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 생존을 위해 진화를 택한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 생물들과 인류의 미래
소어 핸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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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개념이라도 서사가 덧입혀지는 순간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결국 이야기로 전달하고 이야기로 듣는 것에 달려 있다. 연구자로 살아가는 동안 처음에는 무관심에 가까웠던 기후변화에 대한 내 태도도 이야기를 통해 완벽하게 달라졌다.

p.16

자연을 고정되고 어길 수 없는 것으로만 보았던 과학계와 대중의 인식이 두 세기에 걸쳐 점차 달라졌다. 자연은 서서히 변할 수도, 또는 빠른 시간에 갑자기 탈바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사고가 전환되면서 생물학자의 역할도 확장되었다. 종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에 머무는 대신 종의 역사와 관계를 해독하고, 진화가 진행 중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 나선 것이다.

p.36

수년간의 철저한 조사 끝에 그들은 소로가 관찰했던 식물 중 200가지 이상이 월든 호수 근방에서 사라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 식물들이 실종된 데는 분명 인간이 경관을 바꾼 탓이 크다.

"유연성이 관건입니다." 월든 호수 연구의 핵심 결론을 요약하며 프리맥이 말했다.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융통성 있는 식물이 유리해진다. 보수적인 종보다 다만 얼마라도 먼저 자라 꽃을 피우고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프리맥의 말처럼 "일찍 잎을 피울 수 없는 식물은 경쟁에서 뒤처진다."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바꾸는 것은 기온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관계를 바꾼다.

한 생태계 안에서 종들이 각각 제 방식대로 대처하다 보니 경쟁과 포식, 수분 등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이 헝클어져버린다.

빨리 조정하지 못하는 종은 큰 장애물을 마주할 것이며, 특히 한 가지 자원이나 관계에만 의존해 사는 종은 더 위험하다.

pp.66~70

자연은 무방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이 변하면 동물과 식물은 그에 대응한다. 그 대응이 미흡하거나 적절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효과적인 적응과 진화가 드러나는 때도 있다.

p.127

적어도 1850년대 이후부터 전문가들은 일종의 초능력에 해당하는 동물과 식물의 능력을 기술할 때 가소성이라는 말을 사용해왔다. 이는 플라스틱과 어원이 같은 말로,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습성을 바꾸거나 심지어 몸을 늘리고 구부릴 수 있는 능력이다.

넓은 의미에서 가소성은 실시간 적응을 말한다. 즉 개체가 제 수명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조정이다. 곰이 식단을 바꾸는 행동의 변화도 가소성의 발현이다.

급변하는 지구의 열악한 환경에서 가소성 덕분에 동물과 식물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이 능력이 고루 분포된 것은 아니다.

pp.161~163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연의 대응을 방해하는 요인은 고대의 멸종 사건 말고도 많다. 서식지 소실, 도시화, 환경오염, 침입종, 그 밖에 인간이 주도한 많은 경향이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형해왔고, 그 와중에 수많은 진화적 관계와 전략이 뒤죽박죽되었다. 오늘날 많은 동물과 식물이 원래 진화하고 적응해온 곳과는 크게 다른 환경에서 기후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p.262

기후변화 생물학의 렌즈로 보면 인간의 활동은 이동하고 적응하고 대피하는 평범한 동물과 식물의 대응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유사성은 놀랍지 않다.

지구상의 다른 유기체와 달리 인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 이상을 할 능력이 있다. 제대로 선택하기만 한다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pp.284~285

위기에 반응해 나비가 더 큰 비행근을 진화시킨다면 우리도 최소한 몇 가지 행동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기후 변화에 대한 다른 생물의 대응은 매일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는 행동을 촉구하는 지속적인 요청으로, 우리 인간도 동물과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힘에 똑같이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p.293

소어 핸슨,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中

+) 이 책은 기후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동물과 식물의 반응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운 듯 느껴지나, 읽다보면 심각하고 무거운 기후 위기 이야기를 이렇게 위트 있게 쓸 수 있나 싶다. 한 마디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자연환경의 변화로 동물과 식물의 대응하는 모습이 꽤 심각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자는 생물학자로 다른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과 함께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 구조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에서 기후 환경이 달라지면서 동물과 식물들이 어떻게 그 환경에 적응해 가는지를 이야기한다. 관련 자료를 사진으로 첨부하고, 주석을 덧붙여 어려운 과학 개념어들을 보충 설명한다.

자연과학적 개념이나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어려운 용어는 최소화하고 동물과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서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기후 변화를 일으킨 사람의 하나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 많다. 펠리컨 부부가 알을 몇 주나 품고 있어서 살펴보니 낚시용 미끼였다는 사실을 읽을 때, 소로가 아름답고 평화롭게 묘사한 월든 호수 주변에는 이제 소로가 보던 생물들 중에서 200여 개 종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읽을 때 정말 너무 속상했다.

지구 기온의 상승으로 새들이 비행하는 고도가 달라지고, 나무들이 자기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성장하며, 바닷속 어패류의 신체 구조가 달라진다. 또 곰이 연어보다 해안가의 엘더베리를 더 좋아하고, 허리케인에 날아가지 않기 위해 도마뱀의 발가락 패드는 더 커졌다.

이 모든 변화는 기후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물들이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저자의 설명처럼 누군가는 적응 능력이 빠르고 누군가는 적응 능력이 느리기에,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죽는다. 그래서 생태계의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말을 종종 해왔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한 가소성, 즉 동물과 식물의 실시간 적응 능력을 보자 그 말의 무게가 생명과 연관된 것이라 얼마나 진중한지 알게 되었다. 자연 생태계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껏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그들도 이렇게 애쓰고 있을 때, 우리 인간도 뭐 하나라도 해야 한다. 주변에서 계속 관찰되는 자연 생태계의 아픈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콘센트 버튼을 꺼두는 사소한 행동이나 더 이상의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는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연 생태계의 변화는 우후죽순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생태계 안에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한 과거에 있었던 수많은 멸종과 혼돈의 시기가 인간에게도 닥칠 수 있다. 모든 생물이 동시에 똑같이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것은 아니니까.

처음에는 참 어렵게 느꼈는데 읽을수록 흥미롭고 진지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기후 환경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과 어른들 모두 읽어도 좋을 듯하다. 또 생물학이나 자연 생태계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쓰는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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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가족과 등대섬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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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는 벌써 며칠 째 몸이 근질근질했어요.

바다가 그립고, 오래전에 무민 가족이 살았던 등대섬으로

항해를 떠나고 싶었어요.

무민마마는 무민파파의 마음을 금세 알아챘어요.

"여보, 떠나고 싶다면 함께 가요. 곧장 짐을 챙길게요."

"정말 멋져요!"

무민파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등대섬과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가 떠올랐거든요.

무민 골짜기 바닷가는 깨끗하고 아름다워요.

아무도 쓰레기나 더러운 물을 바다에 버리지 않아요.

바닷가를 따라 예쁜 조가비 같은 보물을 발견할 때

그 틈에서 쓰레기를 찾고 싶지는 않거든요!

무민마마는 예전에 심어 놓은 사과나무가

거센 바닷바람을 이기고 훌쩍 자라서 기뻤어요.

정원에 가꾸었던 다른 식물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요.

섬에 원래 살던 식물들이 제자리를 되찾았거든요.

'내가 섬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정말 어리석었어.

원래 있던 모습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운데 말이야.'

"내가 어디로 가겠어요? 여기가 집인걸요.

그리고 난 이곳이 하나도 지겹지 않아요."

맞아요, 바다는 쉴 새 없이 변해요.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새로워져요. 그만큼 섬도 달라지지요.

등대지기는 바다가 왜 오염되었는지 설명했어요.

바닷가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요.

기후도 변화하면서 원래 살던 동식물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동식물이 차지했어요.

설명을 들은 무민은 슬펐어요.

미이는 화가 났고요. 무민 가족은 생각에 잠겨어요.

모두 바다를 잘 돌봐야 해요!

토베 얀손, <무민 가족과 등대섬> 中

+) 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처음 읽어본다. 그림으로 짧게 접한 적은 있었는데 책 한 권을 읽어본 건 이번에 처음이다.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읽을 것을 권장하는데 초등 전 학년이 보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만 고려하지 말고, 글의 내용에 집중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족과 친구들은 특별한 대화 없이도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한다. 평소 모험심 강한 무민아빠의 모습을 이해하는 무민엄마는 아빠의 설레는 표정과 사소한 행동에도 등대섬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눈치챈다. 그리고 온 가족이 다 같이 떠나보자는 제안도 먼저 한다.

그들이 예전에 살았던 등대섬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섬으로 향한다. 무민과 친구들 또한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을 만끽하고 섬의 새로운 친구들도 보게 된다. 그리고 등대섬이 집이라고 생각하는 등대지기도 만나게 된다.

바다는 한결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바다는 나날이 새로운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한결같음의 뒤에는 소소한 변화가 늘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바닷가를 거닐 때 조가비 대신 쓰레기를 줍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묵직하게 경고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바다를 그대로 보존하려면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보이는 쓰레기는 주워서 바다 환경을 지키자는 것.

이 책은 쪽수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림에 그려진 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적고, 책의 맨 끝에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아마도 이 책을 여러 번 보도록 구성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족 간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바다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 모험심을 떠날 용기 등등을 좀 더 생각해보게 만든 것 같다.

무민엄마는 등대섬에 정원을 가꾸고 떠나왔었는데, 다시 돌아가보니 등대섬에 존재하는 원래의 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무민엄마가 생각하는 부분이 참 명언이지 않나 싶다. '내가 섬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정말 어리석었어.'

이는 굳이 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닌 타인, 내가 존재하는 세계 등도 내가 원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부분을 넌지시 가르쳐주는 책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흐뭇했다.

책의 마지막에 바다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실천해보면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의 그림에서, 무민 가족의 표정에서, 설렘과 즐거움, 걱정과 고민, 희망과 다짐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잔잔한 파도 위에 떠 있는 한 조각 작은 배에 누워서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깨끗한 바다를 위해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쓰레기를 주워 분리하고,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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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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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직감을 넘어서는 일을 처리할 때, 우리는 가장 흥미진진한 일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부지불식간에 단순한 수학 실수로 끔찍한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 오늘날의 세상은 수학 위에 세워져 있다. 프로그래밍, 금융, 토목공학......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똑같은 수학이다. 악의 없이 벌어진 수학 실수가 기괴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은 온 시대를 통틀어 선별한 수학 실수 모음집이다.

pp.446~445

인류는 그렇게 진보한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 이상의 뭔가를 만들고, 만들어왔다. 우리가 열역학을 이해하기 전에, 증기 기관은 이미 동작했다. 면역 체계의 원리를 알기 전에, 백신이 먼저 개발되었다. 공기 역학의 지식에 빈틈이 많지만, 비행기는 오늘날까지 계속 날고 있다. 실제 사용이 이론을 앞서갈 때, 그 속에 담겨 있던 뜻밖의 수학 원리가 등장하곤 한다. 피할 수 없는 실수를 통해 배운 바가 있다면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pp.394~393

나는 제약이 창조성을 키운다는 말을 열렬히 지지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나는 그의 답변이 만족스럽다. 창조성은 늘 있을 것이다. 세심한 것을 따지는 사람들이 늘 항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p.307

마지막으로 조언하자면 복권 번호는 아무거나 원하는 대로 고르라는 거다. 내 생각에 불확실성이 큰 번호를 고르며 얻는 유일한 이점은 그 번호가 한 주 내내 당첨 번호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니 여러분도 언젠가는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지 않는가.

p.219

사람들은 어림수를 매우 수상쩍어한다. 우리는 정돈되지 않은 데이터에 익숙하다. 그래서 어림수를 보면, 데이터가 반올림됐다고 여긴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출근길이 1.5km라고 말하면, 우리는 1.5km가 정확히 1,500m인 게 아니라 적당히 반올림 됐다고 생각한다.

p.168

다른 항공사도 비슷한 검사를 했고, 비행기 2대에서 잘못된 볼트를 찾아냈다.

무서운 일이다.

앞으로도 인간이 계속해서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오차의 범위를 넘어선 것을 제작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것을 사용하고 유지, 보수하기 위해 적절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즉,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너무 비슷하게 생긴 볼트를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볼트마다 제품 번호를 기재해야 할 필요가 있다.

pp.142~141

수학의 도구로서 상관관계는 강력한 무기이다. 데이터를 모아 한 변수의 변화와 다른 변수의 변화 사이에 있는 관계를 훌륭히 측정한다. 그러나 이는 도구일 뿐, 답이 아니다. 수학적 활동의 다수가 정확한 답을 찾는 것이지만, 통계학에서 계산 결과는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

p.80

수학을 배우는 데 필요한 노력의 절반은 우리가 천성적으로 수학에 서투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면 실력이 나아질 수 있다.

p.9

매트 파커,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中

+)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수학의 실수로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엄청나고 파격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몇몇 수학 공식과 경제 개념, 과학적 계산 등을 이용해서 설명하는 어려운 부분도 조금씩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실수로 벌어지는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흥미롭고 유쾌하게 담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수학 교양서라는 말이 손색없을 정도로, 수학의 실수로 벌어지는 일들을 방대한 분량으로 잘 담아냈다. 이 책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실화라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렇다면 정말 항공기의 아주 작은 볼트 결함이 그런 큰 사고를 일으키고, 또 다른 항공기에도 그런 작은 볼트 결함이 발견되었단 말인가. 저자의 말처럼 참 무서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이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게 모르게 이렇게나 많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역시 수학이라는 분야는 끈질기게 파고들어 끝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첨부된 사진과 그래프, 도표, 수치화 자료, 그림, 부연 설명 등등이 관련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종이책의 쪽수가 거꾸로 적혀 있어서 위트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이야기 형식이라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장부터 선택해서 읽어도 된다.

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이런저런 머리를 굴려가며 노력했던 순간이 허무하다 싶게, 복권은 그냥 아무거나 원하는 대로 고르라는 저자의 말에 웃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 머릿속에 잠재된 고정관념이 일상생활의 수학에도 적용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되어 신기했다.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나, 수학 분야의 내용을 재미있게 읽으며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수학자가 계산을 실수해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건 비극이지만, 그렇다고 수학 계산을 안 할 수도 없으니 이런 책을 읽으며 수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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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돌고래 오래 - 쓰레기 없는 미래를 향한 제안
윤대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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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 만들기 전에, 디자인하기 전에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던 물건들이 쓰임새가 다하더라도 버리지 않을 방법을 알려 주는 디자인은 없을까? 우리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디자인은 무엇일까? 한 번만 봐도 쓰는 방법을 쉽게 알게 하는 절제된 디자인의 비결은 무엇일까? 끝없이 욕망을 자극하여 소비를 부추길 상품을 만들라는 자본의 요구에 대한 현명한 대답은 무엇일까?

pp.38~39

2022년 발표된 맵비오마스 연례보고서는 아마존에서 나무들이 1초에 18그루씩 사라지고 있으며, 목축을 위한 농장과 고기 가공 공장 확보를 위한 무분별한 벌목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남미의 정부들은 기업이나 범죄 조직의 탈법과 불법을 막아 낼 힘과 자원이 부족하여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p.64

줄여야 할 것은 줄이고, 줄이지 말아야 할 것은 줄이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 온 도시의 면적만큼이나 숲이 줄어들었다. 그 숲에서 살던 동식물들도 따라서 줄어들었다. '환경과 자원의 연례 리뷰' 저널은 지난 50년간 북미에서만 무려 30억 마리의 새들이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p.70

업사이클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다.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끊임없이 시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업사이클은 자원순환의 최고 단계를 지향하는 개념이다. 단순한 리사이클을 넘어서 폐기되는 자원이 없이 계속 재활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더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면 순환 경제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다.

p.135

우리나라에서 매일 버려지는 쓰레기는 2020년에 53만 톤을 넘어섰다. 하루에 한 사람이 10kg 이상을 버리는 셈이다.

p.183

새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한 사람이 13년 동안 마실 수 있는 7천 리터 물이 쓰인다는 것을 알고 나면 평소에 입던 청바지를 쉽게 버릴 수 없다.

p.191

윤대영, <꼬리 잘린 돌고래 오래> 中

+) 이 책의 저자는 디자인과 업사이클 분야의 전문가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버리기 전에 생각해야 할 10가지', '사기 전에 생각해야 할 10가지', '만들기 전에 생각해야 할 10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저자의 마음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는 셈이다.

저자는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소유 욕망이 얼마나 많은 자연을 훼손하고 물 등의 천연자원을 낭비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또 생생하게 실린 사진 자료가 글의 몰입도를 더 높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인간들의 낚시 도구와 어망에 의해 꼬리가 잘린 돌고래 이야기를 시작으로, 똥과 오줌을 퇴비와 액비로 만드는 기술, LED를 활용하여 정수기를 만드는 기술, 선거 현수막과 한복, 그리고 청바지, 웨딩드레스 등을 재활용한 업사이클 등에 대해 소개하고 그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산불이 나는 자연재해는 산에 빗물을 모아 해결하는 방법도 권하고,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소개하며 일상 속 생활 방식의 변화도 요구한다. 계속 만들고 버리는 전자제품 속에 귀한 천연자원들이 있음을 강조하며 수리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대중화하길 제안한다.

사실 자연을 보존하고 환경을 지키는 것은 경제적인 가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무언가를 생산하기 전, 사용하기 전, 사용한 후, 모든 과정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제품을 소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아무리 분리수거를 해도 결국 우리가 사용하고 남은 것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게 쓰레기든, 재활용 제품이든, 결국 지구에는 또 하나의 물품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업사이클 분야를 육성하고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를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또 우리 스스로가 소비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것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버려지는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회사를 보며 그런 사회적 기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디자인과 자연환경 모두를 고려하는 센스 있는 물품을 쉽게 구입하는 방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청바지나 한복 등을 버리기 전에 이런 업체에 기부하는 절차가 고안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쓰레기 배출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런 면에서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더불어 업사이클 전문 회사와 환경을 생각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을 보며 약간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자연환경 보존과 쓰레기 처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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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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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각

최고의 복수는 신경 쓰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 없습니다. 대체로 큰 문제가 아니거든요.)

p.14

  • 불필요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은 '불필요한 기준'을 만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p.31

  • 가능성

자신은 바꿀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은 확실히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걸 '다 내 탓'이라고 해석하는 건 좀 억지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정도의 해석으로도 좋습니다.)

p.66

  • 상처

뭔가 싫은 일이 있어도, "그 정도 일로 내 마음은 상처받지 않아!"라고 외치면 데미지가 줄어들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스포츠에서 스트레스 완화법입니다.)

p.79

  • 참뜻

"될 대로 돼라!" 이렇게 외치고 정색하니 편해졌어요.

(자신이 아는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 이것이 "될 대로 돼라!"의 참뜻입니다!)

p.122

  • 무례

무례한 사람은 가까이하지 마세요.

(공손한 사람 중에도 나쁜 사람은 있지만, 무례한 사람은 틀림없이 나쁜 사람이니까요.)

p.138

  • 오해

오해를 받으면 정정하고 싶어지지요.

(그런데 정정함으로써 오히려 오해를 더 받을 수도 있으니 때에 따라 내버려 두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오해받으면 곤란한 사람에게만 오해를 풀면 돼요. '오해하는 것도 자유지.'라고 생각하면 좀 개운해질 거예요.)

p.156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면...

차라리 상대를 우주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아요.

좋고 나쁨이 아닌 문화... 아니, 문명이 다른 정도의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셈이죠.

이해하려 하기 보다...

공통 언어를 찾는 정도의 기대감만 가지는 정도가 스트레스가 없을 거예요.

p.192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싶다면, 최대한 한 가지에 의식을 집중해 보세요.

예를 들어 지금, 청소하고 있다면 청소에 모든 의식을 집중하는 거예요.

p.213

  • 주위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면, 주변 사람들을 보세요.

(주변에 멋진 사람이 많다면, 당신도 멋진 사람이에요.)

p.244

Tomy, <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中

+)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환자들과 만나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꾸준히 메모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간혹 책에 환자들의 말도 실려 있는데 그와 상담하며 환자 스스로 깨닫고 느낀 것들을 언급한 부분이다. 각 장의 끝에는 실제 저자가 상담한 사례와, 만화로 구성한 저자의 조언이 담겨 있다.

일종의 명언집이나 해결의 책에서 보듯, 지혜를 담은 한 문장을 핵심으로 설정하고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한 답으로, 정신과 의사인 저자의 생각이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살아오면서 들어본 적이 있는 조언도 있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충고도 있으며, 그간 생각한 것이 통념일 수 있겠다는 반성을 요하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얼마만큼을 수용할 것인지는 독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 자신에 대한 고민, 삶의 의미 등등을 소주제로 정해 각 장별로 고민의 해결책을 풀어냈다. 따라서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 없이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서 읽어도 된다.

하지만 이 책은 한 권을 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 않기에, 필요할 때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고민이든 답답할 때 이 책에서 제안한 다양한 조언들에 위로받을 수 있으리라 느낀다.

정신과 의사의 유쾌하고 통쾌한 조언이 짤막한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오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 무게를 조금 가볍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1초 만에 고민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겠지만, 1초 만에 고민의 무게를 줄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긍정의 책을 한 쪽씩 읽듯, 천천히 나누어 읽어도 의미 있을 듯하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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