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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구르는 속도 - 제4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아동문고 113
김성운 지음, 김성라 그림 / 사계절 / 2024년 9월
평점 :
"램프의 요정 한둘 아니다. 전 세계에 행운 나눠 주려면 요정 많이 필요하다. 경쟁 치열하다. 우리도 시험 본다. 시험 잘 보면 자기 나라, 조금 못 보면 가까운 나라, 많이 못 볼수록 먼 나라 간다. 나 아주 먼 나라 한국 왔다."
"진짜로 소원 들어줘요?"
"물론이지. 소원 들어주기 성공해야 우리 나라 돌아간다. 실패하면 더 먼 나라 간다. 북한 간다."
pp.31~32
선생님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럼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은 딱 봐도 악당 티가 나던데.
"선생님, 장애인도 겉모습만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죠?"
이건 딱 봐도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나는 열이 받아서 빡구를 째려봤다.
걸핏하면 나를 무시하고 놀려 대는 게 누군데? 지금도 생각이 깊은 척 연기하며 나를 약 올리고 있다.
pp.42~43
휠체어를 타서 좋은 점을 하나 꼽자면, 좋은 사람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는 거다. 내가 휠체어를 타지 않았다면 담담이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알아채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거다.
p.77
"이 사람 이거 불법 체류자 아니야? 우리나라 사람들 일자리 뺏으러 왔지? 어? 당장 너희 나라로 돌아가!"
"여보, 내가 경찰에 신고할게."
아빠가 휴대폰을 꺼내려는 찰나,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마람 언니가 아빠를 밀치고 앞으로 나선 거다. 마람 언니가 아저씨에게 삿대질을 하며 쏘아붙였다.
"으응, 나도 우리 나라 갈테니까 아조씨도 아조씨 나라로 가."
"어, 어라? 한국말 잘하네. 내가 가,가긴 어딜 가! 여,여기가 내 나란데!"
"뻥치지 마. 아조씨 대한민국 사람 아니잖아. 동방예의지국 한국에 아조씨 같은 사람 없어. 나 불법 아니고 아조씨 내 명예 훼손했어. 각오해."
"나 마람, 무례한 사람한테는 참지 않는다."
pp.110~112
"엄마도 언니가 말한 거랑 비슷한 소원을 빈 적이 있대요. 그런데 그건 좀 별로예요."
"어째서?"
"이게 나잖아요. 나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좋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거든요."
p.123
김성운 창작동화, 김성라 그림, <행운이 구르는 속도> 中
+) 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창작 동화로 제작되었지만, 어른들이 읽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걷는 것이 어려운 하늘이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하늘 곁에는 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매 순간 하늘을 도울 수도 없고, 인생에 다양한 변수는 종종 나타나기에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불편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하늘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꾸 미안해진다.
어느 날 하늘 가족에게 외국인 손님 '마람'이 찾아온다. '마람'은 하늘에게 자신이 램프의 요정이라는 비밀을 알려주며, 하늘에게 행복한 고민을 가져다준다.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까.
이 책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무례한 것인지 잘 드러내고 있다. 어린이들이 읽어도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쳐 준다.
제목 '행운이 구르는 속도'가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의미를 천천히 짐작하게 되고 마지막에 책을 다 읽었을 땐 그 말이 얼마나 깊이 와닿는지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와 자기만의 삶이 있다. 그 삶이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다고 해서 함부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자기만의 속도로 걷는 것이 무척 용감한 일이라는 걸 하늘이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타인과 공존하는 삶에 피해를 주는 그런 속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도우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각자의 속도로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법, 나와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이들을 기다려주는 법 등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러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용감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넘길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모처럼 따뜻하고 즐거운 동화책을 읽은 것 같아 반가웠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