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에서 쿨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삶이 쿨함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쿨함이란 갑옷으로 무장하려는 젊은이들은 그래서 슬프다. 쿨함에 목숨 거는 젊은이들은 말 그대로 멋지고 자유롭고 세련되게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알고 보면 한 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고, 외로우면서도 상처 입기 두려워 외로움을 참아 내고 있는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쿨해 보이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쿨함은 앞을 모르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악다구니이고 상처받기 두려워 방어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이다.







난 한번도 남들에게 쿨해보이려 애쓴 적이 없다. 하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날 쿨하다고 혹은 너무나 차가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난 그저 내 감정을 뚝뚝 흘리고 다니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그것이 너무나 어린시절부터 이어져 온 습관 같은 것이라 이제는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 생활화 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혼자 있을 때의 난 너무나도 감정적인 인간이다. 남들은 보고도 눈물 흘리지 않는 드라마의 한 장면에 혼자 눈물 뚝뚝 흘리고 남들은 보고 웃어넘기는 쇼 프로 진행자의 말 한마디에도 혼자 격분해 “어쩜 저럴 수 있어?”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노희경의 드라마는 쥐약과도 같은 존재이다. 보면 감정을 뚝뚝 흘리게 만드는 그래서 절대 보지 말아야 할 것들로 분류되어 있기도 한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이라 보면 빠져들까 두려워 일부러 피하는 부류이다.  그런 그녀를 책으로 만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드라마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그녀이기에 책으로라도 그녀를 만나야 했다. 그렇게 노희경, 그녀와 만났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그녀의 드라마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책은 너무나도 닮아 있다. 노을빛이 가득한 배경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이 그려진 표지와 책의 제목에선 뭔가 서정적인 느낌이 묻어나지만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감정을 뚝뚝 흘리지 않는, 아니 뚝뚝 떨어지는 감정들을 오히려 담담하게 또 너무나도 건조하게 그녀는 이야기한다.







당신은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닙니까? <P.173>







슬픈 유혹이라는 그녀의 드라마에 나오는 이 대사는 이 책의 제목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앞서 쿨함에 대해 이야기 한 것처럼 아직 받지도 않은 상처를 미리 짐작하고 애써 피해버렸던 내가, 사랑 따위는 하지 않고 살아가는 내게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니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은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만든다.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가족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주변사람들과 그녀가 만났던 사랑스러웠던 영화들에 대해 그 당시엔 너무나도 치열하게 감정을 흘렸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그녀처럼 나도 내 감정을 다 보이고 상처 받고 언젠간 담담하게 이야기 할 날이 올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기 살기로 성경 읽기 - 치열하게 말씀 앞에 선 280일간의 기록
김영표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한 목사님이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아들이 생각할 때 아빠가 예수님 잘 믿는 사람 같아?” 아이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목사님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다시 재촉하며 묻자 아이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술을 오물오물할 뿐이었다. 잠시 후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목사님은 굳어버렸다. 당연히 아빠는 목사님이니 예수님을 잘 믿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혹시나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뭐라고?” “글쎄…….” 그리고 아이는 목사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내가 아빠 속마음을 어떻게 알아요. 하나님만 아시죠. 그리고 아빠 속마음은 아빠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요.”







 책의 저자인 김영표 목사님은 CCM을 좀 들어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분일 것이다. <예수원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앨범도 여럿 내셨고 10여년을 예배 인도자 학교에 계시면서 앨범도 나왔었고 우릴 사용 하소서, 멈출 수 없는 사랑, 다시 복음 앞에 등의 많은 찬양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 교회에서 꽤나 큰 교회인 지구촌 교회의 예배부 담당 목회자로 사역하시는 목사님이다.







사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크리스챤이라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들 성경 1독씩은 해보았을 것이고 성경을 읽고 쓰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 물론 이 책은 제목처럼 성경을 읽는 것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성적으로 쓰여 진 성경 읽는 기술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목회자로 해외 선교도 다녀와 봤고 오랜 시간 찬양인도를 해왔던 목사님이 어느 날 아버지가 예수님 믿는 사람 같아 보이냐고 묻자 아들이 글쎄요 라고 대답했고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은 하나님을 사랑하지만 하나님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더 사랑했음을, 주님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살았음을 깨닫게 된 이야기다. 그리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고 살려달라고 주님께 기도했을 때에 아내와 아들이 아침마다 말씀을 읽으러 교회로 가는 모습이 떠올랐고 그 소리 없는 무언의 명령은 매우 강력해 어쩌면 주님과 연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치열하게 말씀을 읽겠다고 결단했다. 이 책은 그렇게 결단했던 목사님의 간증이자 말씀을 읽는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성경을 읽는 사람들은 참 많다. 하지만 변화 하는 사람들은 없다. 물론 정말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세상이 보여주는 미디어 매체는 안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보여주기 때문에 기독교의 이미지는 점점 안 좋아진다. 김영표 목사님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말씀 앞에 직면 하세요”이다. 성경을 단순히 눈으로 읽으란 말이 아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요 1:4 ”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요 1:14” 성경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바로 생명이고 주님이신 것이다. 이러한 성경을 눈으로만 읽고 의무적으로 읽으면 변화될 수 없다. 말씀이 내 삶의 실체가 되도록 말씀 앞에 직면하여야 한다. 솔직히 이 책은 그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성도로선 참 답답한 노릇이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여도 무식할 정도로 읽어나가란다.







2009년의 달력이 벌써 한 장이 넘어갔다. 올해 어떠한 계획을 세워두었는가. 그 계획들 앞에 우선으로 하나님을 만나기 바란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어제부터 40일간 죽기 살기로 성경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읽었던 말씀 속에 이전엔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발견해냈다. 40일 후 어떤 일들이 생겨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적 감정을 분별하라 생명의말씀사 리폼드 시리즈
조나단 에드워즈 지음, 김창영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도 어김없이 송구영신 예배로 지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 예배시간에 맞춰 교회에 가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에게 안수기도를 받고, 말씀카드 한 장을 뽑아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던 어린 시절엔 여러 시상식들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맞이했지만 고등학생 시절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늘 마지막과 처음을 예배로 드려졌다. 난 정말 이렇게 보내는 연말이 참 좋다. 한 해를 살아오면서 내 안에서 수 많은 생각들이 많이 싸웠지만 결국엔 이곳에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대견함과 뿌듯함, 또 방금 받아 온 말씀카드에 대한 설레임에 자리에 앉아 있던 난 말씀카드를 조심히 꺼내 보았다. 하지만 그 말씀을 읽는 순간 그 설레이던 마음은 사라지고 순간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 라는 로마서 8장의 말씀을 받아들고선 수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름 작년의 마지막을 치열하게 보냈는데 그게 아직 보자라다는 뜻인가? 난 아직도 육신의 생각을 쫓는 사람인가? 아니면 그 둘의 생각을 분별하라는 뜻이었을까?

 

 

조나단 에드워즈의 <영적감정을 분별하라>는 이 말씀카드를 뽑아 들기 전 읽었던 책이었다. 삶에 분별이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느끼고 분별에 대해 알기 위해 읽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다른사람을 보며 혹은 어떠한 현상을 보며 이게 하나님의 뜻인지 아닌지 분별하기 위한 그런 책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책을 쓰신 목사님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굉장히 비판적이라는 느낌이 들기에 이 분은 누구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님은 미국의 부흥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1941년 미국의 메사추세츠 노샘프턴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회개하며 돌아오게 된다. 그 회개로 인해 그 지역이 복음화 되었고 또 그 회개가 미국의 제1차 대각성 운동이라고 불리우게 된다.

 

 

제1차 대각성 운동의 중심에 있던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님은 두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대각성 운동의 현상을 감정적 흥분 상태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무시하는 관점에 대한 반박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비 성경적인 것으로밖에 간주할 수 없는 현상들까지도 전혀 아무런 여과없이 하나님으로 부터 온 것이라 여기는 관점에 대한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상반된 반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목사님은 가장 근본적인 것을 제시한다. 서로 각각 자기 자신의 마음의 상태, 믿음의 상태를 말이다.

 

 

총 3부로 되어있는 이 책은 1부는 영적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영적감정이 무엇이 있는지, 또 그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2부는 거짓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목사님은 거짓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며 사단도 찬양을 할때 그 열정적인 모습, 하나님에 대한 사랑, 형제를 사랑하는 것, 봉사, 구원에 대한 확신등을 모두 흉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열정적으로 찬양한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찬양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정한 구원받은 사람이라는 증거가 아니며 내가 구원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진짜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참 어렵고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말씀이다. 예전 영화 <밀양>의 여주인공 아이를 납치하고 살인을 저질렀던 그 살인범이 가장 좋은 예다. 나중에 여주인공이 찾아갔을 때 웃으며 자신은 이미 용서 받았다 말하는 그 모습은 진정한 크리스챤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로 자신은 용서 받았다라고 믿고 구원받았다고 믿는다면 그 일에 대한 회개와 눈물의 용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짓 확신을 가진 사람은 정작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한다. 또 자신이 얼마나 우매하고 기만적인지도 모르고 구원에 대한 거짓 확신으로 자신을 더욱더 높게 평가하고 큰 자신감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영적 상태를 판단 할 수 없다. 그 사람이 거짓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우리는 그를 사랑해야 한다고 목사님은 말한다. 왜냐면 마음의 중심을 보는 분은 오직 주님이기 때문이다. 3부에선 진정한 영적감정에 대해 나온다. 믿음의 실천은 자신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었음을 입증하는 최선의 증거라고 목사님은 말한다. 하지만 이 외형적인 것은 그 동기를 모르기에 백퍼센트로 완벽한 증거가 될 수 없지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믿음의 실천이 따르기에 그것은 외적인 증거가 된다. 그리고 내적인 증거로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그의 섭리를 인정하고 그를 사랑하고 그의 계명을 사랑하고 지키게 된다.

 

 

하지만 2부에서 밝혔던 것처럼 3부에 나오는 진정한 감정이란 사단도 속일 수 있는 그러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요점은 목사님도 다른 사람들의 영적 감정이 진정인지 아닌지 분별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란 것이다. 사람의 중심은 오직 하나님만 알고 계시기에 다른 사람이 판단하는 것은 매우 교만한 행동이다. 오직 자신을 말씀에 비추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구원이 진짜인지 아닌지 분별하기 바란다.

 

 

우리는 진정한 믿음 안에서 경험하는 영적 감정들이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나온 것인지를 우리 삶을 통하여 스스로 점검할 줄 알아야 한다. <P.71>

 

오직 성경만이 우리 믿음과 실천에 있어 오류 없는 기준이 된다. <P.83>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니 2010-08-2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자세하게 책에 관해 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글 쓰는 법에 대해 집착한다.

누군가가 작법에 대해 블로그에 올려두면 꼭 프린트를 해서 읽거나 스크랩을 해두고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읽었다고 하는 작법에 관련된 책들은 모두 다 읽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집착에도 불구하고 나의 실력은 매우 형편없다.

 

 

이런 나에게도 글쓰기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때 참가했던 글짓기 대회에서 무려 대상을 받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스피커를 통해 내 이름이 불리워지고 단상에 나가 상을 받는 그 순간은 그렇게 뿌듯하고 대견할 수가 없었다. 상을 받고 난 후 글쓰기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 자신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나갔던 다른 대회에서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상이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어린 맘에 대상을 받았던 내가 아무런 상을 못 받았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고 너무나 창피했다. 그 후 글쓰기는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집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첫 문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게 과연 맞는 어법인지 등을 따질려면 절대 이 책을 읽지 말길 바란다.  이 책은 그런 이론적인 설명을 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인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을 쓰기 위한 자세들을 말한다. 그녀의 경험담과 함께 마치 에세이 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책은 왠지 편하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내가 여전히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여전히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그녀는 좀 더 글쓰기에서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쓰라고 말한다. 스스로가 편집자가 되어서 이건 안돼, 이건 맞춤법이 틀렸잖아 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중에 보면 창피해지고 우스운 글이 될지라도 무조건 써내려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글쓰기에서 자유로운적도 없었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글을 써보려고 시도를 한 적도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변화된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글쓰는 법에 집착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왠지 그녀의 말대로 한다면 조금은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어
미우라 시온 지음, 김기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난 항상 무언가에 몰두하곤 한다. 누군가가 옆에서 말리면 더 애가 타 집중한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땐 그것이 몇 달이든 몇 년이든 질려서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둬야 그제야 몰두하던 것을 그만두고 여유를 가지고 즐긴다. 나의 모든 취미생활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에 만난 작가가 미우라 시온이다. 한창 스포츠 애니에 빠져 지내고 있을 때에 그녀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바로 그녀에게 빠져 버렸다.

 




원래 한 작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작가의 책을 다 구입하거나 다 읽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거기다 맘에 드는 작가의 작품은 천천히 맛보려는 어린애 같은 발상을 가지고 있어서 <월어>도 일여년이 지난 후에야 보게 되었다. 월어가 미우라 시온…… 그녀와 두 번째 만남이다.







미우라 시온이라 하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을 빼 놓을 수 없다. 이 작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제2의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이후 가장 참신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그녀라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잘 모르기에 더 그러하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내가 만난 미우라 시온의 작품이라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와 월어 단 두 작품 뿐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미우라 시온은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을 노래하는 작가’다.







조용하고 어두운 고서점과 같은 분위기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두 젊은이의 반짝이는 청춘은 빛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용직이었지만 책에 대한 사랑 하나로 고서적 도매상이 되었던 세나가키의 아버지……. 하지만 어린 세나가키의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상해 집을 나가버린 마시키의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세나가키의 아버지는 책에 대한 사랑을 접어 버린다. 하지만 세나가키는 책에 대한 사랑과 친구 마시키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다. 마시키 또한 아들과 아들의 친구를 질투하다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그것을 마음 한켠에 접어두고 무궁당의 당주가 된다. 마시키의 아버지가 집을 나간 사건은 둘의 사이를 미묘하게 틀어버리고 둘에게 상처를 주지만 두 젊은이는 여전히 서로의 곁에 그리고 책 옆에 머물러 있는다.

 

 




수면이 천천히 산 모양으로 솟아오르더니 달을 향해 물고기가 모습을 나타냈다. 달이 하늘에 뚫린 구멍이라 생각하고, 거기에서 바깥세상으로 뛰어오르려고 하는 듯 높이 도약했다.<P.216>

 

 




이 고서점 무궁당의 뒷마당엔 그 물속이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연못이 하나 있다. 마시키의 할아버지는 그 속에 연못의 주인인 잉어가 살고 있다고 하지만 마시키는 그 잉어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 <월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연못의 주인의 등장이다. 이 책의 제목 또한 달월에 물고기어를 써서 월어 이니 바로 이 연못의 주인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미우라 시온 그녀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혼자 짐작해본다. 이 연못의 주인은 3번 등장한다. 그리고 그 3번의 등장 후 마시키와 세나가키 둘 사이에 큰 변화가 있게 된다. 이 연못 주인의 등장은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분의 즐거움으로 그리고 나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도록 하자. 미리 밝혀두면 재미없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소리를 내지르며 좀처럼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다. 상처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좀처럼 그 부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그들의 초조함과 조바심. 그것이 그들이 젊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P.264>







마시키를 남몰래 훔쳐보며 소설을 쓰던 우사미 선생님을 통해 작가는 마시키와 세나가키를 제3인의 눈으로 관찰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서로 상처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좀처럼 그 부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이다. 아마 이렇게 이 두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은 또 없을 것이다. 마시키의 아버지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치유하는지는 모른다. 우사미 선생님이 이 둘을 만났을 때가 이 둘이 고등학생이던 시절이기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은 용감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하려 애쓰는 비겁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잃지 않았다.

 

 




“가능하면 늘 함께 같은 것을 볼 수 있는, 그런 미래를…….”

혼다는 ‘누구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열일곱 살의 한 여름날.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P.274>







미우라 시온, 그녀와 두 번째 만남은 이렇게 마음속에 잔잔한 그리움을 남겨두었다. 항상 그렇듯 그녀의 책은 늘 그러하다. 언제 또다시 그녀를 만날까? 아마 또다시 일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 그녀가 7년 전에 써둔 소설이라고 밝힌 것처럼 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책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내가 유일하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