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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여름 낙서 에디션) - 씨씨코 에세이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쯤이면 그래도 전보다 훨씬 마음도 넓어지고 이해심도 깊어져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적어도 오늘 하루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올바르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 수 있는지 그 지혜를 조금은 터득했을 줄 알았다. 내가 생각한 어른은 그런 거였다.
하지만 시간은 나를 더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어주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때가 되면 나도 크겠지.
어른이 되기를 한 번 더 미루기로 했다.
pp.20~21
미래는 계획을 세운다고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보험을 들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뭘 해도 불안함을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노력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게 미래가 두려운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잘해 나갈 자신이 없다는 거다.
세 번째는 다급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미래는 계속 다가오고 있다.
pp.43~44
뒤를 돌아봤을 때
내 삶이 나쁘지 않았다고
느끼고 싶다.
p.55
표현을 바꿔야 한다.
'희망이 보인다'가 아니라
'희망을 보기로 했다'로.
p.70
"엄마!! 이거 실내화 어디가 뒤 같아?"
엄마가 직접 사다 준 실내화니까 엄마는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엄마는 실내화를 쓰윽 대충 훑어보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히 너가 편한 곳이 뒤지!"
pp.194~196
모두가 나를 사교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걸 잠시 쉬어봤다. 밖에 나가기 싫을 때 억지로 안 나가고 집에 있었더니 일주일 동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갔다.
스스로 청소를 엄청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집에 혼자 있으니까 시키지도 않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믿는 나다운 것,
내가 믿는 나다운 것 둘 다 틀렸었다.
진짜 나다운 것은 따로 있었다.
pp.269~270
씨씨코,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中
+) 이 책은 자유로운 그림과 글로,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사랑받는 작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저자의 개성 있는 그림이 에세이와 함께 다정하게 실려있다.
이 책은 일기 혹은 메모 형식으로 짤막하게 쓴 글과 에세이 형식의 글이 섞여 있는 구성이다. 저자의 일상을 기록하며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풀어낸다.
저자의 위트 있는 문장을 읽으면서 웃기도 했고, 진중한 내용의 문장을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했고, 심각한 상황의 문장을 읽으면서 같이 걱정하기도 했다.
삶에 대해 깊게 고민하다가도 이내 가벼워지고자 애쓰는 저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물론 '애쓴다'라는 표현이 쑥스럽게 느껴질 만큼 단호하고 주관이 뚜렷한 생각을 담은 문장들도 많다.
귀여운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며 저자의 문장을 곱씹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너무 무겁거나 힘들지 않게, 너무 슬프거나 아프지 않게, 너무 즐겁거나 낙관적이지 않게,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저자만의 방식이 그림과 글에서 잘 드러난다.
휴가철 가볍게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을 경험하기에 좋은 책 같다.
삶의 방향점을 잃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라는 조언이나 권유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순간에 저자는 어떤 생각으로 방향을 잡아가는지 직접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