 사람들이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떠나서 과거에 일본인이 저지른 잘못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부로 전체를 매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작가의 말대로 인간 본성에 반하는 제국주의 그 자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체제를 떠나서, 나는 한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역사를 생각하고 고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일어난 것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우리가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들여다보아야 사실도 되찾을 수 있는 것이고 포기하지 말고 난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판단이 실린 역사서는 그것이 좌파 계열이든 우파 계열이든 옳지 않다고 본다. 더 많은 대중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 함깨 고민할 수 있는 역사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림일기 세계사 시인선 50
유하 지음 / 세계사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공부'

 

체중계의 바늘이 0을 가리키는

내 몸무게에 깜짝 놀라

당장 시작한 벤치 프레스

하나 하나 늘려가는 바벨의 중량 덕분에

풍선 바람 나가듯 빠지는 살도 살이지만

신기하여라

그 무심한 쇳덩어리들이

손 시린 인생공부를 시킨다

 

새로운 무거움을 접하며

비로소 나는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된다

전 단계의 무게에서

깔짝깔짝 역기를 농락하던 나는

얼마나 초라한 비계덩어리에 불과했던가

바벨을 하나 하나 늘릴 때마다

나의 자만이 살이 빠지듯

내 몸을 서서히 빠져 나간다

 

가령 바벨을 늘리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의 무거움을

짐작하는 자들처럼,

살고 있는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듣는 귀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이 들어올리는

타성에 젖은 중량의 권위로

쉽게 잴 수 있다고 믿는 그들에게

새로운 중압감의 고통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일쯤이야

뻔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바벨을 하나씩 늘리다 보면,

세상에 뻔한 이야기란 없다

당장 올려놓은 낯선 쇳덩어리의 무게가 나를 압사시킬 듯

그것을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뻔한 것은,

 

조금만 무리하게 바벨의 무게를 늘려도

쉬 짓눌려 버리는 우리 자신들이다

지금 보잘것없는 무게에도 쩔쩔맨다고 하여 그를

무지렁이라 비웃지 말라

새로운 무거움의 고통을 감수하며

하나, 하나, 바벨을 늘려가는 자만이

결국 새로운 세계를 견딜 수 있으리니

하나앗 둘.......

하나아앗 두울.......

 

 

유하, <무림일기> 中

 

 

+) 갑자기 유하의 첫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누런 책종이가 반갑게 느껴졌다. 유하의 첫 시집은 1989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회를 풍자하는데 대중문화를 끌어들인 파격적인 시집이다. 흔히 말하는 '키치'라는 개념이 그의 첫 시집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당시 저급하게 평가되었던 대중문화를 소재로 풍자 효과를 톡톡히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문화 저급문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만, 이 시집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읽어도 공감이 되는 작품들이 많다. 당신의 '고급문화 / 저급문화'라는 것이 지금에도 여전히 '문화'라는 테두리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만큼 '키치'에서 중요한 것은 '대중'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대중이 존재하는 한 대중들의 삶을 반영하는 키치는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림일기' 연작시는 1980년대 정치를 과감하게 풍자하는 작품들이다. 무협지에나 등장할 법한 용어들을 나열해가며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시를 적고 있지만, 사실 그 바탕에는 무협지처럼 혼돈과 배신, 결투가 난무하는 정시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모습을 직설적으로 그려낸다. 물론 무협지를 연상하는 듯한 용어들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 읽어도 매우 공감이 된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타락한 관리는 존재하고, 그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백성들은 여전히 있듯이.  첫 시집이라 그런지 시인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시인의 열정이라고나 할까. 다음 시집을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