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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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뭐 하는 거야? 너 중학생이야."

"왜, 경험이야. 경험. 여행 중에는 일탈이라는 것도 해 보라고."

"그건 일탈이 아니고 비행이라고 하는 거야."

"네가 그래서 친구가 없는 거야. 두 마디만 하면 답답하거든."

다경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선규의 말을 받아치며 놀렸다.

p. 64

"트로이 목마의 진짜 의미가 뭐게?"

"진짜 의미? 그거 말 모양의 비밀 병기 아니야?"

"잘 모르는 존재를 함부로 들이면... 다 죽는다는 거."

p.75

"우리 식구 다 수사물 좋아해서 일요일마다 같이 보고 범인 맞히기 했었거든요."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네."

"그런 걸 보다 보니 세상엔 정말 끔찍하게 나쁜 인간이 많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경은 어딘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중얼거렸다.

"나는 찾아낼 거예요. 엄마 아빠를 그렇게 죽게 만든 사람. 찾아내서...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p.127

"... 그 아이는 아직 어려서 모를 거야. 아빠가 자신에게 한 짓이 뭘 의미하는 건지. 근데 나는 알잖아. 아이가 가장 의지하고 믿고 있는 존재가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너라면 어떨 것 같아?"

p.166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해도 그냥 포기하면 안 돼. 그럼 다경이 네 세계는 아주 작을 거야. 이해하지 못하면 가만히 지켜봐. 오래 지켜보다 보면 네가 모르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그런 뒤에도 네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냥 그런 세상이 있구나 하고 잊어버려. 세상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니까.'

pp.202~203

서미애, <여우누이, 다경> 中

+) 이 책의 표지를 보면 한 소녀가 집 한 채를 손에 들고 있다. 여우누이 설화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터라 표지와 제목을 통해 소설 속 상황을 상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정환'의 친한 친구이자 동업자인 '경호'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곧 죽은 채 발견된다. 정환은 졸지에 혼자가 된 경호의 딸 '다경'을 본인의 집에 얼마 동안 머물게 한다.

아내인 '세라'도 찬성했고 두 아들 '민규'와 '선규'는 경호네 가족과 여행도 함께 다닌 터라 이해해 주리라 여기고 내린 선택이다.

그렇게 다경이 정환의 집에 머물면서 집에는 묘한 기운이 감돈다. 중학생인 다경과 고2 수험생인 민규는 어렸을 때는 잘 어울렸지만 민규에게 다경은 어색하고 불편한 존재이다.

다경과 같은 또래 선규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다경의 존재가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엄마에게 떠밀려 자기 방을 억지로 양보하게 되어 짜증난 상태에서 둘의 대화는 시작된다.

정환의 아내 세라는 늘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다경이가 집에 오면서 무뚝뚝한 남자들과 지내던 때와 사뭇 다른 기분을 경험한다.

이렇듯 소설은 인물 각각의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쪼개진 조각을 맞추듯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자 쉼 없이 읽게 된다.

다경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 간의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선규는 형 민규를 오해하고, 정환과 세라는 부부 싸움을 한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다경이 왜 영악한 아이가 되었는지 알게 된다. 원래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는지 몰라도 부모의 죽음을 겪고 범인을 찾아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경이 바로 중학생이라는 점이다. 열다섯 또래의 아이가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 건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지 않을까.

소설이 후반부로 향할수록 상황은 극에 치닫고 다경을 비롯한 인물들의 입장과 심리가 이해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 이를 어쩌나.

죄를 지은 자 한 사람만 벌을 받으면 되는 게 아닐까 싶다가, 그럼 남은 자의 설움과 분노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고, 아무 죄가 없어도 피해를 받는 존재에게 미안하다면 죽은 이들에게는 미안하지 않단 말인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경과 선규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까.

심리 스릴러 소설이며 추리 소설의 갈래답게 궁금증을 유발하며 계속 읽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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