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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여 나를 듣는다
전지영 지음 / 소다캣 / 2024년 5월
평점 :
요가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먼저였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그것들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야마와 니야마를 공부하면서 인간답게 한다는 게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윤리가 아니라 그저 개인의 생활 루틴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도덕과 태도가 아닌 현실적인 행위로 한정해서 나에게 인간다움이란 청소와 요리라고 결론내렸다.
pp.25~26
하지만 명상의 과정은 기대만큼 아름답지도 평화롭지도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뿐더러 잘 되지도 않는다.
마음은 자신에게조차 틈을 보이지 않는다.
p.36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대해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경이로운 능력 중 하나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망각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아이는 고통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기 쉽다.
p.43
나는 사람들의 판단과 재촉과 의도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사람들이 날 어떻게 여길까'라는 걱정을 멈추자 삶이 놀랄 만큼 단순하고 온건해졌다.
p.101
아헹가는 요가를 하는 사람은 선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악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악이란 대단한 무엇이 아니라 선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선이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야마와 니야마를 지키는 삶이다.
요가에서 강조하는 아브야사와 바이라기야는 목표나 의지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환희와 열정으로 사는 삶을 의미한다.
pp.168~169
전지영, <귀를 기울여 나를 듣는다> 中
+) 이 책은 어느 섬에서 요가 선생님으로 지내면서 스스로와 마주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혼한 뒤 몸도 마음도 피폐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가와 명상을 선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인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이야기를 솔직하게 더 많이 풀어낸다. 요가 수련원을 운영하며 만난 타인과의 관계를 언급하면서도 그들과의 만남이 익숙하지 않은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러면서 명상으로 자신을 대면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길이며 그것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책의 제목처럼 귀를 기울여 나를 듣는 과정이 결코 즐겁지 않다는 걸 저자의 진지한 문장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시간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그 시간을 감당한다. 견뎌 낸다는 표현보다 용감하고 묵묵하게 감당한다는 표현이 옳겠다.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진솔함이 느껴지는 에세이집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언급하며 틈틈이 요가에서 전하는 지혜와 명상 수련의 단계를 같이 전하고 있다. 이 책은 긍정으로만 마무리하는 일반적인 에세이가 아니다. 자기를 만나는 과정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책이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만나는 과정 또한 어렵고 쉽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된다. 무엇이든 급한 것보다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를 만나고, 나의 상처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인정하기까지의 과정도 역시 그럴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순간을 직접 제시한 듯하다. 그래서 담담하게 묵묵히 공감하며 읽은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