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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고아들 - 나는 동물 고아원에서 사랑을 보았습니다.
바이 신이 지음, 김지민 옮김 / 페리버튼 / 2023년 5월
평점 :
2023년은 세계 지구의 날 53주년이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이 아름다운 행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우리에게는 구원이 필요하다. 인간과 동물과 지구를 위해서.
p.8
고아원에 있는 모든 코뿔소는 한 살이 넘으면 반드시 뿔을 제거하고 매년 최소 두 번은 그 자리를 다듬는다. 코뿔소의 뿔은 손톱처럼 자르고 난 뒤에도 다시 자라기 때문이다. 뿔 없는 코뿔소도 코뿔소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탄식했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악에 대항하려면 악한 수단을 쓸 수밖에요."
p.27
"코뿔소 뿔의 성분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손톱이랑 똑같아요! 먹고 싶으면 본인들 손톱이나 발톱을 물어뜯으면 되잖아요!"
"코뿔소 뿔에는 의료적으로 영양가 있는 성분이 전혀 없어요. 그저 잘못된 미신일 뿐이에요. 슬프게도 인간은 이토록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에요."
pp.31~32
"모든 게 너무 늦어버릴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 나무늘보는 무척 연약하거든요. 나무늘보는 너무 많은 위험에 직면에 있고, 인류로부터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어요. 특히 인류가 서식지에 침입할 때, 나무늘보는 동작이 워낙 느리니까 뛰어서 도망칠 수도 없잖아요. 단순히 가지치기만 해도 나무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길이 끊기는 셈이라 나무늘보는 돌아갈 수 없어져요. 돌아가려면 목숨 걸고 땅을 기어야 하죠. 원숭이들처럼 펄쩍 뛰어서 돌아갈 수가 없으니까요."
pp.73~74
사랑은 점유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이 놓아주는 것이다. 야생 동물에게도 그렇고, 사람에게도 역시 그러하다.
p.90
"코끼리가 사고를 당해서 다치거나 버려지면 여기에서는 고아원처럼 코끼리들을 받아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 코끼리들을 돕는 것뿐이죠. 그런데 우리도 어려움이 있어요. 어떤 코끼리 주인들은 코끼리를 대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코끼리가 쇠사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주인들은 불안해해요. 그래서 주인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관념을 교육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족쇄를 제거하는 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는 혁명이다. 보이지 않는 쇠사슬은 보이는 쇠사슬보다 더욱 풀기 힘들다. 이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p.142
바이 신이, <지구의 고아들> 中
+) 이 책은 세계 곳곳의 야생 동물을 보호하고 치료해 주는 야생 동물 고아원을 취재한 기록물이다. PD인 저자는 오랜 기간 동안 세계의 여러 동물 고아원을 방문하여 그들이 처한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 이 책에는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과 야생 동물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다.
저자는 코뿔소, 나무늘보, 불곰, 코끼리, 흙곰, 삵의 고아원 이야기를 이 책에 수록했다. 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 상 몇 개월은 아주 더운 나라에서, 또 몇 개월은 아주 추운 나라에서 생활하는 일이 반복됐다.
엄청 힘들었을 텐데도 촬영을 위해 꿋꿋이 최선을 다하는 저자와 카메라맨들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야생 동물의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공익의 마음이 없었다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야생 동물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다.
이 책에는 동물 사진이 단 한 장도 실려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는 내내 그들의 아픈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동물들을 그렇게 만든 건 인간이 우리의 삶과 편리함만을 따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자연환경이 망가지고, 우리의 현재 삶만 생각하며 야생 동물을 괴롭히고 방치한다.
코뿔소의 뿔에는 아무런 영양이 없는데도 사람들은 보약이라고 믿으며 그 뿔을 잘라서 먹으려고 든다. 악을 상대하려면 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코뿔소 고아원 원장님의 말씀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느리게 행동하는 나무늘보는 사실 자기 체력을 유지하여 생명을 지키고자 그런 것인데, 나무늘보가 타야 할 나무를 벌목하거나 전신주의 전선을 나뭇가지로 착각하게 만들어 많은 나무늘보가 다치고 죽고 있다. 그 깊은 숲속에서도 우리 인간은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야생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인생 전부를 바쳐 노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 일은 어떤 대단한 사명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동물들의 생명을 우리가 함부로 할 권리는 없으니까.
야생 동물 구호나 치료 등에 관한 사진도 없어서 처음에는 좀 특이한 구성이라고 느꼈다. 글만큼 사진도 강렬할 텐데 전혀 싣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사진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지구 동물원의 모습, 야생 동물이 처한 현실, 그들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저자의 생각 등은 글만으로도 충분히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야생 동물들이 처한 현실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을 응원해야 한다.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제는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을 지키며 환경을 생각해야 할 시기임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