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어
미우라 시온 지음, 김기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난 항상 무언가에 몰두하곤 한다. 누군가가 옆에서 말리면 더 애가 타 집중한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땐 그것이 몇 달이든 몇 년이든 질려서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둬야 그제야 몰두하던 것을 그만두고 여유를 가지고 즐긴다. 나의 모든 취미생활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에 만난 작가가 미우라 시온이다. 한창 스포츠 애니에 빠져 지내고 있을 때에 그녀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바로 그녀에게 빠져 버렸다.

 




원래 한 작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작가의 책을 다 구입하거나 다 읽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고 거기다 맘에 드는 작가의 작품은 천천히 맛보려는 어린애 같은 발상을 가지고 있어서 <월어>도 일여년이 지난 후에야 보게 되었다. 월어가 미우라 시온…… 그녀와 두 번째 만남이다.







미우라 시온이라 하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을 빼 놓을 수 없다. 이 작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제2의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이후 가장 참신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그녀라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잘 모르기에 더 그러하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 집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내가 만난 미우라 시온의 작품이라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와 월어 단 두 작품 뿐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미우라 시온은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을 노래하는 작가’다.







조용하고 어두운 고서점과 같은 분위기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두 젊은이의 반짝이는 청춘은 빛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용직이었지만 책에 대한 사랑 하나로 고서적 도매상이 되었던 세나가키의 아버지……. 하지만 어린 세나가키의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상해 집을 나가버린 마시키의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세나가키의 아버지는 책에 대한 사랑을 접어 버린다. 하지만 세나가키는 책에 대한 사랑과 친구 마시키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는다. 마시키 또한 아들과 아들의 친구를 질투하다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그것을 마음 한켠에 접어두고 무궁당의 당주가 된다. 마시키의 아버지가 집을 나간 사건은 둘의 사이를 미묘하게 틀어버리고 둘에게 상처를 주지만 두 젊은이는 여전히 서로의 곁에 그리고 책 옆에 머물러 있는다.

 

 




수면이 천천히 산 모양으로 솟아오르더니 달을 향해 물고기가 모습을 나타냈다. 달이 하늘에 뚫린 구멍이라 생각하고, 거기에서 바깥세상으로 뛰어오르려고 하는 듯 높이 도약했다.<P.216>

 

 




이 고서점 무궁당의 뒷마당엔 그 물속이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연못이 하나 있다. 마시키의 할아버지는 그 속에 연못의 주인인 잉어가 살고 있다고 하지만 마시키는 그 잉어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 <월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 연못의 주인의 등장이다. 이 책의 제목 또한 달월에 물고기어를 써서 월어 이니 바로 이 연못의 주인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미우라 시온 그녀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혼자 짐작해본다. 이 연못의 주인은 3번 등장한다. 그리고 그 3번의 등장 후 마시키와 세나가키 둘 사이에 큰 변화가 있게 된다. 이 연못 주인의 등장은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분의 즐거움으로 그리고 나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도록 하자. 미리 밝혀두면 재미없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소리를 내지르며 좀처럼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다. 상처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좀처럼 그 부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그들의 초조함과 조바심. 그것이 그들이 젊기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P.264>







마시키를 남몰래 훔쳐보며 소설을 쓰던 우사미 선생님을 통해 작가는 마시키와 세나가키를 제3인의 눈으로 관찰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서로 상처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좀처럼 그 부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이다. 아마 이렇게 이 두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은 또 없을 것이다. 마시키의 아버지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치유하는지는 모른다. 우사미 선생님이 이 둘을 만났을 때가 이 둘이 고등학생이던 시절이기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은 용감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하려 애쓰는 비겁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잃지 않았다.

 

 




“가능하면 늘 함께 같은 것을 볼 수 있는, 그런 미래를…….”

혼다는 ‘누구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열일곱 살의 한 여름날.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P.274>







미우라 시온, 그녀와 두 번째 만남은 이렇게 마음속에 잔잔한 그리움을 남겨두었다. 항상 그렇듯 그녀의 책은 늘 그러하다. 언제 또다시 그녀를 만날까? 아마 또다시 일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 그녀가 7년 전에 써둔 소설이라고 밝힌 것처럼 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책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내가 유일하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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