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세상에 지지 마 - 공부밖에 몰랐던 선배가 세상에 나가 부딪히고 깨지며 터득한 사회생활 생존 매뉴얼
신예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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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실패를 직접 맛보기 전엔 누구나 실패가 두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롤링이 말했듯 단 한 번도 넘어지거나 비틀거리지 않고 인생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보다 먼저 좌절을 겪든지, 평탄한 삶을 살다 뒤늦게 경험하든지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무섭다고 무조건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 실패가 닥쳐와도 당당히 맞서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슬기롭지 않을까.<P.22>

요즘 온 세상이 합심해서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가. 하는 일마다 꼬이고 되는 일이 없다고 느껴지는가. 다들 잘나가는데 내 처지만 한심한 듯 보여서 기운이 쪽쪽 빠지는 중은 아닌가. 실망하지 말고, 낙담하지 말고 눈을 비벼 크게 뜨자. 그리고 지금 처한 상황에서 좋은 점, 밝은 점을 찾아보자. 마음 한 번 고쳐먹는 걸로 인생이 마법처럼 술술 풀린다는 걸 잊지마라. 긍정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P.80>

어쩌면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광고 카피는 '여자라서 고달파요'로 바꾸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더 큰게 사실이다. 불평하기보다 씩씩하게 견디며 세상을 바꿔가는 주역이 돼보자. <P.88>

"나는 잘하는 게 없어"라는 투정은 이제 그만 하자.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그것도 아니면 잘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자. 그럴 때 누구보다 멋진 브랜드를 가진 당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111>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이지, 인형처럼 완벽한 외모가 아니다. 그러니 당신의 외모 경쟁력, 환한 미소 하나면 충분하지 않은가.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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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에 난 무엇을 했던가. 대학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선택하면서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 선택에 만족하기도 했고 또 후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만족보단 후회가 더 오래 남았고 그 후회는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그때 누군가 조언을 구할 사람이 있었더라면...... 강압적인 어조로 "해!" 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다정한 말투로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고 그 이야기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한다. 모두 그 후회란 것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저리가 날 정도로 지겨워진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먼저 경험해본 선배들의 따스한 혹은 따끔한 조언 한마디 일것이다. <스무살, 세상에 지지마> 이 책이 지금까지 읽었던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이라면 나는 과감하게 책을 덮어버리고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뭔가 다르다. 

 

 공부가 가장 쉬웠던 '범생이'로 10대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간 후 언론고시에 붙어 신문기자가 되었다. 학교 공부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갓 스무살의 아가씨는 세상에 적응하기 바빴고 그렇게 지내며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절대 하지 않았었을 후회스러운 일들도 경험하기도 하며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신예리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왜 이렇게 못했냐며 몰아 세우지도 않고 자신의 자랑만을 늘어놓지도 않으며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느껴지지도 않는다. 한 아이의 엄마라 그런가? 뭔가 다정하고 조곤조곤한 어조에 읽는 내내 마음은 편하다.

 

그녀가 여자인지라 이 책의 대상은 스무살 혹은 이십대의 여자들이다. 그래서 그럴까? 지금 스물 여섯인 내가 보아도 '아, 이건 그녀의 말이 맞아. 이렇게 해야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력서의 화려한 스펙들을 걱정하지 말고 기본기를 먼저 채우고 실패했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니 그 실패를 돌아보고 다시 나아가고, 의사소통의 방법에 대해, 영어 공부의 중요성등을 이야기 한다. 또 사회에 나가 여자 대접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 말하고 공주가 되느니 사랑받는 무수리가 되라 말한다. 헛똑똑이를 위한 연애법이나 자기 관리법, 돈 한푼 안 들이고 미모 업그레이드 하는 법, 남자와 싸우지 않고 한 편 만드는 법, 술 못 마시면서 회식 100배 즐기는 법 등등 이 책은 여자로써 사회에 나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투성이다.

 
자신은 그렇게 이야기 해 줄 사람이 없어 아쉬웠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이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혀 알게 된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었는다는 그녀...... 이 책이 다른 스무살들에게 얼마나 길잡이를 해 줄 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혼자 걷는 캄캄한 길에 작은 등불이 되어줄 것만 같다. 스무살...... 아니, 우리 인생들이여. 세상에 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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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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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나는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 시절의 나에겐 <어른>이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내 마음대로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는 삶, 이 얼마나 멋지단 말인가. TV속에 비춰지는 어른들의 삶은 화려하고 즐겁기만 했기에 그러한 삶은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제 내 나이 스물 여섯.. 나의 삶이 내가 바라던 대로 되었냐 물어보면 그 대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예전엔 맘 나눌 친구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다 털어놓기가 힘들고 친구와 나의 모습을 비교하며 속으론 친구의 삶을 무시하고 내가 더 괜찮다며 위안삼는 이중인격같은 내 모습이 참 한심스럽기도 하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독하게 마음먹고 인생이라는 밭을 다 갈아엎기 전에는 말이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P.67>

 
이제 서른 셋인 연수의 삶은 불안함의 연속이다. 몇년동안 사귀던 K와 헤어지고 이제는 시간이 널널한 싱글이 되었고 불안한 소식들만 들려오던 회사엔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나와버렸다. 그래도 집에서 시간을 못 보내는 이유는 불안한 미래 때문도 있지만 퇴직 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우울해 하시고 취업사이트를 보며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과 연수의 사표 소식에 갱년기 증상이 찾아 온 엄마는 시집은 어떻게 가냐, 이제 돈을 벌어야지... 라고 이야기하고 눈치없는 고모는 전화를 해 좋은 남자 만나 시집 잘 간 자신의 딸 자랑에 늘 바쁘기만 하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회사, 술자리, 집, 갈곳도 많고 늘 바쁘기만 했던 연수의 삶은 이제 집과 도서관으로 작아졌다. 서른 셋, 이 나이에 연수는 그토록 과감해도 되는걸까?

 
우리의 괜한 짓은 과연 앞으로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P.98>

 
뭔가 안정적인 삶이 될거라 믿었던 서른의 나이에 배신당한 연수는 독하게 인생을 갈아엎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것이 사표를 던져 백수가 되었고 집에서 구박받는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연수의 이러한 삶에 나는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지금 이대로 살자니 너무 불안하고 마음이 혼란스러워 사표를 던질까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미래가 불투명해 이제는 너무 겁이나 생각과 말만 할뿐 감히 시도도 해보지 못하는 일을 과감히 시작해버린 연수의 삶에서 말이다. 한번 살아보고 맘에 안 들면 다시 인생을 되감기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나도 과감하게 인생이라는 밭을 다 갈아엎어 버릴텐데 말이다. 

 
이왕 회사를 그만둔 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연수는 찾아가기로 한다. 이제 자기 자신을 향해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무작정 대학 도서관에 가 예전에 자주 이용하던 자리에 앉아 노트에 관심분야를 쭉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분야의 책 중 읽어볼 만한 것들의 리스트를 짜고 일단 책부터 읽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면서 연수는 생애 최초의 자발적 학구열을 느낀다. 

 
예전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다만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애쓸 뿐이다. 언제나 돌다리만 두드려보면서 살 수는 없지 않나. <P.152>

 
생애 최초의 자발적 학구열을 느끼고 도서관에 출근하며 살아가는 연수의 삶은 그 학구열을 느꼈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이제 얼마후면 환갑이기에 없는 돈에 연수는 아버지 환갑을 치뤄야했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촌은 사춘기가 찾아와 투정을 부린다. 다 키워낸 자식들 남들에게 자랑도 못할 부모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인 동창 동남은 결국 자살을 선택해 연수를 슬프게 만든다. 앞으로 연수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연수의 이야기처럼 연수는 그저 그렇게 되기 위해 애쓸 뿐이다.

 
서른살이란 나이는 후회의 연속인것 같다. 모든 책들이 20대에겐 잘못된 서른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라며 자기계발서들이 나오고 서른에겐 후회되지만 위안 삼으라며 자신도 서른이라 말하는 성공한 삶들의 이야기와 심리적으로 위안되라는 심리서들이 나온다. 그렇게 서른이란 나이는 슬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 서른 살을 맞이하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연수의 삶에서 한가지 방법을 발견한다. 예전보다 더 나아지거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위해 애쓰는 것, 나에게 주파수를 맞추고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보라는 것, 숨을 가다듬고 일보 전진하는 것들 말이다. 앞으로 나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숨을 가다듬고 쿨하게 한걸음 나아가보자.

 
나의 서른셋 이후는 과연 어떤 풍경이 될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한번 멋지게 꾸려가보기로 했다. 숨을 가다듬고 일보 전진하면서! 절대로 삶이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막을 내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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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 - 일본 문학 다림세계문학 20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이경옥 옮김, 이토 치즈루 그림 / 다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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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정말 멋질까?

 
이제 스물 여섯 먹은 나의 눈으로 본 세상은 말이야. 그렇게 멋져 보이진 않아. 이건 '행복'이랑은 별개의 문제야. 내가 행복하다고 세상이 반짝반짝 눈이 부셔 보인다면 그건 아마 내가 살짝 정신을 놓은것일테지. 이제 스물 여섯 먹은 나의 눈으로 본 세상은 말이야. 너무 이기적이고 또 그 기준들 때문에 전혀 멋져 보이지 않아. -그 기준이란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가정, 건강한 몸 이런 것들 말이야- 그 기준에 합격이면 세상은 멋져 보일까? 하지만 어떤 사람은 기준 미달인데도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합격임에도 전혀 기뻐하지 않잖아. 분명히 그런 기준 따위는 세상이 멋져보이는 것과는 상관이 없을거야. 그렇다면 무엇이 세상을 멋지게 보이게 할까?

 
어린 사토미는 너무나도 일찍 세상이 멋지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렸어. 어른이 되어서 알아도 늦지 않은데 말이야.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토미가 살아가기엔 세상은 냉정하기만 하지. 그래도 가족이란 보호막이 있지 않느냐고? 사토미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가족이야. 사토미가 안 들린다는 사실을 알고 직장을 그만두고 사토미를 돌보는 엄마, 다른 지역으로 발령 받았지만 사토미의 교육을 위해 혼자 나가서 사는 그래서 주말에만 집에 돌아오는 아빠, 그리고 사토미의 언니..... 분명 사토미는 귀가 안 들린다는 사실만 빼면 행복해보이는데 무엇이 사토미를 외롭게 만드는 걸까?

 

그것은 사토미의 들리지 않는 귀 때문이었어. 사토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빠른 어조로 이야기하고 자기들끼리만 웃을 때 사토미는 외로웠고 사토미를 사이에 두고 어깨 너머로 이야기 할 때도 외로움을 느꼈지. TV를 보느라 사토미의 작은 수화를 보지 못했을 때도 사토미는 외로움을 느꼈고 그 외로움에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사토미를 의욕이 없는 아이라 몰아갈 때도 외로웠어. 또 사토미에겐 말도 안하고 일반학교로 진학할 것을 결정해버렸을 땐 외로움을 넘어서 화가 나기도 했어. 그것들보다 가장 사토미를 외롭게 하는 것은 말이야. 사토미가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데 가족들은 그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야.

 
그러던 어느 날 사토미는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해. <죽음 계곡의 여왕>이란 책이었지. 그리고 도서관에 있는 할머니 한분이 사토미에게 그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을 했고 사토미는 어눌한 발음으로 열심히 그 책을 읽어나가. <죽음 계곡의 여왕>은 한 소녀가 엄마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야. 그 책의 주인공 소녀는 집안에서 가장 쓸모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 보내진거라는 소리까지 듣지. 사토미는 그 소녀의 모험에 매료되어 열심히 읽어. 쓸모없단 이야기에 나도 쓸모가 없어 라고 느끼고 같이 울기도 하고 말야.

 
책의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에 사토미는 예전의 사토미가 아니었어. 그 소녀에게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배웠거든. 그리고 자신의 어눌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할머니에게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하지. 이게 이 책의 이야기의 전부야. 정말 책 한권과 할머니로 사토미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을까? 글쎄... 그건 사토미에게 물어봐야 겠지. 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용기와 안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나 자신을 사랑했을때에 오는 용기 말이야. 그래서 어떤일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용기, 그리고 할머니가 그리했던 것처럼 조금 지쳤을때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곳에서 다시 용기를 충전하고 말이야. 당신도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안식이 되어줄께.

 

 

편안히 쉴 곳이 없다면 만들면 돼.

네가 바란다면 이 세상 어디든

네 마음에 드는 곳이 될 수 있을 거야.

단념하지 말 것.

꿈을 버리지 말 것.

자신을 믿을 것.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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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문학터치 2.0 - 21세기 젊은 문학에 관한 발칙한 보고서
손민호 지음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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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문학이라 하면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꺼려하는 편이다. 사실 내가 한국문학을 이렇게 꺼려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부담없이 집어들어 가볍게 읽을 만한 책들이 아니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고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너무 가벼운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는게 괜히 부끄럽다는게 두번째 이유다. 결국 너무 가볍지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중간의 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세번째 이유고 그런 책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한국문학을 읽지 않아 한국문학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 네번째 이유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문학을 외면하던 나에게 <손민호의 문학터치 2.0>은 한국문학을 새롭게 보게 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2005년 6월부터 2008년 5월까지 꼬박 3년을 중앙일보에서 연재하던 문학터치라는 글이 모태가 되었다는 이 책은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분석을 하는 해설집이 아니다. 아마 그런 해설집이었더라면 거부감이 더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작가 나름대로 30명의 한국작가들을 스타일별로 분류를 해 놓고 그 작가의 이야기를 하는데 작가의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뒷 이야기들이 더 많긴 하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그 작가들을 친근하게 만든 포인트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숨과 체념의 백수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들과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가들, 소설보다 잔혹한 현실들을 그려내는 작가와 시인들,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그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쓴 작가, 이 책의 저자가 어떤게 novel이고 어떤게 fiction이며 어떤게 스토리 텔링인지 분간 못하겠다는 작가등등 저자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해 둔 스타일대로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다. 거기에 그 분류해 둔 스타일의 작가를 소개하기 전 그들이 어떤 스타일들인지 난해한 몇몇의 단어들과 해당하는 사람들만 보라는 기준들 등을 읽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이고 한 스타일을 소개하고 난 후 소개하는 한국문단의 풍경은 한국문학을 통틀어 이해하는데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 책은 한국문학을 알지 못하는 요즘 세대들을 위한 책이다. 한국의 작가들이라 하면 공지영, 박경리, 은희경, 전경린 등 아주 유명한 몇몇의 작가들 밖에 모르는 그러면서 일본의 작가들과 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의 작가의 책은 줄줄이 꿰고 있는 한국문학에 무관심한 우리 세대들을 위한 책이다. 책 읽는 편식이 상당히 심해 몇몇의 스타일은 매우 좋아하면서 몇몇의 스타일은 기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30명의 작가들의 이야기와 그 작가의 스타일, 책의 스타일을 이야기 하기에 미리 예방접종을 맞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어줍잖은 서평을 써 내려가며 책의 내용과 작가에 대해 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얼마나 많은 작가들과 책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읽을 계획을 세워두었는지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등등 하나도 재미없게 생겨서 얼마나 웃겼는지 할 이야기들이 참 많지만 이제 그만하련다. 아직도 이 책을 읽지 않았는가? 읽지 않았으면 말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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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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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나오는 고집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책에 대해선 청개구리와 같은 습성을 가지고 있다. 남들이 다 좋다고 보는 베스트셀러들은 일단 보지 않는다. 물론 취향 탓인 까닭도 있지만 남들이 볼 때 나도 덩달아 보는 것은 왠지 분위기에 휩쓸려 보는 것 같아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책을 고른다. 2008년 최고의 성장소설이라 불리던 -물론 개밥바리기 별이 있었지만 말이다- 완득이를 이제야 만나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는 완득이의 삶은 참 고달프다. 아직 10대 청소년이것만 그의 삶에선 희망과 목표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의 삶엔 어머니는 계시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작은 키로 취업활동에 큰 무리가 있는 아버지와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삼촌이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 손 빌리지 않고 살아왔건만 큰 목소리로 그의 생활을 이야기 하며 창피를 주는 담임선생님 똥주가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특별한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며 TV에서 보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부잣집 여인이 ‘내가 니 애미다‘ 라며 나타날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책들이나 드라마들을 보면 아예 주먹계로 빠지든가 독기를 품고 열심히 공부를 하기 마련이건만 완득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완득이의 삶이 우울해보이지 않는 이유였을까?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주먹 쓰는 조폭 일로 빠지는 것도 아니며 그저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살아간다. 다른 이에게 자신의 삶의 한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자신 또한 다른 이의 삶에 들어가지 않는다. 완득이의 삶이건만 오히려 완득이가 관찰자로 보일 지경이다. 그러던 완득이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찾아온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불법 체류자 핫산의 소개로 킥복싱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킥복싱을 통해 완득이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건만 완득이의 아버지는 심하게 반대한다. 완득이마저 세상 뒤에 숨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엔 어느 날 알게 된 완득이의 친 엄마 덕분에 아버지도 허락하지만 킥복싱은 오히려 완득이가 세상에 나오게 하는 힘을 주었다.

지금까지 같은 문체로 이야기하는 완득이의 이야기였지만 이제야 완득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은 변해가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버렸던 엄마에게 분노의 감정도 그리움의 감정도 느끼지 못했던 완득이었지만 그 엄마 또한 이해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욕설과 함께 늘 틱틱대던 똥주 또한 이해 할 수 있게 되었고 부인이 아파 체육관을 접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관장님을 바라보며 우울한 마음을 느낀다. 지금껏 흘려보내기 하고 대충 살아왔던 삶이 아니라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희망을 찾아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뭔가 대단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점차 목표를 잃고 악만 남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제는 완득이의 말처럼 좀 쉬엄쉬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소설의 특유의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과 함께 뭔가 가슴 깊이 남는 교훈을 함께 주는 완득이.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소설이었다.

-흘려보낸 내 하루들. 대단한 거 하나 없는 내 인생, 그렇게 대충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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