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교 가는 길
유영미 지음 / 읽고쓰기연구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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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얘들아, 어떤 심리학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사춘기는 정말 어려운 거래."

"왜요?"

"인테리어 공사할 때, 보통 짐 다 꺼내고 싹 새로 하잖아? 그런데 사춘기는 뇌 속에 있는 모든 짐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거랑 같대."

"헉, 그럼 완전히 난장판이겠네요?"

"응, 기존 뇌를 그냥 둔 채로 어른 뇌가 돼야 하니까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지. 그래서 너희들이 힘든 거야."

pp.32~33

그러나 부모는 그렇지 않다. 평생의 문제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부모는 현명한 선택을 한다. 지금의 문제해결을 교사에게 미루거나 교사를 탓하지 않는다. 자녀 문제를 교사에게 미루거나 탓하는 부모는 아직도 그 문제를 직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 것이다.

자녀의 문제를 직면하고 수용한 현명한 부모들의 결론은 'How'로 시작되고, 그 과정은 많은 노력과 시도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답을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반면에 'How'가 아닌 'Why'만 반복하는 부모도 있다. 그 결과는 앞의 내용과 반대다.)

p.42

"3학년이 되면 매일 6교시를 하나요?"

"아주 좋은 질문이네."

3학년 부장님의 칭찬에 질문한 학생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매주 화요일에는 6교시가 있어. 그런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어. 6교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멋진 친구들만 할 수 있는 거야."

"왜요?"

"6교시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친구들만 3학년이 되는 거거든. 6교시는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p.70

나도 한국 남자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뭔가 좋은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들었다. (이것도 애국심인가?) "음, 한국 남자들도 괜찮은 분들이 있긴 있어요."

두 분은 크고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정확하진 않지만 어딘가에 있대요. 어딘가에." 어색하게 덧붙이는 내 모습에 두 분은 깔깔대며 웃었다.

"맞아요.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어딘가에. 어딘가에."

그 뒤로 '어딘가에'는 우리의 유행어가 되었다.

pp.120~121

나는 가수 박진영 씨가 수능 끝난 고3들에게 쓴 편지를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1. 스무 살에 경험하는 합격/불합격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2. 7~8년 뒤 그 모든 것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것

  3. 두 가지 세계(합격/불합격) 모두에 굴하지 않고, 소신과 꿈을 지키며 노력한 사람은 그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p.132

꿈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내 마음속 열망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다 방법이 있지'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만들어 본다.

A4 용지를 반으로 나누어 왼쪽에는 이렇게 적는다.

"내 꿈은 ( )

그런데 사람들이 무시해."

그리고 오른쪽에는 이렇게 적는다.

"다 방법이 있지!

( ) 하면 되지!"

pp.212~213

유영미, <다시, 학교 가는 길> 中

+) 이 책은 암 수술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생활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학교생활 기록기이다. 저자가 머무는 학교는 60%가량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로 구성되어 외국인 선생님들도 함께하는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에 반가웠고 저자를 비롯한 센스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학교생활 모습에 즐거웠다.

학생들과 수업할 때 한 명이라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선생님, 평기 기준에 맞춰 평가해야 할 때 모두에게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애쓰는 선생님,

아이들과 행복하고 유익한 수업을 만들기 위해 창의적으로 수업하는 선생님, 오해와 편견으로 대한 학생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선생님, 수업 외 행정에도 바쁘지만 위트 있는 농담을 즐기며 긍정적으로 사는 선생님 등.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하며 극복해가는 학생, 친구의 튀는 행동으로 학급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때 선생님과 함께하며 눈치껏 학급을 바로잡는 학생,

선생님의 진심 어린 조언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학생, 선생님의 새로운 수업에 친구들과 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 등.

이렇듯 이 책에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정겨운 모습과 초등 학생들의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안타깝고 속상한 장면에서는 '에고, 어쩌나.'를 연발했고, 흐뭇한 미소와 웃음이 유발되는 장면에서는 신나며 즐거워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일상과 고민, 그리고 다문화 아이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 각 가정과 보폭을 맞춰 걷는 학교의 교육 방향, 등 학생 눈높이에 맞는 재밌고 의미 있는 대화법 등등 고민하고, 느끼고,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힘든 학교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활력을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권하고 싶다.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생활방식에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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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다시 만난 심리학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 2
김경일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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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일반적으로 성격은 '기질'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되는데요. 여기서 기질은 타고나서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을 뜻합니다.

반면에 성품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부분이며, 시간과 경험, 관계 속에서 충분히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특성, 즉, 성격이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기본값'이라면, 성품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결과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개념을 구분해서 이해하면, 나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은 노력으로 바꿔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습니다.

p.12

불안해질수록 루틴을 만들어 보고, 긴장 상태가 심하다고 느껴질 땐 작은 준비를 여러 번 반복하는 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어떤 근거로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 반대로 불안해 하기도 할까요? 그건 바로 '내가 설정한 기준이 얼마나 높고 낮은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기준이 낮을수록 덜 불안하고, 기준이 높을수록 더 불안해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일의 난이도나 내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의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pp.45~47

우울감을 해소하고 싶다면 '강도'보다 '빈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나를 살짝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작은 이벤트나 경험을 자주 만드는 것, 그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그리고 그 작은 경험들을 기록해 두는 겁니다. 기록이 없으면, 아무리 부자라도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금방 잊게 되고, 다시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우울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빠져나와야 하는' 감정입니다.

p.62

사회성은 성격이 아니라 에너지의 양입니다.

중년이라면, 이제는 나의 사회성의 용량을 정확히 알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사회적으로 번아웃이 되는 일을 막고, 외로움을 스스로 초래하는 상황도 피할 수 있습니다.

p.90

치알디니 교수가 주목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는 습관이 형성되려면 반드시 'If-When-Then'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즉, '만약 (이때)~를 하면, 그다음에 ~를 한다.'라는 식으로 조건과 행동이 연결될 때 비로소 습관이 굳어진다는 겁니다.

p.143

싫은 사람 정말 안 보고 살고 싶죠.

그런데 그에 앞서, 먼저 이 생각을 할 필요가 있어요. 싫다는 감정은 최종결과일 뿐, 근본적으로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나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가능한 한 자주 만나지 않고,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pp.185~186

외국의 한 언어학자는 이때 한국 가족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감정이 생긴다고 말했는데, 그 단어가 바로 '지긋지긋하다'입니다. 이 단어가 한국 가족 관계를 상징하는 말로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고 하죠.

또 많은 사람들이 왜 가족에게만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지 궁금해하는데, 그건 결국, '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타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늘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생각은 비합리적 신념이죠.

pp.217~219

김경일, <김경일의 다시 만난 심리학> 中

+) 이 책은 우리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잘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자기 자신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관계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심리학자인 그는 기질과 성품을 구분해 설명한다. 우리 자신의 기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과 성격이 좋아하는 방법 등을 언급한다.

그리고 불안이 왜 생겨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불안을 억누르기 보다 적당한 긴장으로 이용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울감 역시 스스로가 몰입할 수 있는 소소한 행위들로 살짝 빠져나오는 방법을 권한다. 이때의 소소한 일상은 잠시라도 기분 좋게 집중할 수 있는 일로, 추후에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나 대인 관계에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가 갖고 있는 사회적 에너지의 양을 먼저 파악할 것을 추천한다. 그 용량에 맞게 행동하면 사회적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외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인지, 가족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한국만의 문화에 적응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쁜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논의한다.

저자의 단호한 문장들이 신뢰감을 주고, 주장에 맞는 근거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제시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느끼는 많은 감정들은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계속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타인과 잘 지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단정적인 표현들로 구성된 만큼 수용하기 쉽다고 느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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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영어 표현 100 - 헷갈리는 영어회화 표현
전정국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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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35) What, Which

왕초보나 초급 단계 학습자분들이 가끔 헷갈려 하시는 WhatWhich, 어떻게 다를까요?

What은 말하는 예시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막연할 때 써요.

ex)

What is your name?

이름이 뭐예요?

What do you want?

뭘 원하니?

What are you eating?

뭐 먹어?

Which는 말하는 예시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그중 선택을 하게 할 때 씁니다.

ex)

Which do you prefer, summer or winter?

어느 걸 선호하니, 여름 아니면 겨울?

Which is your car, the red car or the gray car?

어느 게 네 차니? 빨간 차 아니면 회색 차?

Which one is yours, this one that one?

어느 게 너의 것이니? 이것 아니면 저것?






<빈칸 채우기>

  1. __________ color do you like better?

어느 색을 더 좋아하니?

2. __________ is going on?

무슨 일이지?

3. __________ team do you think will win?

어느 팀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해?

4. __________ do you know?

네가 아는 게 뭐니?

pp.92~93

전정국, <알쏭달쏭 영어표현 100> 中

+) 이 책은 영어 강사인 저자가 수년간 학생들에게 영어 강의를 해오면서 학생들이나 선생님들도 헷갈리는 영어 표현들이 많다는 걸 발견하고, 그런 표현들을 모아 정확하게 정리한 것이다.

'위치와 장소, 활동, 동작, 시간, 질문과 대답, 정도, 조동사, 동사와 동사구, 명사, 접속사와 전치사'로 소주제를 정해 총 100개의 헷갈리는 영어 표현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표현이 어떤 표현과 헷갈리는지 보여주며 그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서로 다른 표현의 예시는 물론 학습자의 복습을 위한 빈칸 채우기 문제도 수록되어 있다.

또 저자의 강의 영상을 담은 QR코드가 각 장마다 있어서, 알쏭달쏭 한 영어 표현들이 어떻게 다른지 유튜브 해설 강의도 참고할 수 있다.

표현의 차이를 설명할 때는 영어 문법적 부분은 물론이고, 그 표현을 사용하는 상황, 영어권 문화, 나이와 세대, 과거와 현재, 문어체와 구어체 등의 기준을 적용하여 차이점을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 준다.

책의 구성이 독자들이 살펴보기 편하도록 핵심적인 정보를 정리하고 있어서 공부하기에 부담이 적다. 더불어 다양한 사진도 함께 담아서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목차를 보고 어떤 표현들이 헷갈리는지 먼저 찾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헷갈리는 영어 표현이 정말 많은데, 이 책을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며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영어도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저자의 말에 위안을 받았고, 그렇기에 사용 빈도로 구분해야지 옳고 그름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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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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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인간의 고통에 눈 밝기에 거짓말인 그런 글을 쓰는 황당한 사람 한 명이, 또 그런 글과 그런 인간이 소중한 줄 알기에 몇 장의 종잇장을 찾아 헤매는 황당한 사람 한 명이 이 삭막한 세상에 빛을 밝힌다. 허구로써 현실을 감내해보려는 것, 그것이 문학의 진면목이 아닐까 싶다. 또 그런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인문학의 진면목일 것이다.

pp.22~23

무얼 좀 도와드리는 시늉을 하면 고맙다는 말 다음에 덧붙인다.

"괜찮아요. 이건 제 일인걸요."

내 일, meine Arbeit 혹은 my job. 사실 내가 독일에서 가장 자주 듣고 감탄하는 말이다.

"제 일인걸요." 현실인식과 책임감과 자긍심까지 배어 있는 이 말을 나는 사랑한다.

p.41

자녀들을 노동에서 소외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노동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고 거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 느낄 줄 아는 것, 그렇게 하도록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 삶의 지혜 중에서도 지혜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갖추어주어야 할 두 가지. 괴테가 요약했다. '뿌리와 날개'라고. 우리의 상황으로, 현실로 아주 낮추어 - 사랑에 기본을 두고- 의역해본다. 노동과 격려일 것 같다.

pp.59~60

젊었을 때, 온 세상이 캄캄해서 앉은뱅이처럼 앉아만 있었을 때는 누가 새끼손가락 하나만 잡아주면 일어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상은 때로 절벽 끝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사람의 손을 짓밟듯이 가혹했다. 어쩌면 세상의 정말 중요한 일들은 바로 외로움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이치를 젊었을 때는 몰랐다.

p.116

홀레 씨는 강연문에서 자신이 왜 평생 이윤 없는 문학에 관심을 가졌는가를 이야기하고는 이런 구절로 끝맺고 있었다.

"문학은 사람을 만듭니다."

p.143

병 깊은 어머니가 딸에게 시킨 것이 그저 마라톤이었을 리 없다. 세상을 헤쳐갈 힘을 길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험한 세상에서 딸이 어떻게든 스스로 튼튼한 두 다리로 서고, 세상을 헤쳐갈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무얼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야 사라질 리 없으니 길은 스스로 찾을 것이다.

p.213

책에서 나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생각을, 많은 생각을 하며 읽는다. 공감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낯설어하며 물리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세상에는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며 조금 사고가 열리기도 한다. 그렇게 열리는, 어쩌면 열려야 하는 사고의 지평은 무한하다.

p.257

전영애, <인생을 배우다> 中

+) 이 책은 약 10년 전에 출간된 책을 재출간한 것으로, 괴테 학회가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 수상자인 저자가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순간들에 대해 써 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연구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겪은 복잡한 감정과 힘든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또 문학과 음악 등의 예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언제 떠날지 모를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존재들에게서 얻은 감동도 언급한다.

책은 에세이 글과, 그 글의 소재를 연상하게 하는 흑백 사진과, 아름다운 문장을 필사할 수 있는 줄글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인생의 어려움을 알기에 그 시간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문장이 많이 담겨 있다. 더불어 그런 순간조차 우리에게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조언하는 저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글을 사랑해서 얼마나 아픈지, 그러면서도 글에서 힘과 위안을 얻고, 그런 순간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진실하게 와닿는 책이었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소소한 인생의 순간들을 사랑하고, 힘껏 애쓰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온화하지만 단단한 힘을 전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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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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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인 건 맞다. 다만 그 배움이 방학을 맞이한 당사자가 아닌, 모친의 것이라는 사실이 조금 다를 뿐이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아니면 정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뽑든가요, 하는 표정으로 나는 손톱을 매만졌다.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여유를 보이면 된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협상 자체가 의미 없는 완벽한 갑과 을 관계가 있다.

"딸이 시험 끝나고 모처럼 반 애들을 위해......"

"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pp.11~12

어느 곳이나 삐딱하게 세상을 보는 부류는 있다. 다만 그 소수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는 현실이 어이없고 화가 났다. 쿠키는 그저 쿠키일 뿐이었다. 버리기 아까워서 가져왔다니. 어떻게 그토록 무례한 말을 내뱉고는 장난이라며 쉽게 웃을 수 있을까.

p.23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의심하고 질타를 보낼까? 무거운 철문을 힘껏 닫아 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안의 문은 너무 쉽게 열려 버렸다. 그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서러움과 속상함, 외로움과 아픔이 허물어지며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pp.47~48

"또 어디 가는데?"

"그냥."

정말 그냥이었다. 이제 쿠키는 살 필요도 먹을 이유도 없으니까. 그럼 전에는 어떤 필요와 이유가 있었나? 그 생각을 하자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았다.

p.80

이희영, <쿠키 두 개> 中

+) 이 소설은 엄마의 쿠키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고등학생 '나'의 시선과, 그 가게 앞에 서 있는 신비한 '소년'의 시선으로 구성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나'의 관점으로 서사가 진행되는데, '나'는 쿠키를 팔다가 꿈에서 본 소년이 엄마의 가게 맞은편에 서 있는 걸 알게 된다.

그 꿈에는 소년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투명한 손이 나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렇게 반복되는 꿈에 호기심이 생길 때쯤 그 소년이 실제 눈앞에 등장한다.

이 소설에는 사람의 진심을 왜곡하는 불쾌한 이들의 목소리가 종종 등장한다. 저자는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그냥'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따뜻한 진심이다.

그런데 그 진심 어린 마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은 상처 입고 힘들어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순수하게 타인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여기는 마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함께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쿠키 한 개로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느끼면서 또 같이 행복했다. 진심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 상처받기 보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생각하는 게 낫다는 걸 가르쳐 준 소설이었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장면들이 많았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꿈같은 이야기가 꿈이 아니게 되는 순간도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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