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에서 쿨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 삶이 쿨함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쿨함이란 갑옷으로 무장하려는 젊은이들은 그래서 슬프다. 쿨함에 목숨 거는 젊은이들은 말 그대로 멋지고 자유롭고 세련되게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알고 보면 한 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고, 외로우면서도 상처 입기 두려워 외로움을 참아 내고 있는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쿨해 보이려고 하지만 사실은 그 쿨함은 앞을 모르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악다구니이고 상처받기 두려워 방어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이다.







난 한번도 남들에게 쿨해보이려 애쓴 적이 없다. 하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날 쿨하다고 혹은 너무나 차가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난 그저 내 감정을 뚝뚝 흘리고 다니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그것이 너무나 어린시절부터 이어져 온 습관 같은 것이라 이제는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 생활화 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혼자 있을 때의 난 너무나도 감정적인 인간이다. 남들은 보고도 눈물 흘리지 않는 드라마의 한 장면에 혼자 눈물 뚝뚝 흘리고 남들은 보고 웃어넘기는 쇼 프로 진행자의 말 한마디에도 혼자 격분해 “어쩜 저럴 수 있어?”를 연발하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노희경의 드라마는 쥐약과도 같은 존재이다. 보면 감정을 뚝뚝 흘리게 만드는 그래서 절대 보지 말아야 할 것들로 분류되어 있기도 한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이라 보면 빠져들까 두려워 일부러 피하는 부류이다.  그런 그녀를 책으로 만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드라마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그녀이기에 책으로라도 그녀를 만나야 했다. 그렇게 노희경, 그녀와 만났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그녀의 드라마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책은 너무나도 닮아 있다. 노을빛이 가득한 배경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이 그려진 표지와 책의 제목에선 뭔가 서정적인 느낌이 묻어나지만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감정을 뚝뚝 흘리지 않는, 아니 뚝뚝 떨어지는 감정들을 오히려 담담하게 또 너무나도 건조하게 그녀는 이야기한다.







당신은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닙니까? <P.173>







슬픈 유혹이라는 그녀의 드라마에 나오는 이 대사는 이 책의 제목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앞서 쿨함에 대해 이야기 한 것처럼 아직 받지도 않은 상처를 미리 짐작하고 애써 피해버렸던 내가, 사랑 따위는 하지 않고 살아가는 내게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니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은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만든다.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가족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주변사람들과 그녀가 만났던 사랑스러웠던 영화들에 대해 그 당시엔 너무나도 치열하게 감정을 흘렸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그녀처럼 나도 내 감정을 다 보이고 상처 받고 언젠간 담담하게 이야기 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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