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마음공부 - 1,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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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이는 모든 경계는 오직 마음을 보는 것일 뿐이다.

마음이 환영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보이는 것이 즉시 없어질 것이다."

《금강삼매경》, <입실제품>

《삼매경》은 모든 경전을 아우르는 불경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책으로, 궁극의 깨달음의 경지인 금강삼매에 대한 가르침을 전한다. 이를 통해 모든 번뇌와 장애, 집착을 돌파해 굳건한 마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니, 이는 그대로 마음공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p.32

어리석은 무명으로 인해 없는 경계를 지어내고 이를 분별하니 여덟 가지 식의 파도가 일렁인다.

빛과 어둠이 따로 없는데 경계를 지어내고 빛에 집착한다. 기쁨과 슬픔이 따로 없는데 기쁨에 집착한다. 영광과 좌절, 쾌락과 고통, 정당함과 부당함 모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당함에 치를 떤다. 네 편과 내 편, 이것과 저것..., 분별과 집착은 끝이 없다.

p.86

부처와 여래의 지혜 경지는 이분법 분별을 넘어서니, 일체의 분별과 집착이 없다. 이는 진여의 존재인 부처와 여래가 분별지를 여의고 무분별지만 지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결과 부처와 여래는 구체적인 베풂과 작위를 여의게 된다.

p.129

즉 신은 애써 자기 모습을 감추고자 하여 인간의 마음의 심연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생의, 즉 만물을 낳고자 하는 자신의 뜻인 창조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은 창조를 위해 애써 자기 모습을 감추며, 무명의 바람이 불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그리고 무명의 바람이 불 때 마음 바다에는 파도의 물결이 일렁이는 것이다.

p.146

어떻게 인욕을 닦을 것인가?

이른바 응당 타인의 번뇌를 참아서 마음에 보복할 생각을 품지 말아야 한다.

《대승기신론》, <수행신심분>

p.175

대반열반은 원래 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가 육체적인 죽음과 함께 맞이한 완전한 해탈 상태를 의미했다. 즉 석가모니 부처의 죽음은 단순한 육체적 죽음이 아니라 모든 고통과 윤회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 궁극적 해탈에 이른 것임을 강조하는 의미였다.

그러므로 서두의 《금강삼매경》 구절은 대반열반의 의미를 새로이 정의한 것이다. 무생행을 실천함으로써 무상법을 이루고, 그리하여 한마음 본원을 회복한 상태가 대반열반이라는 새롭고 고유한 통찰을 제시한다.

pp.238~239

불교 사찰은 흔히 고승과의 인연을 내세우는데, 역대 고승 중 원효만큼 많은 사찰에서 창주로 모시고 있는 분이 없다. 원효와의 인연을 내세우는 사찰은 지금도 전국에 100여 군데가 넘는다. 그리고 각 사찰의 연기 설화 속에서 원효는 신이한 능력으로 활약을 펼친다. 민초들의 사모하는 마음이 그와 같은 연기 설화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p.312

강기진, <원효의 마음공부> 中

+) 이 책은 해골 물 한 바가지 일화로 익숙한 스님인 '원효'의 사상을 《금강삼매경》, 《대승기신론서》 등의 책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의 복잡한 마음을 불교 관점에서, 특히 원효의 시선에서 풀어내고 있다. 일상의 여러 일들에 마음이 흔들릴 때 바깥에서 원인을 찾을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수많은 감각이 만들어낸 허영에 현혹되지 말고, 무엇이든 나누고 가르려는 이분화된 틀에 갇히지 말고, 마음의 본모습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저자는 마음이 탁해지는 원인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자 원효의 사상에 칸트와 융 철학을 도입하고, 다시 하나되는 마음을 위해 소승불교와 쇼펜하우어 철학을 함께 언급한다.

결국 마음이 곧 세계가 되기에 어떤 마음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법을 초월한 깨달음을 거쳐 한마음에 이르는 것이 답이라고 본다.

이 책은 불교 사상에 근원을 둔 원효의 철학은 물론 다양한 서양 철학자들의 사유도 담고 있어서 고전을 복합적으로 접하는 느낌이 있다.

또 저자가 현대인의 여러 상황을 사례와 비유로 들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더불어 원효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의 마음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을 곱씹으며 평온한 마음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원효가 현실에서 수많은 민초들과 함께했듯이 저자 역시 원효의 철학으로 현대인의 마음을 다독이려 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고요하지만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마음 안팎의 질서를 지켜가는 자세가 어떤 건지 보여주려 한 책이라고 느꼈다. 종교를 떠나 원효가 걸어온 마음공부의 길을 지친 현대인에게 전하는 책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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