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차현 / 에피루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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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이 잘못됐었나보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인줄 알고 샀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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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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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라디오에서 나왔다는 그 남자 말이 맞아, . 전쟁이 다가오고 있어. 그게 우리의 미래야.” 바스케즈의 몸짓에서 알 수 없는 결의가 드러났다. 그녀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당신은 미래를 막을 수 없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편을 고르는 것뿐이야.” -P.24

 

 

작가 소개란을 보면 이 책의 저자 마커시 세이키는 할리우드에서 주목하는 작가 중 하나라고 한다. 처음부터 작가였던 것은 아니고 기업홍보 및 마케팅 부분에서 10년을 일을 했는데 이렇게 일을 했던 시간들을 작가는 도둑과 살인자에 대한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은 시간이라고 말을 했다. <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를 통해 스트랜스 매거진 비평가상의 최우수 신인상으로 데뷔를 했고 이 소설은 2007년 에스콰이어가 선정한 5대 소설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또 벤 에플렉이 영화 판권을 획득했고 또 다른 작품 <선한 사람들>은 케이트 허드슨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브릴리언스> 또한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이것만 보더라도 그는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작가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브릴리언스>의 배경은 현대이지만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가 섞여있다. 이 소설은 1986년의 뉴욕타임즈 사설로 시작을 하는데 중간 중간에 이런 사설과 기사들을 모두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함을 꼭 잊지 말자. 1986년의 이 사설에서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나기 시작한 특수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 브릴러언트에 대한 유진 브라이스 박사에 연구에 대해 나온다. 경이로운 능력만 제외하면 다른 평범한 사람과 크게 다를바 없지만 그 경이로운 능력이라는 것이 정말 엄청나다. 이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 에릭 엡스타인이었는데 그는 주식 시장의 움직임을 단번에 파악해서 돈을 벌었고 그로 인해 주식시장은 문을 닫게 되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과 주식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았고 브릴리언트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이 생겨났다. 거기에 존 스미스라는 테러리스트가 등장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면서 브릴리언트를 가두고 교육을 시키는 아카데미가 생겨났고 그들을 잡는 정부 산하 특수 조직인 DAR이 생기게 된다. 닉 쿠퍼 또한 블릴리언트이지만 그는 테러를 하는 브릴리언트를 잡는 DAR의 최정예 멤버였다. 그의 능력은 사람들의 조그마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포착해 그것을 패턴화하고 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하고 읽어내는 것이었는데 그 능력으로 많은 브릴리언트를 죽이고 잡는다.

 

그러다 이 책의 모든 사건의 시초가 된 사건이 등장한다. 닉의 어린 딸, 케이티가 1등급의 브릴리언트인 것이 밝혀진 것이다. 8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검사를 해야 하지만 케이티는 4살이었고 주변의 신고로 인해 강제로 검사를 받게 된 것이었다. 여기서 확실히 1등급임이 밝혀지면 어린 케이티는 부모와 떨어져 아카데미로 가게 된다. 닉이 아카데미를 방문하면서 그에 대해 나오는데 브릴리언트가 머무는 아카데미는 굉장히 형편없는 곳이었다. 아이들의 몸속에 칩을 넣어 모두를 도청하고 서로를 못 믿게 만들고 좌절하고 고립되게 만드는 곳이었다. 부모와는 강제로 이별하게 만들고 거기에서 사람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세뇌를 받고 결국엔 부모와 영영 이별을 하게 만든다. 닉은 이런 곳에 케이티를 보낼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상사인 드루 피터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이 범죄자로 위장전입을 해 존 스미스를 잡을 테니 케이티를 아카데미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다. 이제 닉은 범죄자가 되어서 존 스미스를 만나게 되지만 거기서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결국엔 소수의 뛰어난 브릴리언트들을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강압적으로 누르려고 하는 이야기다. 여기의 다수의 사람 중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미디어를 장악하고 브릴리언트를 악한 존재로 둔갑시키며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에 대한 분노를 갖게 만든다. 그들이 저지르지 않은 테러들까지(이것은 그들이 브릴리언트인 채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이었다.) 그들의 행위로 둔갑시켜 평범한 사람들이 브릴리언트들을 미워하고 증오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엔 권력이 있는 사람들로 인해 블릴리언트들은 계속 이유 모를 분노를 받으며 인권마저 침해당한 채 사는 것이고 대중들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도 모른 채 그들에게 휘둘리며 사는 것이다. 이 모습은 소설 속 인물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니 조금은 씁쓸해진다.

 

한 가지 단점을 꼽으라면 나는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았다. 확실한 승리를 보고 싶었지만 악인이 최종보스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 채 그의 죽음만을 보고 끝이 난다. 진실을 인터넷에 공개는 했지만 그로 인해 대중들이 진짜 진실을 봤는지 안 봤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무고한 브릴리언트들에 대한 오해가 풀렸는지 아닌지 나오지도 않는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전쟁이라는 것이 잠시 동안 브릴리언트의 승리의 깃발을 하나 가진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전쟁은 일어날 테고 그 전쟁 끝에 어느 쪽이 승리할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끝이 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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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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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쓸 때 가장 고민되는 건 뭘까요? 내가 쓰는 글이 독후감인지 서평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아닐까요? SNS에 읽은 책의 정보를 올리기도 하지만, 정리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러다 잘 쓴 서평을 보면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왜 이렇게 쓰지 못할까?' 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책 구절을 옮겨 적거나, 단상을 끄적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고 싶지만 방법을 모릅니다.   <<본문 중에서.. P.14>>

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김민영님은 아마 블로그에 책 서평을 남기고 독서모임을 운영 중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분이 바로 네이버 파워블로거인 스윗도넛님이시다. 블로그를 통해 서평 쓰는 법과 독서모임에 대한 글을 올리시기에 나도 종종 들어가 도움을 받고 있다. 도서관과 교육청,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숭례문학당에서 책 읽기와 서평쓰기의 커리큘럽으로 8년째 강의 중이며 글쓰기에 관련된 책은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와 독서모임에 대한 책인 <이제 함께 읽기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 한 명의 ​저자인 황선애님은 솔직히 어떤 분인지 김민영님만큼 알지는 못하지만 이 두분은 함께 <서평 글쓰기 특강>과 <이제 함께 읽기다>를 쓰셨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서평 입문 강의를 하고 계시기도 하다.

이 책은 앞에 발췌한 것처럼 서평을 좀 더 잘 써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모두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챕터 1에서는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나온다. 다들 짐작들은 하시겠지만 메모하며 읽고 그런 식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남아야 하는데 읽었는데도 이해가 안되고 남지 않는다면 책의 수준을 낮추라고 말한다. 챕터2는 서평쓰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막연하게 어떻게 써라가 아니라 서평의 기본 틀을 제시하고 예시와 함께 설명을 하니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챕터3은 비평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서 서평과 리뷰의 차이가 확실하게 나온다. 좋아하는 책을 단순하게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것은 리뷰, 여러 지점 또는 중요한 한 부분을 깊고 다양하게 분석하는 것이 바로 비평인 것이다. 챕터4에선 본격적으로 서평 쓰는 법이 나온다. 발췌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서평의 틀인 개요 짜는 법, 초고 쓰는 법도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눠 설명한다. 또한 어린이, 청소년,  성인 분야로 나누어 설명을 하고 서평쓰기 팁과 구조짜는 법도 등장한다. 챕터5는 퇴고하는 법이 나오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무엇보다 퇴고를 중요시 여기고 강조한다. 글쓰기의 초짜와 타짜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도 예시를 통해 설명을 하고 있으며 올바른 문장쓰기를 위한 책도 추천하고 있으니 꼼꼼하게 읽는 것이 좋겠다. 챕터6은 6명의 인터뷰 형식의 글이다. 김경집 교수님을 비롯해서 6명의 시각에서 본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 서평 쓸 때의 원칙,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추천하는 서평집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챕터1~5는 정말 서평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내용들이다. 이미 본인의 글에 만족을 하거나 잘 쓰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상관없지만 나처럼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하지만 챕터6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부분이긴 하다.​ 글을 잘 쓴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고 원칙 등을 듣는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이 부분은 그냥 쉽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나의 나쁜 글 쓰기 습관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초고나 개요 없이 바로 인터넷 창을 켜서 글을 써 왔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퇴고 또한 없었다. 거기다 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이런 책도 읽고 싶다는 욕심에 읽어서 이해를 하지 못해 서평을 쓰지 못했던 적도 많았고 서평단을 하면서 나와 잘 안 맞는 책인데도 꾸역꾸역 억지로 읽고 대강 쓴 적도 많았던 것이다. 분명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을 것이다. 파워블로거들이나 정말 서평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너무 부럽고 나의 글은 왜 이리 비루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 한 다음 개요 짜는 법부터 천천히 시작하다보면 언젠간 우리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것 같다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독후감은 책 읽은 소감으로 나의 느낌이나 생각을 여과없이 표현하는 것이라면, 서평은 객관적인 정보다 책 내용이 주가 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나'의 생각도 들어갑니다. 하지만 서평의 3분의 2는 객관적 정보, 나머지 3분의 1은 주관적 평가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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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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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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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독서모임의 선정도서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이 책을 읽을 날은 절대 오지 않았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이 책이 내가 싫어하고 기피하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책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의 책인데다가 80년대 군사정권이라는 시대배경, 남겨진 자의 평생의 슬픔과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들...... 이런 책들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긴 하지만 책 속의 인물들처럼 나 또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 쯤이면 진이 빠져버리고 만다. 알아야하고 기억해야함은 머리로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른척 마냥 행복하고만 싶어 자꾸만 피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이런 행복이 그들의 희생 때문에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5.18의 이야기다. 5.18이라는 말만 들어도 일단 어떤 내용일지 짐작은 간다. 누군가는 왜곡해서 알고 있을테지만 실제로 벌어졌던 참혹한 이야기니 말이다. 빨간 책방 팟케스트에서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때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 아닌 인물들의 깨끗함에 더 주목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참혹한 상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게 사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년은 동호이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며 제목 소년이 온다의 소년도 바로 동호를 말한다. 민주화운동이 시작되고 자신의 집 한켠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친구 정대의 누나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정대와 함께 동호는 누나를 찾으러 함께 나간다. 하지만 그길로 동호는 정대를 영영 잃어버렸다. 동네사람들이 군인들의 총에 맞는걸 봤대요.. 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정대가 총을 맞는걸 목격한건 동네 사람이 아닌 동호였고 총 맞는 사람들을 데리러 나갔다가 또 총을 맞는 사람들을 보고 무서워 정대를 데리고 오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런 죄책감이 동호를 상무관에서 시체들을 닦고 수습하고 유족들과 만나게 하는 일을 하게 했다. 아직 중학생에 불과한 동호이기에 둘째 형과 엄마는 계속 찾아와 집에 가자고 하지만 동호의 고집이 여간 센게 아니었다. 꼭 돌아오겠다고 이야기하는 동호의 말에 다같이 저녁을 먹자고 이야기 한 엄마였는데 엄마는 그길로 동호를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2장부터 6장까지 각 장마다 주인공은 바뀌지만 그들은 모두 1장 동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이야기에 동호는 계속 등장을 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2장은 동호 친구 정대의 이야기로 정대는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닌 영혼의 상태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시체들 사이에 깔려 점점 썩어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그것을 괴로워 하고 또 그것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동호와의 추억과 누나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3장에선 동호와 함께 상무대에 있었던 은숙의 이야기로 형사에게 빰 7대를 맞고 그것을 잊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결국은 그것을 잊지 못하겠노라 이야기 한다. 4장에선 끌려갔던 이들이 어떻게 고문을 당했는지, 5장은 여성노조원들에게 똥물을 뒤집어 씌웠던 동일방직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모든 장 중에서 가장 슬프고 눈물나는 장은 6장이다. 곱고 소중한 아들 동호를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에 첫 시작부터가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차마 읽을 수 없어 대충 넘기며 보다가 동호가 엄마에게 밝고 꽃이 핀 길로 다니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동호가 태어났을때, 젖을 물기 시작했을때, 어릴땐 어땠는지 자라면서 또 어떤 기쁨을 줬었는지.... 금쪽같은 내 아들을 죽여버린 사람에게 엄마와 아빠, 같은 아픔을 가진 유족들과 어떠한 일을 했는지...... 어떤 한 책에서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라고 했는데 아무리 묻어버리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덮어버려도 죽은 자식이 자꾸만 나와 잊을 수 없다라는 말을 크게 공감했던 이야기였다. 사실 지금도 6장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져 내가 이것을 정독할 날이 올까 싶다.

다시 빨간책방 팟케스트의 한강 작가가 나왔던 이야기를 하자면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고민은 4장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게 권력 욕심에 의한 잔인한 일을 당한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건지, 우리들이, 사람이 존엄하다는 것은 그냥 착각이 아니었는지,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당하는 것이 역사 속에 증명된 인간의 본질이냐고 묻는 질문은 아마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다시 이 이야기들을 잊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교 한국사에서 근대사의 비중을 줄인다는 기사를 보니 얼마나 이 이야기들을 왜곡하며 알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하는 걱정도 든다. 이게 몇백년 전의 이야기도 아닌 고작 35년 된 이야기인데 말이다.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몸은 영영 떠나갔지만 그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 마음 속으로 소년은 돌아왔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은 여전히 계속 될 것이다. ​이 책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가끔, 아니 자주 그들을 잊고 살아가는 날이 있겠지만 적어도 똑바로 알고 살아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은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4장, 쇠와 피 중-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4장, 쇠와 피 중-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꽃은 양초 불꽃들이.

-3장, 일곱개의 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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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한비자의 가르침
하야시 히데오미 지음, 이지현 옮김 / 전략시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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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떤 고3학생이 할머니에게서 부적을 하나 받았단다. 할머니는 손녀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는 마음에 정성껏 기도를 하고 부적을 받아왔을테고 그 부적을 받은 학생은 할머니의 정성을 알기에 빨간 봉투에 넣어 고이고이 잘 보관을 했었단다. 부적이 봉투에 들어가면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고 해서 그 학생은 절대 열어보지 않았단다. 시간이 흘러 수능을 잘 보고 원하는 대학에 간 후 그 부적이 들어있는 봉투를 열었는데 그 봉투 안쪽엔 누군가가 "재수"라고 써 놓은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학생이 재수 없어서 재수라고 써 놓은게 아니라 꼭 재수를 해서 내 경쟁자가 되지 말라는 뜻에서 재수라고 써 놓은 것이었다. 할머니의 정성으로 받아 절대 열어보지 않았던 부적은 누군가의 질투로 이미 개봉된 상태였던 것이다.

⁠⁠또 이런 글을 보았다. 옛 말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정말 옛 말이란다. 요즘은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질투가 된다."고 한단다. 앞에선 하하호호 웃지만 워낙에 경쟁이 치열한 시대를 살다보니 뒤에선 정말 악마와 같은 일들을 저지르기도 하고 그런 말들도 많이 오가곤 한다. 사람은 원래 악하다고 본 한비자나 사람 안에는 악한 마음이 있음을 인정한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이야기를 요즘은 정말 많이 공감하게 되었고 솔직히 나 스스로도 인간은 선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간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2:6:2의 법칙을 이야기 하는데 그룹 중 뛰어난 리더쉽을 발휘하는 사람은 20%, 그것들을 망치는 악한 사람은 20%, 이도저도 아닌 휘둘리는 사람이 60%라는 것이다. 어떠한 일이 성공하느냐는 그 60%에 달려있는데 뛰어난 20%의 성향에 가까우면 성공하는 것이고 반대로 악한 20%에 가까우면 일들이 실패하게 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60%의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간신이 생기는 이유 또한 그들이 악인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한비자는 신하의 충성심을 믿는 군주는 어리석다 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다루려면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조종할 줄 알아야 하며 상대를 믿지 않는 음흉함이 필요하다.

이렇게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들려면 권세를 가져야 한다고 한비자는 말한다. 재능이 있어도 세위가 없으면 누구도 움직이게 할 수 없다. 자리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자리를 노리며 배경도 세위로 활용해야하고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단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간신들을 간파해야 제대로 된 군주가 될 수 있다고 말한 한비자는 칠술을 이야기했다. 사람의 본심을 꿰뚫고 내 뜻대로 움직이기 위한 7가지 기술인데 첫 번째는 중단참관이다. 이는 사람들의 언행은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 필벌은 실패하거나 죄를 저질렀다면 예외 없이 반드시 벌하고 가벼운 죄도 무겁게 다뤄야 죄를 억제할 수 있음을 말한다. 셋째, 신상은 공에 대해 정확히 상을 내려 노력하면 보상 받는 다는 것을 믿게하면 부하가 능력을 십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다. 넷째, 일청은 모두에게 의견을 구하고 발언하게 함으로 책임의식을 가지게 하며 침묵하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게 하는것을 말한다. 다섯째, 궤사는 속음수느 연기를 써서 상대를 압박할 필요가 있으며 침묵을 지키는 것 또한 압박이 된다는 것이다. 여섯째, 협지는 모르는 척하며 상대의 반응을 살펴 숨은 사실을 알아내고 상대의 속내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일곱째, 도언은 정반대 말과 행동을 해 진실을 알아내고 상대방의 진심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그 후에 리더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이 책에 등장한다.

⁠사실 "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라는 말은 굉장히 공감가는 말이다. 자신의 본 모습이 어떤지 알고 싶으면 혼자 있을 때 내 모습이 어떤지를 생각해보면 되는거니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해서 모두를 의심하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2:6:2의 법칙에도 나왔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20%의 선한 사람들이 있으며 60%의 사람들이 그 선한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 선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아무리 흉악 범죄들이 인터넷 뉴스를 장식한다 하더라도 한켠엔 아직은 좋은 세상이라는 것을 믿고 싶긴하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모두를 의심하고 속이며 남의 속내를 떠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피곤하고 의미없고 슬픈 일인것 같다. 또 이 책에 부주제로 리더들을 위한 책이라는 말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 책은 인간관계에 고민하거나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며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밑에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법에 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그런 인간관계에 대한 책인줄 알고 읽었는데 나처럼 착각하고 읽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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