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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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길을 만들지 마라. 내버려두면 길이 생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다 보면 오솔길이 되고 큰길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길이 나에게 제일 편한 길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한번 가보자.

5%

말이 많아지만 자연스레 실수가 잦아진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섭리다. 이것도 미리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혼자 계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말 한 마디로 상처를 주고받기 쉬운 세상에서 얼마나 조심해야 할지, 어디까지 나서야 할지, 아직도 가늠할 수 없어서 더 긴장된다. 사람마다 상처받는 지점이 다르다.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연약한 존재인가.

13%

아버지가 중풍으로 마지막 20년을 누워만 계셨다. 그런 아버지를 수발하신 어머니를 보면서 결심했다. 누군가에게 수발받는 삶은 선택하지 않겠다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다.

건강은 빚과 같다. 젊을 때 막 끌어다 쓰면 나이 들어 이자까지 붙여 갚아야 한다.

건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26%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제일 무섭다.

42%

인생이란 의도대로 가는 법이 없다.

58%

인생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운명의 장난을 피할 수는 없다. 이것도 영화인의 삶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61%

방송과 영화. 이 두 개의 기둥이 내 인생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하나가 무너지더라도 다른 하나가 버팀목이 되어준다. 우리 인생에는 본캐 외에 부캐도 필요하다. 그게 삶의 동력이 된다. 나 역시 방송국 문을 두드리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이중생활을 계속해왔다.

64%

세상에 혼자 남으니 이상하게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머니가 어떻게 그 20년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견뎌내는 것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저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인생에 자연스럽게 왔다가 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우리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 모든 것들을.

72%

우리는 개에게 반가움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아내도, 남편도, 자식도 서로를 반기는 법을 잊었다. 나를 진심으로 온몸과 마음을 다해서 환대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살 만한 것이 된다.

82%

이경규,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中

+) 이 책의 광고 문구에는 '롱런하는 이유가 있다는 코미디언 이경규가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쓰여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저자가 방송에서 언급했던 한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공감하면서 이분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긴 세월 유명한 코미디언이면서도 사적으로 크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 굉장히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런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진중하다.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인 저자의 위트와 유머 그리고 진심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광고에서 언급했던 표현,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어떤 건지 보았으면 싶다. 그가 유명한 코미디언이고 영화감독이라서가 아니라, 먼저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온 인생 선배로서 해주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이미 코미디언으로서 성공한 그가, 지금도 꾸준히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보통 자기의 주업에 집중하는 것도 벅차 다른 일을 병행하지 못한다. 저자는 본캐 외에 부캐가 있으면 좋다는 말을 했는데 그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사람들 대부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을 저자는 끈기를 갖고 꾸준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저자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한 그의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저자의 삶의 방식을 보며 배운 점도 많고 반성한 점도 많았다. 생각이 깊으면서도 유쾌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저자는 매 순간 본인의 일에 열정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 같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는 짐작은 이 책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재미있고 따뜻하며 마음에 은은한 감동을 주는 에세이집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웃으면서 그리고 배우면서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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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의 슬기로운 생활수행
법상 지음 / 열림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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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여겼던 그 모든 것들은 전부 자기가 부여한 의미입니다. 자기로부터 그 중요도가 나왔어요. 내가 그 스트레스를 만든 거죠. 삶 전체가 그와 같이 내가 의미 부여한 거예요. 이건 중요하고 저건 중요하지 않아. 이 일은 반드시 해야 되고 저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야. 이런 규칙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자기가 만든 것입니다.

5%

정확히 나에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인연이 올 것이라는, 인연에 완전히 내맡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삶이 바로 진실이니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진실이에요. 지금 여기에 바로 진실이 드러나 있어요.

내가 가장 지혜롭게 사는 것은 지금 여기를 100퍼센트 연소하면서 사는 겁니다.

15%

삶을 그냥 내버려둬요. 내가 삶을 통제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내 뜻대로 부자가 될 수 있다, 이런 허망한 망상을 믿지 않아요.

동시에 그게 불가능하다고 믿지도 않으니까 뭐든지 최선을 다해요. 돈도 벌고, 성실히 일하고, 노력해요. 그러나 그 결과가 나에게 달린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집착하지 않아요.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도를 실천하는 사람은 열심히 갈고닦는 수행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저절로 중도인 거예요.

36%

우리가 마음을 분별할 때만 괴로움이 생겨납니다. 분별이 괴로움을 만든 것일 뿐 괴로움이라는 실체는 없다는 얘기예요.

41%

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아무 문제 없어요.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고 실상 실체가 없어요. 그런데 '이건 좋고 저건 싫어' 이렇게 둘로 나누어 놓고 좋은 건 가지려고, 싫은 건 버리려고 기를 쓰는 게 분별심이거든요. 그 분별을 하지 않는 것이 중도에요.

55%

우리는 화가 난 내가 '나'라고 생각하면서 끌려갑니다.

화를 다스리고 명상을 하라는 게 아니에요. 화와 내가 하나가 돼서 온통 내가 화가 돼버리거든요. 그때 잠깐 그냥 보란 말입니다. 화는 내버려둬요. 빨리 없어지라고 하지 말고 그대로, 화가 일어난 걸 내버려둔 채로 그냥 잠시 보세요.

방금 전까지 없던 화가 지금 생겼다면 얘는 잠깐 온 것입니다. 그리고 또 갑니다. 우리는 이걸 뻔히 알고 있잖아요. 잠깐 왔다 가는 손님이란 말이에요.

57%

현실은 그대로 하되 함이 없이 하고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거예요. 했는데 했다 하는 생각도 없이, 걸림 없이 하는 것입니다.

77%

불법에서는 이미 지나간 과거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아름다웠고 완전했습니다.

그 과거가 지금 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발심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잖아요.

그래서 그 어떤 잘못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다 완전했어요. 다 아름다웠어요.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지금입니다.

82%

법상 스님, <법상의 슬기로운 생활수행> 中

+) 이 책은 일상을 살며 혼란을 겪는 현대인을 대상으로 한 법상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담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겪는 분노와 괴로움의 이유가 우리 스스로 눈앞의 것에 분별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며, 이것은 해야 하고 저것은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등의 분별심이 우리로 하여금 괴로움을 유발한다는 말이다.

그것을 분별하는 주체인 우리가 분별하려는 태도를 멈출 때 비로소 평화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음이 만들어내는 상상과 편견에 흔들리지 말고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집착을 버리고 인연을 따르는 삶,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며 바르게 행동하는 삶, 알아차리며 집중하는 삶, 있는 그대로의 삶을 허용하는 삶, 자신의 감정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삶, 비교와 분별을 넘어서는 진실한 삶 등

저자는 이런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그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인 우리가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자의 법문 속 핵심적인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미래는 미래대로 두는 것. 마음을 흔들게 하는 것에 거리를 두는 것. 자기만의 시선을 거두고 지금 그대로를 수용하는 것.

이런 삶의 태도가 평안을 가져오는 방법이라는 걸 배울 수 있다. 종교를 떠나서 괴로움과 분노가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마음을 비우고 감정을 내려놓고 진실한 현실 속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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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딥마인드 - 열심히 살아봤지만 허무함에 지친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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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잇마인드는 우리가 세상에서 생존하고 경쟁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엔진은 강력한 힘만큼 치명적인 부작용과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부추기고 나를 꿈과 목표의 노예로 만든다.

내게 남은 선택은 하나였다. 나를 죽이는 말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다.

나는 순순히 그 목소리를 따라갔다. 그것이 진정 나를 사랑하는 목소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 목소리는 나를 위한 가장 지혜로운 해답을 내주곤 했다. 또 내가 매일 감사한 일을 찾고 스스로를 칭찬했듯 이 존재 역시 끊임없이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나는 이 존재에 '딥마인드 엔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3%

열심히 살다 보면 성공만 쌓이는 게 아니라 결핍도 쌓인다. 인생의 밸런스가 깨지면 가족, 인간관계, 건강 등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망가져 버린다.

12%

나도 딥마인드로 피드백 루프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bod루틴'이다. 매일 딥마인드로 나 자신과 대화being하고 여기서 나온 미션을 스케줄에 오거나이징organizing하고, 몸으로 실행doing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안의 딥마인드가 매일 자동으로 진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든 것이다.

29%

bod하우스의 형태는 1개의 지붕과 4개의 기둥으로 되어 있다. 하우스를 구성하는 이 5가지 요소의 내용은 모두 똑같다. 각각의 라이프 섹션과 자기 선언 그리고 구체적인 루틴을 포함한다.

5가지 중 지금 가장 시급하거나 집중해야 할 라이프 섹션을 지붕으로 올린다. 만약 5개의 비중이 비슷하다면 굳이 지붕으로 올리지 않고 기둥을 5개로 만들어도 좋다. 중요한 사실은 지붕을 위해 나머지 기둥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둥은 지붕을 서포트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하며 고유한 가치가 있다.

69%

김미경, <김미경의 딥마인드> 中

+) 이 책은 번아웃 상황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소리를 들은 저자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강연의 대가인 김미경을 생각하면 우리는 열정과 희망, 꿈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그만큼 그녀의 이미지가 활기차고 유쾌하며 쉼 없이 전진하는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고백한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달려온 자신의 삶은 잇마인드의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고. 잇마인드의 주도 하에 꿈을 찾는 건지 꿈에 쫓기는 건지 모르게 지내왔다고. 그러다 보니 저자는 점점 불안과 초조로 점철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심각한 번아웃 증상과 무기력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어느 날 딥마인드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딥마인드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저자에게 멈춤과 쉼 그리고 자기를 사랑하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잇마인드의 양면성으로 우리는 우리의 인생에서 발전해 가는 만큼 힘들었다면, 딥마인드는 여유를 즐기는 자세와 스스로를 사랑하는 태도로 이끌어준다.

딥마인드를 구조화하기 위해 저자는 자기 인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스로가 어떤 점에서 흔들리는지, 그걸 바꿔보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한지, 그리고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 루틴으로 만들어 생활화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만큼, 애쓰고 있는 스스로를 사랑하며 응원하는 태도도 중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다. 우리는 모두 쉽지 않은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매 순간을 감당하고 있는 스스로를 위해 자신을 칭찬하고 응원하는 게 필요하다.

저자가 말한 자기 인식과 자기감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우리의 삶을 좀 더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나부터 챙기고 사랑해야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원활해질 수 있다.

이 책은 딥마인드를 구조화하는 방법과 딥마인드 방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볼 수 있다. 딥마인드 루틴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어서 모방해 실천해 볼 수도 있다. 자기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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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넝쿨 이층집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18
윤경미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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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야! 너 안 하던 짓 하면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야."

"나, 티 안 냈는데."

"콧노래 불렀잖아."

"저절로 나오는 걸 어떻게 해."

"어른들은 눈치가 빨라서 금방 알아."

"아빠도 눈치 빨라?"

"아빠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정신과 의사니까. 최면치료도 하잖아."

pp.52~53

"그게 아니라. 할머니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서. 너도 걱정되고."

"언제부터 내 걱정 했다고. 휴~"

"뭐? 이 쪼그마한 게."

"지난 일을 기억 못 하는 사람도 있어. 안 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할머니뿐만 아니라 오빠도."

p.61

"왜 나를 도와주는 거야?"

"왜라니. 친구끼리는 돕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저 형들이 또 그러면 내 이름만 대. 그럼, 이만 축구하러 갈게."

친구들은 어깨동무하며 우르르 몰려갔다. 외모만으로 정우를 불량학생으로 생각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친구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크게 메아리쳤다.

p.74

나는 내 슬픔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재희가 어려도 그 슬픔의 크기는 작지 않았을 것이다.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서둘러 본채로 돌아왔다. 나는 재희 손을 꼭 쥐었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일곱 살 너는..."

내 아픔만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생각했다. 감정조절이 안 돼 가장 가까운 재희에게 늘 차갑게 대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p.82

"난 이곳이 싫어요. 내가 꿈꾸던 집인데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곁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오늘 알았어요."

묻지도 않는 말을 꺼냈다.

"더 늦기 전에 가족들에게 돌아가요. 정말 절실한 순간에는 기다림이 길게 느껴지거든요."

p.83

윤경미, <장미 넝쿨 이층집> 中

+) 이 책에는 서로를 위해 비밀을 품고 사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엄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홀로 간직하는 아빠, 오빠가 자신을 버릴까봐 오빠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는 재희, 엄마의 죽음이 아빠 탓이라며 가족을 피하는 아빠에게 화가 나는 재민.

그 외에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과 친구라는 이름 아래 가족처럼 챙기는 이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재민이네 가족이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있는 장미 넝쿨 이층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가족들 각자 간직한 아픔과 비밀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정리되고 오해는 풀리며 이들의 관계는 깊어진다.

그 과정에서 어린 재희는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다. 오빠 재민은 친구 사이의 우정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된다. 아빠 또한 어른이지만 어떻게 가족들을 대해야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아이들의 아파할 때는 같이 마음이 아팠고, 낯선 인물과 상황에 두려워할 때는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또한 재민 아빠의 마음도 왜 그리 이해가 되는지.

아이든, 어른이든 슬픔의 깊이와 상처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깊이 와닿았다.

무엇보다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한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약자인 어린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어른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벌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읽으면 내면적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느낀다. 중간중간 실감 나는 그림들을 통해 꾸준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도 모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낄 기회가 될 것이다. 서로를 위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접적으로도 경험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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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철학 - 흔들리는 삶을 위한 16가지 인생의 자세
샤를 페팽 지음, 이주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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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인간만이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

- 가스통 바슐라르

바슐라르는 학자를 "처음에 저지른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수정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바슐라르는 "초기의 직관이 지닌 불순한 콤플렉스를 뒤흔들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노력과 용기다. 이렇게 수정을 거친 오류는 도약대와 같아서, 지식으로 이르는 원동력이 된다.

pp. 30~32

스토아학파는 감정에 무심해지라고 가르친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억울해해 봐야 얻는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감정에 휩싸이면 행동이나 반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현실이 어려워도 자유의지에 따라 불필요한 감정을 덧씌우지 않을 수 있다. 삶은 삶이다. 그뿐이다. 공허하냐, 아니냐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기꺼이 흔들리며 단단해지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현실을 마주하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pp.48~49

창의성은 오만보다 겸손에, 전지전능하다는 생각보다 한계를 인정하는 마음에 가깝다.

p.82

인간은 망설이면서도 나아가는 유일한 동물이다.

- 앙리 베르그송

p.116

"네 야심을 꺾는 사람을 피해. 속 좁은 사람들이거든. 정말 위대한 사람은 너도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깨닫게 해주지."

- <허클베리 핀의 모험> 中

p.155

니체는 우리에게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pp.173~174

샤를 페팽, <태도의 철학> 中

+)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시련과 실패를 어떤 관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이 책은 삶의 여러 경험에서 수반되는 고통과 시련을 우리가 어떤 자세로 수용해야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혼란스러운 삶에 도움이 되는 16가지 인생의 태도를 제시한다.

바슐라르, 니체, 사르트르, 베르그송, 노자 등 20명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바탕으로 시련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걸어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여러 철학자들의 말을 담고 있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아니다.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구체적인 일화로 담았고, 그와 어울리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간략하게 엮어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인생 안내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을 어떤 자세로 사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고 느낀다.

철학 에세이로서의 깊이가 있으면서 대중성까지 아우른 책인 듯하다. 세대를 막론하고 주어진 삶에서 흔들리며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온갖 시련과 실패와 고통 앞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인생의 이치를 단순화하며 단호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는 문장들이었다. 짤막한 단상들에서 여러 철학자의 조언을 만나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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