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상품으로 검색이 안되서 리뷰가 아닌 페이퍼로 쓴다. 앤 헤더웨이의 짙은 눈썹과 굵고 탐스러운 갈색 머리카락, 날렵하고 탄탄해 보이는 몸 모두 부러운 영화.  

사실 이 영화에 별루 기대하지 않고 봤다.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과! 얼마나 뻘쭘했겠는가.  

왜냐면 영화는 초반에는 정말 이거 섹시코미디다 싶게 좀 강도높은 장면과 연출이 나온다.  

이를테면 두 번째 만남에서 여자 주인공은 남자한테 하는 말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에요? 지금 가요!"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여자의 집으로 가 바로 섹스를 한다. 끝나고 나서는 서로를 끌어안거나 서로에 대한 호기심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 "삐삐찾아 나가요"라는 말을 할 정도면... 대충 여자 주인공이 꽤 쿨한건지, 냉소적인 건지 하는 궁금증이 인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바람둥이 셀러리맨이다. 말빨로 판매 유치를 하고, 눈웃음과 달콤한 말, 매끈한 몸매, 죽이는 섹스 실력으로 여자들과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는 장면들이 연달아 나오니.. 왜 이런 낯 뜨겁고 막장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보고 있는 것일까 싶어..초반에는 후회감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사실적이었고 솔직했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깔려 있었다. 정말 이렇게 몸으로 하는 세상에 솔직한 이들은 그러나 점점 서로에게 몸이 아닌 마음으로 다가가며 솔직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다투고 부딪친다.  

여자가 다소 냉소적으로 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불치병인 '파킨스 병'에 걸려서이고, 최근에 약 판매 셀러리맨 유부남과의 연애가 잘 안되서이고, 더이상 희망을 욕심내지 않기 위한 마음먹기이었다. 그런 여자주인공이 다소 가볍고 많이 친절하고 내면에 컴플렉스 투성이인 주인공남자를 보며 "당신은 사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다. 장점은...(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말해준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부모님한테 항상 실망을 끼쳤다는 생각으로  입만 열면 허풍을 떨고, 사람에게 진심어린 관심 한 번 주지 못했던 정신적으로 약한, 바람둥이었다. 그런 남자는 이 여자를 통해서 허풍과 말빨이 아닌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그녀의 병을 낫고싶다는 미칠듯한 희망을 꿈꾸고, 치료약이 없다는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난 당신이면 돼. 지금 이 순간도"라는 멋진 말을 할 정도로 정말 멋진 사람으로 거듭난다.   

물론 서로 섹스 장면을 촬영하고, 그의 친형이 그걸 보며 자위를 하고, 파자마 섹시 파티 장면에서 여자 둘과 섹스를 하고 누워있는 장면, 비아그라 부작용으로 성기가 계속 발기되어서 병원을 찾아가고 하는 장면은 그닥 우리 정서와 전혀 맞지 않다. 어떻게 보면 불쾌하고 더 나아가 욕지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제발! 

겉모습, 한 단면만 보지 말았음 좋겠다. 사람들은 너무 겉모습만을 본다. 섹스하는 장면이 나와도 이 영화는 포르노가 아니다. 이야기가 있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가끔 나같이 감동과 좋은 느낌을 받아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니까.  

난 그 너머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가치관에 미소짓는 관객이다. 부디! 제발 비아그라라는 약에 집중하거나, 여자가 가슴에 뭐가 난 거 같다고 가슴을 보여줬을 때 그 여자의 가슴 모양에 집착하지 말았음 좋겠다.  

진짜는 발기가 안되는 남자를 끌어안고 그 남자의 컴플렉스를 다독여주는 모습, 서로의 섹스 장면을 담으면서 그 캠코더 안에 남자를 바라보던 여자의 사랑어린 미소와 눈빛을, 포르노를 보며 자위하던 형을 보지말고 그 형이 자신이 꿈꾸던 일회성 섹스가 실제로는 얼마나 매력없었는지 깨달았다며 집으로 가겠다는 장면에 좀 더 집중했음 좋겠다.  

사람은 섹스하고, 나쁜 짓을 하고, 일탈을 하고, 죄를 짓고, 다소 부족하고, 인생은 구질구질한 걸 깨달으며 하루하루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인생이 뭐 거창한 거는 아닐지라도 '사막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다는 믿음이 그 사막을 아름답게 느끼게 하는 것처럼' 하나의 믿음, 신념은 가지고 있었음 한다.

그런 믿음이 어쩜 인생을 더 멋지게 만들어 갈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되는 건 분명하니까. 난 오늘도 환상을 그리고, 꿈을 꾸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좋다. 왜냐면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젖지 말고 세탁을 하고, 건조해서 말리고 더 밝은 세상으로 나와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영화를 같이 본 h.j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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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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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어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내 생각인데,거짓말하지 않고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오. 재미있지요. 그러나 어려운 거죠. 아무데서나 충돌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항상 극단으로 치돋는 당돌한 존재요-25쪽

나는 언젠가 내가 인생의 무의미함에 대해 깊게 탄식했을 때 니나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면 그는 그 의미를 결코 알게 되지 못할거예요. 그것을 묻지 않는 자만이 해답을 알아요. -27쪽

당신은 오직 위험을 사랑할 뿐이야. 모험을, 그리고 인생을.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니나는 나를 쳐다보았다.
인생.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통해서 그 인생을 사랑해요. -217쪽

친구여, 여자들은 우리를 항상 실망시킨다네. 그러나 우리도 여자들을 실망시킨다네. 진정한 결혼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네. 체념만 있을뿐이지.-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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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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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가 탐독하는 작가가 바로 천명관이다.  

처음에는 <유쾌한 하녀 마리사>, 그다음에는 <고령화 가족> 마지막으로 <고래>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난 <고령화 가족>과 <고래>가 좋다. 특히 <고래>같은 경우는 작가의 욕망이 손안에 미끄러지는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살아 숨쉰다.  

그야말로 신명나게 쓴 글이라는 게 가득 느껴진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 판타지라는 장르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전설적이고 민담적이고 때론 야설적인 이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법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아니 이 작가가 좋다.  

 너무너무 좋다. 다음 소설은 언제 나올까... 

나는 누군가의 영향을 쉽게 받는 편이다. 이 책을 읽은지 하루가 지났다. 역시 책의 영향권에 놓여져 있어서 그런지 글도 마치 거침없이 쓰게 되는 거 같다. 마치 이 책처럼...

 여기 세 명의 여자가 나온다. 국밥집 노파, 금복, 춘희 주인공은 '금복'(내가 생각하는)이다.  

세 명은 저마다의 욕망이 가득한 인물이다. 노파는 돈에, 금복은 돈, 삶, 남자, 여자 그 모든 것에 대한 욕망(뒷편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그래서 그런지 세 명 중 가장 멋있고 가장 욕망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절대 고독 속에서 벽돌을 굽고 그림을 그리며 예술로서의 욕망, 아니 금복과 마찬가지로 삶에 대한 처절한 욕망을 보여주는 춘희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소설의 힘은 어마어마한 고래를 바라보는 것처럼 매혹적이고 강렬하다. 허무맹랑한 글이 가득하고, 말장난처럼 나열하는 문장들 속에서도 결코 미간이 찡그러지지 않게 하는 서술의 힘이란...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 높은 밀수꾼에 부둣가 도시에서 상대가 없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이며 모든 부둣가 창녀들이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거간꾼인 칼자국은 그렇지 못했다. _ 110p 

사람들은 하는 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바빠 허둥거려고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이유없이 속이 헛헛해 다방에 찾아가 독한 커피라도 한 잔 들이부어야 겨우 속이 차는 듯 싶었다. 또한 다방에 앉아 하릴없이 이 말 저말 옮기다보니 사람들간의 관계는 번잡스러워졌고 시비는 늘어났으며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느라 술값이, 혹은 커피값이 더 많이 들어가 소비가 더욱 촉진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 마음 속엔 어느덧 공허가 가득 들어찼고 금복은 이를 차곡차곡 돈으로 바꾸어나갔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법칙이었다. _220p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지금 열망하는 욕망이란 무엇인가라고 자문해보았다. 너는 뭘 원하는가? 그것을 정말 원하는가? 강렬하게 원하는가? 행동에 옮기는가? 여전히 생각만 많은 건 아닌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책 속에 등장했던 코끼리 점보가 어느새 내 옆에서 위로한다.  

- 나도 빨리 사라지고 싶어. 여긴 너무 힘들거든. 그리고 너무 외롭고...(춘희&나) 

- 꼬마 아가씨, 너무 엄살 부리지 말라고. 그래도 살아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 그 말을 믿고 싶어... (나)

 그리고 마지막 코멘트!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_310p 

부조리한 인생의 탐구, 그럼 나는 내 앞에 주어진 내 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 책임이 있다는 것은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이 책을 옆에 두고 소중하게 다시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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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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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보문고 강남점에 갔다가 '제리'라는 책을 발견했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그냥 무심코 들었던 책이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을 좋아하는 편이다)어느새 책을 들고 읽다 보니 시간이 10분, 15분, 20분이 흘러갔다. 샌들을 신고서(;) 그렇게 보고 또 보다 사고 싶어졌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알라딘에서 책을 샀다.^^;  

 처음 장면은 바에서 남자 도우미들을 부르다 여자 주인공과 제리가 만나는 내용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자극적으로 와닿는다. 중간 중간 성애 장면은(치명적인 성애묘사;)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야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슬프고 쓸쓸한 야함이다. 에로영화와 예술영화의 차이처럼.  

파격적인 묘사, 금방 읽히는 글, 그러나 내용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많이 닮아있다. 쓸쓸한 청춘, 몸부림치는 허기와 외로움을 섹스와 자기 파괴, 피어싱, 그리고 단절된 관계 등에서 보여진다. 쓸쓸함.. 뭐가 그렇게 쓸쓸하고 뭐가 그렇게 사는 게 힘드냐고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할. 지극한 허기.    

술에 취해 혼자 들어가는 게 버겁기만 한 22살의 주인공의 모습속에 나를 본다. 결국 이 소설은 자기 자신의 진정한 이해없이는 그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고 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바로 나 자신과의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내가 아닌 타인을 사랑하고 관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느 누구라도 잡을 수 있게끔 모두가 다 내 곁에 자리해 있기에, 나는 손을 내밀고 발을 뻗었다. 그러나 내 팔과 다리는 마치 허공에서 맴돌듯 허우적대다가 사라져 버렸다. (...) 

캄캄한 어둠 속에 그토록이나 바라던 제리가 있었고, 그의 몸이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를 잡고 싶은데,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데, 내 안에는 그를 붙잡고 끌어안을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 - 217

책은 순식간에(?) 읽었지만, 책장을 덮고 무언가 생각하게끔 여운이 남는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슬펐고, 포근했다. 방황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의 정서이고, 그 아픔을 끌어안아주는 풍요로움을 글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아픔까지 끌어안아 줄거야...' 라는 노랫말처럼.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리가 들려준 아줌마 (p.97), 섹스가 전부인 양 온몸을 쥐어짜며 거친 섹스를 하는 강, 자신의 꿈이 무어냐는 질문에 "죽을 때까지 같이 술 마셔 주는 사람이 하나만 있었음 좋겠어."라는 부분, 호스트바에서 일해도 일하기 싫은 건 싫은 거라고 말하는 제리, 피어싱을 하며 아픔에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주인공(주인공 이름이 왜 생각이 안날까? 잘 안나오나..) 하여튼 이 모든 장면장면들은 이야기할 것이 꽤 많은 책이다.  

부산영화제에서 '뱀에게 피어싱'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자꾸 그 영화가 생각났다. 보다가 너무 불쾌해지고 끔찍하고, 내가 마치 가학을 당한 것처럼 나중엔 온 몸에 힘이 빠지게끔 만들던 모욕감을 주던 영화, 원작도 일본 소설이라고 했지.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났다. 이 장면에서.  

 " 아프면, 말씀하세요."  
하마터면 와락 웃음이 쏟아져 나올 뻔했다. 말하면, 이야기하면,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애초부터 아프지 않게 집어넣을 방법 따위란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수록 더 강한 힘을 주어 밀어 넣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까지도.  
-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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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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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다소 냉소적으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작도 같이 산 바람에 <일곱번째 파도>도 마저 읽었다. 이 책은 읽은지 좀 됐는데 거의 2~3주 만에 쓰는 거다.  

사실 지금 내 인생에 일곱번째 파도가 다가왔다.  

그래서 난 너무 고민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용기내고, 좌절하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뜨며 일곱번째 파도에 몸을 맡길지 아니면 무서워 피할지 고민 중이다.  

그래서 마음을 잡고 이렇게 앉아 글을 쓰는데 다른 책들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단순하게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보다 <일곱번째 파도>가 난 더 긍정적이다. 여섯번의 만남이 있고, 서로 잠도 같이 잔다. 육체적 행위 자체에 큰 비중을 주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손에 닿지 않는 정신적인 사랑만으로는 무언가 허전한 건 사실이다.   

에미가 레오의 손바닥에 박힌 자신의 분신으로 표현되는 '보이지 않는 점'이 있는 손바닥 부분에 뽀뽀를 한다. 그 장면도 이쁘고,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나중에는 점점 더 저돌적으로 유혹하는 내용의 전개는 전편보다 훨씬 생생하고 좋았다. 전편에는 뭐라 그럴까. 여자가 너무 튕기는 것 같아 다소 지쳤다. 난 튕기는 게 안 맞나보다. 좋으면 좋은 것이지. 물론 우유부단함은 빼놓고...

가정이 있는 여자가 나중에는 이혼을 하고, 레오와 사랑을 이룬다는 부분이 신경이 거슬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사랑 소설 보지 않으면 된다. 얼마전 영화 '전우치'를 재미있게 봤다. 오락영화, 정말 신나고 통쾌하게 스트레스 풀면 그만인 것을 무언가 내용이 없네, 생각이 없네 하는 것은 오락실 와서 공부할려고 하는 자세랑 뭐가 다르지 싶다.

로맨스 소설은 달콤하다. 솜사탕처럼. 이 책도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이고 달콤하다. 그러나 그런게 말도 안되고, 여자가 그렇면 안되지 하면서 읽을 필요는 없다. 가볍게, 그리고 잠시 사랑에 빠진듯 행복하게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으면 이 책은 이 책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제목: 일곱번째 파도  

... 처음 여섯 번의 파도는 예측할 수 있고 크기가 엇비슷하대요. 연이어 이는 여섯 번의 파도는 깜짝 놀랄 만한 일 같은 건 만들어내지 않아요. 일관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여섯 번의 파도는 멀리서 보면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늘 같은 목적지를 향하죠.  

그러나 일곱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  

일곱번째 파도는 거리낌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일곱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 뒤에는 모든 게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 - 256~257p   

인생에서 사랑, 사랑 타령 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에게 사랑이 없다면 빈 껍데기 아닐까. 꼭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어도, 지나가다 마주친 풍경을 사랑하고, 하는 일을 사랑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 물건들, 그 모든 것들을 향한 애정이 샘솟을 때에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나는 일곱번째 파도를 똑바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야지. 에미와 레오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에 내 모습을 투사하고,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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