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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평점 :
좋은 시절이든, 힘든 시절이든 티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매사 결과는 내 몫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탓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점이 발견된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만 주어졌다.
p.16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신께서 머잖아 "너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라며 지시를 내려주리라. 운이 나쁘다며 우물쭈물 고민하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다음 운명을 기다리는 편이 생산적이다. 나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 이유는 신께서 나에게 다른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고 다음 단계를 준비했을 때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p.35
어떤 운명으로부터도 우리는 배운다. 그것을 배우지 못한 인간만이 운명에 패배하는 법이다.
p.41
우리는 타인의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우리가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줄 때도 많다. 무책임한 짓을 저지르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며 억울해할 때도 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평가는 언제나 다르다. 그래서 신이 필요하다. 인간이 나를 오해해도 신은 나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다는 위로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p.70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p.103
우스꽝스러운 부부는 안정돼 있어 좋다. 우스꽝스럽다는 것은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말하며 그런 약점을 사랑하게 되면 부부관계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p.108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中
+) 이 책은 일본의 소설가가 쓴 에세이집이다. 불행한 시절을 견뎌온 저자가 깨달은 삶의 이치를 담담하게 적고 있다. '나답게'라는 말에 무게를 주기 위해 스스로 단단해질 것을 권하며, 불행이나 불운 앞에서도 배울 점이 있고 또다른 뜻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세상에서 오해받지 않는 인류는 없으니, 타인과의 관계에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타인의 오해에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보통의 행복을 즐기라고 한다. 잔잔한 문장들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좋은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때론 좋고 때론 나쁘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외부 의견에 흔들릴 필요도 없고 상처받을 이유도 없다. 적당히 비우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은 자신에게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이런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