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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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다소 냉소적으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작도 같이 산 바람에 <일곱번째 파도>도 마저 읽었다. 이 책은 읽은지 좀 됐는데 거의 2~3주 만에 쓰는 거다.  

사실 지금 내 인생에 일곱번째 파도가 다가왔다.  

그래서 난 너무 고민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용기내고, 좌절하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뜨며 일곱번째 파도에 몸을 맡길지 아니면 무서워 피할지 고민 중이다.  

그래서 마음을 잡고 이렇게 앉아 글을 쓰는데 다른 책들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단순하게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보다 <일곱번째 파도>가 난 더 긍정적이다. 여섯번의 만남이 있고, 서로 잠도 같이 잔다. 육체적 행위 자체에 큰 비중을 주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손에 닿지 않는 정신적인 사랑만으로는 무언가 허전한 건 사실이다.   

에미가 레오의 손바닥에 박힌 자신의 분신으로 표현되는 '보이지 않는 점'이 있는 손바닥 부분에 뽀뽀를 한다. 그 장면도 이쁘고,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나중에는 점점 더 저돌적으로 유혹하는 내용의 전개는 전편보다 훨씬 생생하고 좋았다. 전편에는 뭐라 그럴까. 여자가 너무 튕기는 것 같아 다소 지쳤다. 난 튕기는 게 안 맞나보다. 좋으면 좋은 것이지. 물론 우유부단함은 빼놓고...

가정이 있는 여자가 나중에는 이혼을 하고, 레오와 사랑을 이룬다는 부분이 신경이 거슬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사랑 소설 보지 않으면 된다. 얼마전 영화 '전우치'를 재미있게 봤다. 오락영화, 정말 신나고 통쾌하게 스트레스 풀면 그만인 것을 무언가 내용이 없네, 생각이 없네 하는 것은 오락실 와서 공부할려고 하는 자세랑 뭐가 다르지 싶다.

로맨스 소설은 달콤하다. 솜사탕처럼. 이 책도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이고 달콤하다. 그러나 그런게 말도 안되고, 여자가 그렇면 안되지 하면서 읽을 필요는 없다. 가볍게, 그리고 잠시 사랑에 빠진듯 행복하게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으면 이 책은 이 책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제목: 일곱번째 파도  

... 처음 여섯 번의 파도는 예측할 수 있고 크기가 엇비슷하대요. 연이어 이는 여섯 번의 파도는 깜짝 놀랄 만한 일 같은 건 만들어내지 않아요. 일관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여섯 번의 파도는 멀리서 보면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늘 같은 목적지를 향하죠.  

그러나 일곱번째 파도는 조심해야 해요. 일곱번째 파도는 예측할 수 없어요. ...  

일곱번째 파도는 거리낌없이, 천진하게, 반란을 일으키듯, 모든 것을 씻어내고 새로 만들어놓아요. 일곱번째 파도 사전에 '예전'이란 없어요. '지금'만 있을 뿐 그리고 그 뒤에는 모든 게 달라져요. 더 좋아질까요. 나빠질까요? 그건 그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 그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길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요. - 256~257p   

인생에서 사랑, 사랑 타령 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에게 사랑이 없다면 빈 껍데기 아닐까. 꼭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어도, 지나가다 마주친 풍경을 사랑하고, 하는 일을 사랑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 물건들, 그 모든 것들을 향한 애정이 샘솟을 때에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하다. 

나는 일곱번째 파도를 똑바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야지. 에미와 레오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에 내 모습을 투사하고,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시간들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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