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발견 - 물건이 아닌 의미를 파는 법
최장순 지음 / 틈새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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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생산된다. 그리고 편집과 유통 과정을 거쳐 해석된다. 해석의 주체가 많을수록 의미는 다채롭게 펼쳐지고, 의미의 조정이 어려워진다. 모든 권력이 원하는 것은 바로 손쉬운 '의미의 조정'이다. 의미의 획일화는 의미의 생산-편집-해석-유통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해석의 단일화, 의미의 환원주의, 환원주의는 언제나 섹시하다. 쉽고 강렬하니까. 그래서 매우 강력하다. 한동안 가성비만이 답인 것처럼 모두가 떠들었던 것도 일종의 환원주의다. 세상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건, 오답이 아니라 정답이 하나라는 사고방식이다.

p.25

제품, 조직, 개성, 상징. 이 네 가지 요소는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차원을 제시한다.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 차원 모두를 이해해야 한다.

p.68

현상에 대한 간편한 인식은 언제나 단어를 쉽게 확장, 변화시킨다. 가성비라는 단어 역시 확장됐다. 트렌드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유사한 프레임 내에서 키워드 변화가 시작됐다.

이러한 트렌드 시리즈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가격', '성능', '심미적 만족도', '나의 취향과 가치관', '시간' 등 표면적 요소가 아니라, '가치는 비용 대비 혜택' 이라는 공식이다.

p.91

내 상품의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땐 과감히 의미의 맥락을 바꿔라. 자기 정체성을 고집하여 지나치게 표면적 일관성을 내세우지 말자. 본질을 잃지 않되, 시장과 소비자에 따라 유연하게 형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p.117

이 시대에 무언가를 소비한다는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 외에도 '기호'까지 유통된다는 걸 의미한다. 상품 소비와 기호 소비가 맞닿는 그 지점에 브랜드가 위치한다. 브랜드는 상품 차원의 가치와 더불어 기호 차원의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는 가치의 집합이자 의미의 교차로다. 상품과 기호의 세계가 합쳐져 브랜드의 세계를 이룬다.

p.120

이것이 답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의미는 언제나 미끄러진다.

p.169

최장순, <의미의 발견> 中

+) 이 책이 저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한다. 광고기획의 책임자라고나 할까. 마케팅을 비롯해서 브랜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신선하게 접근한다. 책의 처음 부분은 기존의 발상을 뒤엎기에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브랜드가 갖는 의미와 위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브랜드 가치가 생산자 혹은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성과 의의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의미의 발견이 꽤 흥미롭고 유익해서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든 발전 가능성이 충분함을 확인할 수 있다. 광고 혹은 마케팅,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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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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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절이든, 힘든 시절이든 티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매사 결과는 내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탓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점이 발견된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만 주어졌다.

p.16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신께서 머잖아 "너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라며 지시를 내려주리라. 운이 나쁘다며 우물쭈물 고민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다음 운명을 기다리는 편이 생산적이다.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이유는 신께서 나에게 다른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고 다음 단계를 준비했을 때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p.35

어떤 운명으로부터도 우리는 배운다. 그것을 배우지 못한 인간만이 운명에 패배하는 법이다.

p.41

우리는 타인의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우리가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줄 때도 많다. 무책임한 짓을 저지르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며 억울해할 때도 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평가는 언제나 다르다. 그래서 신이 필요하다. 인간이 나를 오해해도 신은 나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다는 위로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p.70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p.103

우스꽝스러운 부부는 안정돼 있어 좋다. 우스꽝스럽다는 것은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말하며 그런 약점을 사랑하게 되면 부부관계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p.108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中

+) 이 책은 일본의 소설가가 쓴 에세이집이다. 불행한 시절을 견뎌온 저자가 깨달은 삶의 이치를 담담하게 적고 있다. '나답게'라는 말에 무게를 주기 위해 스스로 단단해질 것을 권하며, 불행이나 불운 앞에서도 배울 점이 있고 또다른 뜻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세상에서 오해받지 않는 인류는 없으니, 타인과의 관계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타인의 오해에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보통의 행복을 즐기라고 한다. 잔잔한 문장들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좋은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때론 좋고 때론 나쁘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외부 의견에 흔들릴 필요도 없고 상처받을 이유도 없다. 적당히 비우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은 자신에게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이런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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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인공지능이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다카하시 도루 지음, 김은혜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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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재 딥러닝은 인공지능을 자동화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계산의 목적을 설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범용 인공지능이 실현되는 날에는 기계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공지능이 폭넓은 영역에서 자율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획득한다면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결과 인간은 기존의 경향을 기반으로는 기술 진보를 예측할 수 없는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 변화는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바로 레이 커즈와일이 말하는 특이점의 도달이다.

p.102

일각에서 경고하는 것처럼 인류가 인공지능에 파멸될 가능성이 있을까? 파멸을 바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3장에서 내린 나의 결론은 하이퍼 인공지능과 대등한 입장이 되는 것이다. 즉 우리 스스스로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이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잡아야 할 차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고 공상과학소설을 너무 많이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인공지능과 융합하는 것, 즉 '인간의 사이보그화'다.

p.116

사이보그 경제의 요점

생산성 향상 / 가격 결정 / 쾌락의 직접 교환

p.218

우리 삶은 이미 가술없이 성립할 수 없으며, 그러한 기술과 우리 삶의 관계의 욕망이라는 차원에서 철학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원에서 봤을 때 이간은 반드시 자신을 뛰어넘는 존재를 만들며, 나 또한 그러한 존재로 변화하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행여나 인간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더라도 인간은 해결책을 찾아가며 불가능에 도전할 것이다. 기술 개발은 가장 큰 장점과 불편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p.267

다카하 도루,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중에서

+) 이 책은 일본 철학과 교수의 인공지능 강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의 해답은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문과생들의 흥미를 끌어들인 이 강의는 인공지능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공지능, 딥러닝, 사이보그 등이 현재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도입되었는지 느낄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고민하게 만든다. 그는 로봇에 대응해 우리가 스스로를 발전시킬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며 우리 안에 내재한 욕망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위험한만큼 우리를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 가소성이란 가치를 통해 저자는 인공지능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아무튼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 이해를 야야기하며 사이보그 기술 및 인간의 욕망, 포스트 휴먼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꽤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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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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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케이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는 여자를 본 순간부터 누군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은 늘 그런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늘 최악의 결론을 도출한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그 결론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p.27

케이트는 유리 테이블을 싫어했다. 물건을 올려놓을 때마다 유리가 박살나거나 적어도 금이 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언제나 곧 다가올 비극적인 순간에 살았다. 따라서 낮은 난간 앞에 서거나, 차들로 붐비는 도로를 건너거나, 수북이 쌓인 접시를 들고 가는 웨이터를 보면 질색했다. 짜증나고 골치 아픈 공포증이었다.

p.47

피터 스완슨,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中

+) 처음 이 소설을 손에 들었을 때 많은 분량에 좀 망설였다.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지루하면 어쩌나. 하지만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여자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타지의 ㄷ자형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당황스러운 일들을 담고 있다.

주인공과 직접적인 관계의 일은 아니나 분명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사건과 관련된 몇몇 인물들의 시선으로 소설이 전개될 때는 술술 읽히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스릴러물로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영화 한 편 보듯 편하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공황장애 증상과 그에 대한 상담사의 대응 방식을 보고 조금 당황했다. 익숙하기도 하고 뻔하기도 해서. 이런 증상을 겪는 것이 일반화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괴로워하는 사람이나, 그를 보고 조언해주는 사람이나.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지만 그래서 읽는데 부담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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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김규회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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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별이다.

이젠 모두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구 하나 기억해내려고조차 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여전히 진실이다.

임철우, [그 섬에 가고 싶다]

p.20

모든 게 그저 그렇군. 오늘도 변한 거라곤 하나도 없이. 건성으로 신문을 뒤적이며 나는 중얼거린다.

임철우, [붉은 방]

p.22

내가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은희경, [새의 선물]

p.36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 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김연수, [스무 살]

p.75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녘 끝은 아슬하게 멀었다. 그 가이 없이 넓은 들의 끝과 끝은 눈길이 닿지 않아 마치도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싶었다.

조정래, [아리랑]

p.143

김규회, <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中

+) 이 책은 50명의 작가가 쓴 소설의 첫문장을 소개하고 그 작가와 작품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소설의 첫문장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궁금해서 읽어보았는데, 책 소개 글에 제시한 것처럼 '감동적인 문장, 신선한 문장, 이야기 배경을 서술하는 문장, 화려한 문체가 돋보이는 문장 등이 있었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의 첫문장도 담고 있어서 소설의 시작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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