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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견 공두리 - 눈오는날 선물처럼 찾아온 강아기 공두리
김선민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10월
평점 :
복환아찌는 가슴에 품은 녀석의 숨이 답답하지 않도록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어요.
"자, 이제 출발이다. 집에 가는 거야. 우리 집으로. 아니, 네 녀석의 집이 될지도 모르겠다."
"잘될 거야. 숨기지 말고 감추지 않으면 될 일이지, 아무렴. 그러면 모든 게 새로워지고 새로운 시간이 열릴 거야."
'숨기지 말고, 감추지 않기.' 이 말을 처음 들은 건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기 전이에요. 복환아찌가 결혼을 약속하면서 다짐한 말이었어요.
p.88
복환이 집을 떠나던 그해 이른 봄, 동생이 죽었어요. 너무 가난해서 겨우내 먹을 것이 부족했어요. 어떻게 해서든 추운 겨울을 이겨 내야 했지만, 동생은 그렇지 못했어요.
"나비만큼만 먹어도 하늘을 날 수 있을 텐데. 나비만큼도 못 먹고 하늘을 어떻게 날아가지? 자, 이 어미가 밥 한술 떠왔다. 이 밥 먹고 하늘을 훨훨 날아가거라.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은 하늘을 날아가거라."
pp.100~103
아버지는 동네에서 이름난 약초꾼이었죠.
마을 사람들이 아프면 산에 올라 좋은 약초를 구해 왔어요.
"복환아, 이것 봐라. 이건 개나 돼지, 닭이나 소가 먹어도 좋은 거란다."
"개나 닭한테도 줘요? 왜요?"
"짐승도 사람과 다르지 않단다. 짐승이 사람들한테 얼마나 많은 걸 해 주는데."
"뭘 해 주는데요?"
"닭은 알을 주고, 돼지는 고기를 주고, 소는 일을 하고, 개는 집을 지켜 주잖아."
"그건 그렇네요."
pp.113~115
"아빠가 지내던 집을 유기견들을 위해서 내주셔도 괜찮겠으시겠어요?"
"유기견이 아니라 우리 식구들이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단다."
p.140
'우지끈' 소리와 함께 '우당탕 쿠당탕 콰르르릉' 소리가 들렸어요. 순식간에 공장 바닥으로 '쿵' 소리가 나면서 외마디 비명이 들렸어요. 바로 복환아찌의 비명이었어요.
복환아찌의 얼굴을 비비던 공두리가 공장 밖으로 뛰었어요. 온 힘을 다해 달렸어요. 공두리가 어디로 뛰어가는지 복환아찌는 알지 못했어요. 공두리가 자신을 구해 줄 거라는 믿음이 용솟음쳤어요.
pp.221~226
김선민, <위기견 공두리> 中
+)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보면서 생각했다. '위기견'이란 보통 위기에 처한 강아지를 말할 터인데, 그 강아지를 위기로 몰고 가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일까.
그런 잔인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의 유기 동물들은 더 위험할 텐데 걱정이 앞섰다. 유기 동물도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그리고 길고양이처럼 가족 없는 아이들도 한 생명이다. 그런데 무슨 권리로 그들을 괴롭힐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쁜 사람에게서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구하기 위한 가족과 동네 사람들의 모습에서 밝은 미래와 따뜻한 희망을 얻었다.
주인공 복환 아찌는 위기에 처한 공두리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위기에 처했던 건 공두리만의 일이 아니다. 복환 아찌가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많은 일들도 그에게는 큰 위기였고 두려움이었고 고통이었다.
그걸 어린 새끼 강아지 공두리가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복환 아찌의 마음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사하게도 공두리를 가족으로 환영하는 복환 아찌의 가족들도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더불어 잘 모르고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는 아주머니와 공두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마음을 써주는 할머니 등의 사람들을 보면서 아직은 선한 사람이 더 많구나 싶어서 다행스러웠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은혜 갚은 까치처럼 아저씨의 사랑을 알고 아저씨를 돕는 공두리와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뿌듯함과 행복함, 끈끈한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이 깊이 공감할 책이다. 또한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공유하고 싶은 어린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