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 생존을 위해 진화를 택한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 생물들과 인류의 미래
소어 핸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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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개념이라도 서사가 덧입혀지는 순간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결국 이야기로 전달하고 이야기로 듣는 것에 달려 있다. 연구자로 살아가는 동안 처음에는 무관심에 가까웠던 기후변화에 대한 내 태도도 이야기를 통해 완벽하게 달라졌다.

p.16

자연을 고정되고 어길 수 없는 것으로만 보았던 과학계와 대중의 인식이 두 세기에 걸쳐 점차 달라졌다. 자연은 서서히 변할 수도, 또는 빠른 시간에 갑자기 탈바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사고가 전환되면서 생물학자의 역할도 확장되었다. 종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에 머무는 대신 종의 역사와 관계를 해독하고, 진화가 진행 중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 나선 것이다.

p.36

수년간의 철저한 조사 끝에 그들은 소로가 관찰했던 식물 중 200가지 이상이 월든 호수 근방에서 사라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 식물들이 실종된 데는 분명 인간이 경관을 바꾼 탓이 크다.

"유연성이 관건입니다." 월든 호수 연구의 핵심 결론을 요약하며 프리맥이 말했다.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융통성 있는 식물이 유리해진다. 보수적인 종보다 다만 얼마라도 먼저 자라 꽃을 피우고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프리맥의 말처럼 "일찍 잎을 피울 수 없는 식물은 경쟁에서 뒤처진다."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바꾸는 것은 기온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관계를 바꾼다.

한 생태계 안에서 종들이 각각 제 방식대로 대처하다 보니 경쟁과 포식, 수분 등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이 헝클어져버린다.

빨리 조정하지 못하는 종은 큰 장애물을 마주할 것이며, 특히 한 가지 자원이나 관계에만 의존해 사는 종은 더 위험하다.

pp.66~70

자연은 무방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이 변하면 동물과 식물은 그에 대응한다. 그 대응이 미흡하거나 적절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효과적인 적응과 진화가 드러나는 때도 있다.

p.127

적어도 1850년대 이후부터 전문가들은 일종의 초능력에 해당하는 동물과 식물의 능력을 기술할 때 가소성이라는 말을 사용해왔다. 이는 플라스틱과 어원이 같은 말로,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습성을 바꾸거나 심지어 몸을 늘리고 구부릴 수 있는 능력이다.

넓은 의미에서 가소성은 실시간 적응을 말한다. 즉 개체가 제 수명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조정이다. 곰이 식단을 바꾸는 행동의 변화도 가소성의 발현이다.

급변하는 지구의 열악한 환경에서 가소성 덕분에 동물과 식물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이 능력이 고루 분포된 것은 아니다.

pp.161~163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자연의 대응을 방해하는 요인은 고대의 멸종 사건 말고도 많다. 서식지 소실, 도시화, 환경오염, 침입종, 그 밖에 인간이 주도한 많은 경향이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형해왔고, 그 와중에 수많은 진화적 관계와 전략이 뒤죽박죽되었다. 오늘날 많은 동물과 식물이 원래 진화하고 적응해온 곳과는 크게 다른 환경에서 기후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p.262

기후변화 생물학의 렌즈로 보면 인간의 활동은 이동하고 적응하고 대피하는 평범한 동물과 식물의 대응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유사성은 놀랍지 않다.

지구상의 다른 유기체와 달리 인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 이상을 할 능력이 있다. 제대로 선택하기만 한다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pp.284~285

위기에 반응해 나비가 더 큰 비행근을 진화시킨다면 우리도 최소한 몇 가지 행동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기후 변화에 대한 다른 생물의 대응은 매일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는 행동을 촉구하는 지속적인 요청으로, 우리 인간도 동물과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힘에 똑같이 지배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p.293

소어 핸슨,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中

+) 이 책은 기후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동물과 식물의 반응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운 듯 느껴지나, 읽다보면 심각하고 무거운 기후 위기 이야기를 이렇게 위트 있게 쓸 수 있나 싶다. 한 마디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자연환경의 변화로 동물과 식물의 대응하는 모습이 꽤 심각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자는 생물학자로 다른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과 함께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 구조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에서 기후 환경이 달라지면서 동물과 식물들이 어떻게 그 환경에 적응해 가는지를 이야기한다. 관련 자료를 사진으로 첨부하고, 주석을 덧붙여 어려운 과학 개념어들을 보충 설명한다.

자연과학적 개념이나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어려운 용어는 최소화하고 동물과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해서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기후 변화를 일으킨 사람의 하나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 많다. 펠리컨 부부가 알을 몇 주나 품고 있어서 살펴보니 낚시용 미끼였다는 사실을 읽을 때, 소로가 아름답고 평화롭게 묘사한 월든 호수 주변에는 이제 소로가 보던 생물들 중에서 200여 개 종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읽을 때 정말 너무 속상했다.

지구 기온의 상승으로 새들이 비행하는 고도가 달라지고, 나무들이 자기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성장하며, 바닷속 어패류의 신체 구조가 달라진다. 또 곰이 연어보다 해안가의 엘더베리를 더 좋아하고, 허리케인에 날아가지 않기 위해 도마뱀의 발가락 패드는 더 커졌다.

이 모든 변화는 기후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물들이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저자의 설명처럼 누군가는 적응 능력이 빠르고 누군가는 적응 능력이 느리기에,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죽는다. 그래서 생태계의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말을 종종 해왔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한 가소성, 즉 동물과 식물의 실시간 적응 능력을 보자 그 말의 무게가 생명과 연관된 것이라 얼마나 진중한지 알게 되었다. 자연 생태계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껏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그들도 이렇게 애쓰고 있을 때, 우리 인간도 뭐 하나라도 해야 한다. 주변에서 계속 관찰되는 자연 생태계의 아픈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콘센트 버튼을 꺼두는 사소한 행동이나 더 이상의 쓰레기 배출을 줄이려는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연 생태계의 변화는 우후죽순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생태계 안에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한 과거에 있었던 수많은 멸종과 혼돈의 시기가 인간에게도 닥칠 수 있다. 모든 생물이 동시에 똑같이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것은 아니니까.

처음에는 참 어렵게 느꼈는데 읽을수록 흥미롭고 진지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기후 환경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과 어른들 모두 읽어도 좋을 듯하다. 또 생물학이나 자연 생태계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쓰는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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