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트래블러 : 위대한 유산 세트 - 전2권 타임 트래블러
윤소리 지음 / 필프리미엄에디션(FEEL)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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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돌아가고 싶다.
일정한 질서와 규칙, 그리고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아름다운 변주를 갖고 있는 일상,
견고한 일상, 등을 기댈 수 있는 일상으로.
누군가 나를 기다려 주고 있는, 발밑이 단단한 땅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본문 중에서



가끔은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유행하는 회귀 판타지 소설처럼 말이죠. 물론 그런 죽을뻔한 위기를 겪으면서까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건 아니지만 다시 한번 시작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잘해낼 수 있을것 같아요. 어떤 특정한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한 여름 저녁, 해는 지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은 살랑 불어오며 엄마가 해준 맛있는 된장찌개에 호박쌈을 싸먹던 어린시절의 그 평온했던 순간 말이죠. 그리고 그땐 진짜 어렸기 때문에 뭐든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것 같네요.

윤소리 작가의 타임 트래블러의 주인공 민호(여자입니다)는 바로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랍니다. 민호의 말에 의하면 옛 물건들을 만져보면 시간의 길이 보이고 그걸 따라서 과거로 갈 수 있다고 하죠. 어쨌든 민호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가 차에 치여 돌아가신 바로 그날 말이죠. 다시 돌아간다면 엄마를 밖에 못나가게 하고 싶은데 첫 시간이동 이후론 다시 그  시절로 가질 못했다죠. 이 책의 남자 주인공 이완은 이런 민호의 능력이 꼭 필요한 남자입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유산을 남겼는데 그것에 대한 유언은 화각함 안에 들어있죠. 이 화각함의 열쇠를 찾아 유언을 읽으면 그것은 이완의 것이 되는거고 열쇠를 찾지 못하면 집안의 유물 3,500여점이 메트로폴리탄에 기증이 됩니다. 아버지가 오늘 내일하기 때문에 빨리 이 열쇠를 찾아야 하는데 아버지도 평생을 못 찾은 열쇠를 이완이 찾아야 하는거죠. 그런 이유로 이완은 민호를 만나게 됩니다.

사실 민호 성격이 좋게 말하면 정말 좋은 성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입니다. 못생긴 김준일 조교를 짝사랑해서 그 조교가 민호의 타임 트래블러라는 것을 이용하는데도 다 해주죠. 이완의 일도 김준일 교수의 부탁으로 하게 된거였죠. 어쨌든 민호는 시간여행을 했고 그것을 통해 이완의 할머니가 몸종으로 있던 집의 덕희라는 아가씨를 만나게 됩니다. 

시간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이완까지 함께 일제시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둘이 다시 현대로 돌아오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이 속에서 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일들이 모두 스포가 되기 때문에 더이상 말하진 않겠습니다. 여튼 이 모든 일을 통해 둘 사이엔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는거죠. 

어찌보면 뻔하디 뻔한 로맨스 소설입니다. 그래도 이 소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건 시간 여행과 여주인공 민호의 성격때문인것 같아요. 뭔가 호구이지만 호구같지 않은 호구? 그런 민호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고 또 어떻게 차도남 이완의 마음을 녹이는지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재미나게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보니깐 또 2부가 있더라구요. 주말이나 연휴에 길지도 않은 분량이라 쭉 이어서 달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책 읽기를 시작하는 초보 여성분들이 읽으시면 딱인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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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그라운드
S.L. 그레이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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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행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것도 중국쪽에서 유행하는거라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미국에도 퍼졌고 그나마 안전한 곳은 머나먼 아프리카뿐입니다. 이 상황에 우리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이쯤되면 모두 혼란과 패닉상태이고 정부는 믿을 수 없으니 비상식량 사두고 집 문을 닫아버려야죠. 아님 종교에 귀의하고 천국 가길 바라던지요.

언더 그라운드는 이런 내용의 책입니다. 다른점은 소설 속 등장인물은 이런 사태에 전부터 걱정 있던 사람들이라 `성소`라 부르는 초호화 피난처를 구입한 사람들이란 겁니다. 하지만 책 소개에 약간 속은게 있습니다. 분명 상위 1%에게 허락된 안식처라 해서 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재벌 같은 사람들이라 생각했어요. 뭔가 인식하지 못했던 과거의 원한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추리한다 생각했는데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이 성소의 입주자 중엔 가진 모든걸 팔아 간신히 입주한 가족도 있었고 부유하지만 상위 1%까지 들어갈 사람은 없죠. 이 성소도 초호화라지만 읽다보면 그런 느낌은 안듭니다. 아직 짓다만 곳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되지 않거든요. 그래도 이건 그다지 중요한것은 아니니 그냥 넘어가죠.

일단 성소에 모인 사람들 중 정상적인 사람이 보이질 않아요. 모든 사람들 중 거스리 가족이 가장 큰 문제죠. 성소안에서 벌어질 사건들 중 핵심적인 트러블메이커의 역할을 맡고 있거든요. 난폭하고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진 아들 브렛과 소극적이고 가족의 말이 다 맞다 생각하는 지니, 광신도 같은 엄마 보니와 가부장적인 캐머론 거스리 가족 말입니다. 일단 브렛이 온잦 문제를 다 일으키고 다녀요. 한국계 혼혈인 재이를 무시한다던가 타이슨의 딸 세리타의 보모로 어쩔수 없이 성소에 오게 된 케이트를 늘 음흉한 눈으로 보다 강간미수까지 하게 되거든요. 지니가 게임하는것을 봤단 이유로 보니는 밤중에 오락실에 불을 지르고 덕분에 성소에 와이파이가 끊겨버리고 맙니다. 거기다 이 성소 책임자인 그레그가 죽은채로 발견이 되고 성소에서 나갈 패스워드를 잊어버리고 이들은 갇히고 맙니다.

안그래도 이상하고 까칠하고 난폭하며 편집증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데 여기에 사건이 또 하나 일어납니다. 이 성소의 입주자가 아닌 성소 공사를 하던 루벤이 숨어있다 들킨거죠. 이 일만으로도 사람들이 예민해져 있는데 더 대박 사건이 터집니다. 마무리 공사때문에 왔다가 갇힌 윌이 폭탄을 터뜨려 탈출을 시도했다 결국 수도 시설의 고장으로 물을 쓸 수 없게 된거죠. 와이파이가 끊겨 외부와 연락할 수도 없는데 물은 이제 쓸 수 없고 진짜 탈출을 위해 노력해야할 때가 온거죠. 하지만 바이러스를 피할 정도로 땅속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이 성소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습니다. 거기다 캐롤라인이란 노부인이 죽는 일이 생기죠. 그래도 이 노부인은 성소에 올때부터 아팠던지라 그다지 의심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소 안의 트러블메이케 브렛까지 죽은채로 발견이 됩니다. 분명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있는데 누군지 가늠도 되지않습니다.

이 소설의 특이점은 이 살인이 계속 이어질때 등장합니다. 원래 이런 소설엔 탐정역할 하는 사람이 한명쯤 있어야 하는데 여긴 그런게 없습니다. 윌이 자연스레 리더 역할을 하기에 이 사람이 탐정역할일 줄 알았는데 중요한 순간에 멘붕에 빠져 술만 마시는 알콜중독자가 되어버리더라구요. 그나마 가장 이성적으로 보이는건 재이와 그의 어머니 스텔라, 케이트뿐입니다. 과연 이들은 살인자의 손에서 살아남고 탈출에 성공할까요?

등장인물이 평범해 이 소설은 추리소설로 보기보단 스릴러로 봐야합니다. 실제로 알라딘에서도 스릴러로 되어 있고요. 그래도 수많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요즘 이런 상황에 빠진다면에 대해 한번은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책을 보면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이런 성소가 더 위험하단 생각이 들긴합니다. 소설은 열린 결말인듯 싶습니다. 범인은 밝혀지지만 새로운 살인을 예고하는 듯 하거든요. 이 책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 한다는데 영화를 통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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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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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어 있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며 울지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 옳지 않은 일을 보아도 울먹이지 않을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봐. 그렇게 되지 않을테니." P.380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에 출간해 1961년 퓰리처 상을 수상하고 1962년 그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상을 받았으며 그레고리 팩 주연 동명의 영화로 아카데미 상까지 받은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작품이다. 또 출간한지 2년만에 5백만 부 이상이 팔렸고 100주에 걸쳐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으며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단다. 거기다 성경 다음으로 독자의 마음을 바꾼 책에 꼽혔단다. 책은 이렇게 어마하게 유명하지만 사실 저자인 하퍼 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이 책 외에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다가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후 이야기인 [파수꾼]이 얼마전 발표되었고 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잘 쓰여진 책이라 하퍼 리의 또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했기에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 단 두 작품뿐이라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여튼 이리도 유명한 책을 이제야 읽었다.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파수꾼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안 읽었을 책일 수도 있다. 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이 가장 크게 다루는 주제가 바로 편견과 권리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주제가 아니다.) 이 당시 미국 남부는 법적으로는 평등하지만 아직까지 흑인을 무시하던 곳이었다. 책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일도 안하고 건달처럼 지내는 백인이 성실한 흑인보다 권리가 앞서는 곳이고 궂은 일은 당연히 흑인이 하는 것이며 깜둥이라고 부르는 평등하지 못한 시대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너무나도 심각하지 않게 등장하는 이유는 주인공이며 화자인 스카웃이 8살된 소녀이기 때문일 것이다.(8살인것치고 말을 너무 잘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편견을 가지고 사람들이 안 좋게 보는 인물이 흑인만이 아니어서 그런걸 수도 있겠다.


스카웃은 아버지 애티커스와 오빠 젬과 셋이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아버지 애티커스의 직업은 변호사이며 집에서 늘 책을 읽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카웃은 책도 잘 읽고 또래답지 않게 많은것을 생각하는 아이다. 어느날 친척집에 머물게 된 딜을 알게 되고 이들의 놀이는 스카웃의 이웃인 부 래들리를 집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 되게 된다. 부 래들리는 예전 자기 아빠를 찔렀다는 미친 사람인데(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확실하게 등장한게 아니라 동네에서 소문 잘 옮기는 아주머니가 한 이야기라 신빙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밖을 나오지 않는다.) 동네 아이들에게 이 집은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아이들 셋은 부 래들리의 집을 맴돌고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는 흑인 톰 로빈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동네에 그다지 좋지 않은 이웰집안의 메이옐라라는 여자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가 이야기 하거나 각자의 시점이 등장하면 진실이 나오겠지만 이 이야기도 스카웃이 전해 듣고 재판에서 본 내용만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튼 애티커스는 톰 로빈스가 메이옐라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오히려 메이옐라가 톰 로빈스를 유혹했다고 하지만 배심원들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편견은 흑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웰 집안은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않는 그런 집안이었기에 동네의 다른 백인에 비하면 더 많은 편견과 차별을 받는 집안이었다. 마지막 재판장에서 자신을 몰아간 애티커스에 대한 분노로 스카웃과 젬을 노리는데 그때 부 래들리가 이 남매를 지켜주고 그 과정에서 밥 이웰이 죽게된다. 확실하게 부 래들리와의 다툼에서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안관은 밥 이웰이 혼자 넘어져서 죽은 것으로 결론을 낸다. 착실한 기독교 집안에 번듯한 직장이 있고 전통있는 가문이었다면 그렇게 결론을 내지 않았을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백인이라는 이유로 성실한 톰 로빈스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졌다는 것만 봐도 흑인이 가장 차별받는 존재라는걸 알 수 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이지만 원서 제목은 To kill a mockingbird이다. 앵무새가 아니라 흉내지빠귀새를 이야기하는데 헝거게임에선 이 흉내지빠귀새가 혁명의 상징이었는데 이 책에선 가련하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 죽이면 안되는 약한 존재를 말한다. 바로 성실한 흑인 톰 로빈스나 집안에만 있던 부 래들리같은 사람들 말이다. 1960년대에 쓰여졌고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편견과 차별은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앵무새들이 상처받고 죽어가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거 별거 없다지만 50년이 지나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것에서 조금은 씁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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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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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사인과 불꽃이 어슴푸레하게 물든 밤하늘이 펑펑하는 굉음과 함께 덮쳐와 천천히 자신을 짓누르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리카는 얼른 고타의 손을 잡았다. 고타는 리카에게 손을 잡혔지만, 맞잡지는 않았다.
"불꽃 너머에 달이 있어요." 고타가 불쑥 말했다. 정말로 깍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빨려들 듯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P.298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인 가쿠다 미쓰요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가이다. 2005년 <대안의 그녀>로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에게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 라는 찬사를 받은 유명한 작가라고 하지만 말이다. 그나마 이 작품을 제외하면 일드로 나온 <8일째 매미> 하나는 알고 있다.(정말 제목만 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세상엔 수많은 작가들이 있고 대단한 작품들도 많으며 난 편협한 책읽기와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걸 느끼게 된다.


책 얘기를 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우메자와 리카라는 41세의 평범한 주부이다.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녀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냥 겉으론 그래 보일뿐이지 그녀의 속은 공허하며 어딘가가 고장나있다. 리카가 남편인 마사후미와 결혼한것도 그렇다. 너무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다기 보다는 결혼전 이름인 가키모토 리카가 자신의 일부가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버릴것 같다는 공포를 느끼고 청혼을 했을때 냉큼 승낙한 것이다.(난 도무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렇게 자신의 일부를 잘라버리려고 도망치듯 결혼해 일도 그만두고 한동안은 집안을 가꾸고 남편의 밥을 정성껏 차리며 지내지만 이내 공허함이 다시 밀려든다. 노력을 해도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는 생기지도 않았고 요리교실들을 다니면 바쁘게 지내보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가 벌어다 주는 돈'이라는걸 생색내는 남편때문에 문제의 은행에 계약직으로 취직하게 된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1990년대 일본 은행이기에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은행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고객들이 은행을 방문하지만 그때 일본 은행은 은행원들이 집을 방문해 상품을 팔고 고객이 현금을 주면 은행으로 가지고 와 입금하는 시스템이었다. 리카가 어느 고객의 집을 방문했을때 고타를 만나게 되고 또 우연히 다시 만나 술을 마시면서 남편과는 다른 감정을 고타에게서 느끼게 된다.


리카의 부정은 처음엔 작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20대 초반인 고타의 뽀송뽀송한 얼굴을 떠올리니 40대에 결혼한 아줌마인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이 없어졌고 화장품을 사러갔다 현금이 모자라 고객이 맡긴 돈을 사용한것이다. 물론 그 당시는 바로 채워넣긴 했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두번째 고객의 거액의 돈을 쓰는건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남편과의 관계와는 달리 리카는 고타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옷도 예쁜 것을 사입고 에스테딕도 다닌다. 빚이 있는 고타의 빚을 다 갚아주고 둘이 자유롭게 만나기 위해 멘션을 빌리고 자동차를 사고 고타를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처음엔 자신이 갚을 수 있다고 리카는 생각했지만 점점 씀씀이가 커져가 더이상은 자신의 힘으로 갚을수없는 돈을 써버린다. 이것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고객의 돈에 손을 대고 또 손을 대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남의 돈을 펑펑 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책엔 리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리카를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3명의 사람이 나온다. 참 재미있는게 그들 모두 돈에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리카를 정의로운 소녀로 기억하는 여고 동창 유코는 그리 어렵게 사는 것도 아니면서 뷔페에 가면 준비해간 통에 음식을 싸올 정도로 짠순이에 억척스러운 여자다. 그리고 그녀의 절약은 가족 모두 동의한거라 생각했지만 딸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며 위기를 맞는다. 리카를 정숙하고 고상한 여자로 기억하는 전남친 가즈키는 낭비벽 있는 아내 때문에 고생이다. 부유한 집에서 자란 아내는 아이들에게 최고급만 해주길 원하고 그 요구를 다 해줄 수 없는 가즈키는 결국 이혼의 위기를 맞게 된다. 마지막으로 리카를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요리교실 친구 아키는 쇼핑중독으로 이혼당했다. 딸은 남편이 키우고 가끔 딸을 만나는데 딸은 아키를 엄마가 아닌 물주로 보고 있다.


리카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돈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살아가는 이 3명은 돈 때문에 위기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리카는 어떨까? 그녀는 고타와 계속 행복했을까? 책의 첫 시작이 태국에서 도피중인 리카의 모습이 나오고 다른 이들의 대화에서 일본에 가지 않고 숨어서 사는 방법이 등장하니 이들의 미래에 해피엔딩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진이 등장한지 얼마 안된 일본에선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매달고 사진을 찍는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사진을 남기는 것은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니 종이달은 바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내 행복한 시간을 의미한단다. 리카에겐 고타가 바로 그 종이달이었다. 남편과의 권태로움도 잊고 나 자신을 스스로도 알지 못함에서 오는 공허함도 잊게 해주는 종이달 말이다. 하지만 종이달은 결국 가짜일뿐이다. 그것은 영원할 수 없으며 만족감을 채워 줄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리카와 고타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리카의 그런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 공허함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고타에게서 채우려 했는지 말이다. 그러나 분명 어느 순간 나도 이런 종이달로 만족감을 채우려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의 나는 리카와 같은 바보같은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언젠가 또 리카를 만날 일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문도, 마시다 만 커피도 그대로 두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만약 리카를 만나는 일이 있다면,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물을까. 무엇을 손에 넣었는지 물을까. 아니면 그만큼 큰돈의 대가로 무엇을 놓을 수 있었는지 물을까.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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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착한 보험 레시피 70
박용제.최은식.김병민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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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서 늘 모르겠고 아리송한 것들 투성이지만 아무리 들어도 이해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보험'이다. 간단하게 갱신형과 비갱신형은 알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것이 좋은 보험이고, 어떤 보험을 꼭 가입해야하는지,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보험들은 제대로 들고 있는 것이 맞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착한 보험 레시피 70'은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2015년 9월에 나온 책이니 나름 따끈따끈한 정보를 담은 책이고(신상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동저자인 박용제, 최은식, 김병민 이 분들은 업계에 10년 이상 몸 담고 있으면서 관련 교육도 하시는 분들이라고 하니 약간의 믿음이 생긴다. 일단 책을 보고 나면 더 큰 믿음이 생기지만 말이다.


책은 총 10개의 파트와 그 안에 70개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제목처럼 정말 보험 레시피 70인 것이다.  소소하게 착한보험사와 보험설계사를 찾는 법부터 시작해서 연령별로 가입하면 좋은 보험, 사망보험이나 실손의료비보험, 생활보험, 노후보장보험들까지 각 각 뜻하는게 무엇인지 해택은 어떤지를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남들은 잘 설명해주지 않는 주의할 점들까지 다 알려준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중대한', '주요한', '치명적' 이라는 말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대한, 주요한, 치명적인 것들은 보험회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니 말이다.


그리고 가입해두면 좋은 보험들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실손의료비보험, 암보험, 사망보험, 소득보장보험, 간병보험들이고 단기저축을 목적으로 한 변액유니버셜이나 변액 연금보험, 사망담보 위주의 종신보험, 싸다는 이유로 가입한 상해 및 질병보험들은 버려도 좋은 보험이라 한다. 단기저축을 목적으로 한 변액연금보험은 확실히 버려야하고 싸서 가입한 상해 및 질병보험들은 중복 보장을 받을 수 없으니 증권들을 다시 살펴보고 해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 이 보험들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저 보험들을 버려야 하는지, 왜 이런것들을 주의해야하는지는 이야기하자면 너무 이야기가 길고 복잡해 다 말을 못하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가진 보험이 어떤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운용을 해야하는지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고 있는 사람에게는 꼭 맞는 책이라는 것이다. 나도 내가 가입한 보험을 잘 알고 더 잘 가입하려고 읽은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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