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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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만을 보면 '연애편지'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 알려주는 기술 서적 같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고 편지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긴 여정을 거쳐 주인공이 깨닫는 부분이 있으니 완전히 엉뚱한 제목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항상 교토의 이야기만을 해 온 모리미 도미히코. 이번에도 그렇긴 한데 약간 다릅니다. 주인공은 대학원생으로 잠시 '나나오 시'라는 곳으로 연구를 하러 가게 됩니다. 노토 반도의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p. 11).




그곳에서 여러 지인에게 편지를 쓰게 됩니다. 답장은 언급되지 않고 오직 주인공의 시점에서 보내지는 편지만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썼는지에 관해서는 주인공 모리타의 언급에서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독특한 방식이지요.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짝사랑 중인 고마쓰자키, 선배로 남의 불행을 즐기는 오쓰카 히사코, 잠시 과외를 해줬던 초등학생 마미야 군, 선배로 연애편지의 기술을 물으려했지만 되려 상담받는 모리미 도미히코(실제 작가), 그리고 여동생 가오루와 함께 연구소에 있는 다니구치 씨, 주인공 모리타가 짝사랑하는 이부키 나쓰코가 전체 등장인물입니다.




이부키 씨에게는 편지를 못쓰고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만 편지를 씁니다. 흥미로운 것이 각 사람들에게 썼던 내용들이 조금씩 겹치는 시기가 있어서 반복되는데 살짝 다른 관점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냥 한 사람에게 쭉 연결해서 썼다면 느끼지 못했을 독특함이지요.




조언해 준 친구와 옛 과외 학생과의 터무니없는 대화들도 재미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커플이 된 친구에게 질투도 하고, 선배의 장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외로움에 괴로워하고 그런 부분들은 여느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들과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원래 목적은 연애편지의 고수가 되어 대필해주는 사업도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점점 자신의 연애편지 마저 쓰지 못하는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마음을 잘 다잡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연애편지를 재현하기 위해서 작은 파티를 마련합니다. 그 초대를 각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필하는 형태로 보내면서 이부키 씨에게도 보내게 됩니다. 그의 대필 편지는 과연 성공했을까요? 그리고 짝사랑하는 이부키 씨에게 보낸 연애편지 같지 않은 연애편지 또한 성공했을지 궁금해지는 결말입니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들은 아이디어는 정말 기발한데 읽으면서 쳐지는 경향이 있어 읽기 전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고 많이 읽지 못하겠는데 이 책은 좀 더 가벼운 면이 있어선지 즐겁게 읽었습니다.


 


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Koibumi no Gijutsu by Tomihiko Morimi (2009)


펴낸곳 (주) 살림출판사

펴낸날 초판 1쇄 2010년 3월 29일


옮긴이 오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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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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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들에 대한 평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국내 소설을 잘 안읽기도 해서 흐름을 잘 모르는 부분도 있지만,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람일 수도 있어서 혹평이 힘들더라구요. 보통 혹평이라고 해서 심하게 하지도 않지만, 어딘가 깊이 그런 사고가 내재되어 있어 더 손이 안가는 면도 있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는 요즘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의 PD이신 분입니다. 이전 PD분이 있었을 때부터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라 혹시 내가 그런 어드밴티지를 적용할까봐 이 책은 더 엄중하게! 평가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도 별 다섯개 매겼음을 우선 밝혀봅니다. 사실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이 유명한 라디오 프로에 PD가 된지 얼마 안되었더래서 등에 업고 광고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전업 작가를 왜 안하시나 싶을 정도였네요.




이 책은 다섯 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독특한 표지 그림을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츠모토 시오리'라는 분의 작품입니다. 각 단편의 표지에도 다른 그림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조금 무서운 이야기 류에 속한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른의 이야기'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들입니다.





'카시오페아 공주'는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아빠가 복수를 위해 끊임없는 단련을 하는데 아이 선생님이 자신은 카시오페아 공주라고 합니다. 그녀는 파동으로 그 사람의 생각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수를 위해 도움을 청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목부터 소재까지 얼핏 SF적이라고 보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평범해보이는 한 남자와 얽혀있는 암울한 과거, 그리고 복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정말 외계인인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녀가 단순히 독심술을 한다던가 초능력이 있다던가 무당같은 부류일 수도 있지 않을까란 여지를 준달까요.




'섬집 아기'는 제대로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한 남자가 잊고 싶어했던 과거. 그러나 그것이 결국 현실과 접해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그저 행복해보이지만 어딘가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한 가정의 모습으로 보였는데 놀라운 과거가 숨겨져있고 그 과거가 이제는 복수를 시도합니다.


 

'레몬' 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럴듯한 여자친구, 좋은 미래. 그러나 행복하지 않은 자신. 사랑과 인생은 레몬 같다는 말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두 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래봅니다.




'좋은 사람' 이 소설도 무서운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범죄와 관련되어 있구요. 일종의 서술 트릭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끔찍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중독자의 키스' 기묘한 소설입니다. '레몬'과 함께 좀 정상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구요. 범죄 수준의 일화가 아름다운 추억을 전해주는 그런 이야기랄까요. 사랑은 언제나 일방통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보여줄 수가 없으니 적당히 감정에 무뎌져야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두 사람은 좀 더 일찍 사랑했다면 좀 더 행복했으려나요. 따스한 부분이 있는 이야기지만 참 가슴이 아파지는 그런 결말이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마지막 단편의 여운이 꽤 길게 가는 편입니다. 그래도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조금 고심해보게 되더라구요. 어떤 기준으로 이 소설들의 순서를 정했을지 궁금하더라구요. 저라면 '레몬'을 제일 마지막에 넣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좀 행복한 기분이 들면서 책을 다 읽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다고 앞의 이야기들이 행복한 채로 있는건 아니지만요.




제가 느꼈던 '중독자의 키스'의 여운이 길게 가서 마지막에 배치했으려나 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좀 하드코어적인 느낌이 드는 단편집이란 생각이 듭니다. 두 가지 이야기는 좀 다르지만요. 아무래도 강력한 소재가 더 기억에 남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워낙 강력 범죄 이야기라던가 그런 류를 꺼리는 편이라 더 모르는 것 같기는 한데, 국내에서도 이런 소설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나라 특유의 '한(恨)'이랄까 '스잔함' 같은 것이 있어서 제가 잘 안읽거든요. 내 핏줄에도 그런 것이 있어서 공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더 우울함에 빠진달까요. 외국 소설에는 아무리 그런게 있어도 이 작가가 그렇다거나 이 나라 분위기가 그렇다고 제 3자 입장에서 치부해버릴 수 있는데 국내 소설의 감각엔 좀 교감하게 되더라구요. 이 소설도 독특한 소재들을 갖고 있어서 놀랐지만 그런 감각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별 다섯개 과감히 매겨지네요.


 

 

 

 

카시오페아 공주, 이재익


펴낸 곳 황소북스


1판 1쇄 인쇄 2010년 9월 6일


1판 1쇄 발행 2010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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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홈 인테리어 -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카페 스타일 집 꾸밈
정소연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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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8.5 x 21cm 이 책은 좀 큰 편입니다. 잡지 사이즈구요, 편집 방식도 그렇습니다.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라고 하면 여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곳일꺼예요. 저도 가입되어 있는 회원은 아니지만 무슨 검색만 하면 이곳 글이 나와요. 인테리어 관련된 것이나 그릇, 음식은 할 것 없이 육아라던가 동네 식당까지도.. 비회원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이 있는 큰 카페임을 알 수가 있지요.




작가의 말에서 버려진 가구들을 들고 온 것에 남편분이 귀신 딸려온다고 뭐라고 하셨다는 대목이 있는데 정말 잊고 살았던 이야기네요. 요즘이야 워낙에 중고 시장이 활발해져있어서 그런 말은 좀 사그라들었지만 예전에 그런 얘기들이 많았잖아요. 어른들께서 많이 얘기하시고, 전래동화 같은 것에도 남아있구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얘기들이 안들릴 정도로 옛것을 좋아하기 보다 새로운 것, 깨끗한 것을 더 찾으려고 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손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사진들을 면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에 그런 스타일을 일본식으로 바꾼 인테리어풍 이라고 정의해도 되려나요? 대체적으로 원목과 흰색을 주로 사용한 편이구요. 오래된 나무나 양철 소품, 녹이 쓴 경첩같은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이 책 속에선 어쩜 이리 멋있게 보이는지요.




최근 급속도로 카페 문화가 자리잡아가면서 각양각색의 카페들이 생겨났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런 류의 깨끗하면서도 원목과 함께 빈티지한 소품을 이용하는 편안함을 주는 카페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카페들을 다니면서 좋아했었는데 집도 이렇게 꾸미는 추세로 가고 있구나! 좋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버린 나무 액자도 틀을 재활용해 거울을 만들었는데 너무 멋스러워요. 시골집에서 왠지 초라한 옛 물건같은 느낌이 드는 딱 그 물건인데 왜 이리 멋스러워보이는 걸까요. 심지어 스위치나 인터폰에도 나무로 커버를 만들어둔 아이디어도 마치 세련된 산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구요.




패브릭의 사용과 타일을 이용한 장식도 새로웠습니다. 몰랐던 건 아닌데 사진들이 너무 이쁘더라구요. 자연석 타일을 이용한 벽면 장식은 이탈리아의 한적한 한 저택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나무판에 그림 그리신거 보니 역시 미적 감각이 있으신 분이니 이렇게 하나하나 이쁘게 꾸며두신 것 같아요. 그래도 다이소 바구니 2개를 겹쳐서 만든 휴지 케이스는 저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욕실, 방문도 원목 문처럼 꾸미고 깔끔한 원목 화장대, 깔끔한 거실과 또 다른 느낌의 알록달록 귀여운 아이방. 자연 그대로를 재현해둔 것 같은 여러 종류의 화분이 있는 앙증맞은 테라스.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마지막에는 압구정, 가로수길, 부암동의 샵들이 몇 군데 소개 되어 있습니다. 
 

 

 

내추럴 홈 인테리어 (Natural home interior)

지은이 정소연

펴낸 곳 부즈펌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24일


초판 1쇄 발행 2010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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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비밀의 방 - 월화수목금토일 서울 카페 다이어리
이영지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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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홍보부터 시작해서 읽기까지 지속적으로 느꼈던 것은 최고로 손꼽고 싶은 책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건 좋은 의미이기도 하고 나쁜 의미이기도 합니다. 좋은 의미로는

무난하다는 것이고, 나쁜 의미로는 이 책만의 감성은... 글쎄요.





일단 책 표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깔끔함', 그것이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추세가 이쁜 책, 이쁜 카페를 담는 책, 에세이류의 여행책 일 것

입니다. 덕분에 수많은 여행책들이 쏟아져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카페 관련 책들도 점점

다양해집니다.




모든 책이 다 똑같을 필요는 없겠지만 일정한 특징이 있지요. 일단 표지에는 사진이 대세

이며 제목은 정형화된 폰트가 아닌 캘리그래피나 폰트라도 좀 독특한 것, 크기의 정형화

도 깨어버리는 것이 추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목은 깔끔하면서도 독특하면서도 책의

주제를 드러낼 확실함을 지닌 것. 그런데 이 책은 정형화된 폰트에 단색 위주의 컬러와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인데 상당히 깔끔합니다. 그리고 제목은 '카페'라고 확실히 인식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부제가 바로 밑에 붙어있지만요)




그래서 대체 이 책은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목차를 보니 요일

별로 카페의 특성을 나눠놨습니다. 월요일 소규모 카페, 화요일 북 카페, 수요일 와인 카페,

목요일 디저트 카페, 금요일 딜리셔스 카페, 토요일 일본풍 카페, 일요일 브런치 카페

순입니다.





글은 적은 편입니다. 주로 이런 류의 책들은 에세이가 강세던가 혹은 소개용으로 잡지에서

볼 법한 깔끔함이라거나로 나뉘는 편인데 저자의 잡지 기자 경력 탓인지 후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포인트만 제공하는 느낌입니다.





사진은 주로 등장하는 카페의 전경이라던가 간판은 보이지 않습니다. 철저히 내부 인테리어

위주이고 음식은 작은 사진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쁜 사진이긴 한데 너무 프로의 냄새가

난달까요. 처음에 썼던 것처럼 역시 저자의 성격인지 편집자의 성격인지 상당히 깔끔한

잡지의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철저하게 카페 소개만을 해둔 것은 아니고 에세이적인 이야기들도 간간히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설명들이 이 책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책이라는 점을 적어봅니다.

흔히 에세이류의 카페 관련 서적들은 정말 필요한 정보들이 많이 빠져있어서 조금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책들에는 저자만이 가지는 독특한 감성이 나오지요. 그 이상은

기대할 수 없지만요.




반면 이 책에서는 깔끔함과 정보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목차에 카페 위치가 작게 덧붙여져

있어서 편리합니다. 문득 어느 카페를 가볼까 고민하게 되는 날. 무작정 책을 펼쳐서 나오는

곳으로 정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정보를 위주로 하는 책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별 5개를 매기실 것 같고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무난하지만 괜찮기에 별 3개를 매깁니다. (좀 더 애착이 가면 별 4개, 더 이상 아무 말도 필요없을
땐 별 5개를 매기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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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나
스티브 헬리 지음, 황소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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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이 소설의 제목을 보면 마치 소설가 지망생들을 위해 어떻게해야 유명한 소설가가 되는가에 대한 책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책은 실용서가 아닌 소설입니다. 



2. 내용

한 남자, 피트 타슬로는 현재 이력서를 써준다던가 다른 사람의 대필 문서를 작성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유명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우연을 거듭해왔습니다.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는 유명 소설가의 글이 나쁘다는 신랄한 비평을 거듭합니다. 그러나 그 비평은 전문가적인 소견은 아니고 우리가 살면서 좋아하지 않는 사회 전반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가진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던 차에 그는 대학시절 사귀었던 폴리의 결혼 소식을 듣습니다. 그녀는 바보짓만 일삼던 자신과는 달리 낮잠을 잤다는 거짓말로 로스쿨을 준비하던 자신에게는 철저했지만 피트에게는 잔인했던 여자입니다. 그래서 피트는 결심을 합니다. 글 쓰는 재주는 있으니 바보같은 저런 작가들이 하는 짓을 나라고 못할 껀 없다. 
 

호주 친척들을 초대하기 위해 결혼식을 1년 후로 정했다는 폴리. 그녀의 결혼식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라 유명한 소설가가 된 바로 내가 될 것이다. 


그렇게 피트는 유명한 소설가가 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시작합니다. 주인공 설정, 들어가야할 요소들, 영화화나 게임화를 위한 장치들, 관광지와의 연계 같은 것들을 집어넣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이 순식간에 팔려나간 것은 아닙니다. 혹평을 받는다거나 호평을 받는, 비평가들의 이야기로 판매 순위가 뛰고 홍보를 위한 광고를 적절하게 생각하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점점 유명해집니다.

  

3. 감상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내용 언급은 이 정도로만하고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실용서도 아니고 한 사람의 성공서도 아닙니다.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블랙코메디에 가깝습니다.
 


출판계의 현실은 가슴 아픕니다. 너무도 힘들고 정말 보석은 각광받지 못합니다. 되려 조악하기 그지없는 소설들이 날개돋힌듯 팔려나갑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언급대로 정말 몇 번을 읽어도 아깝지 않을 소설이 아니라 예쁜 표지로 포장한 선물로 여기저기 팔려나가다가 결국은 휴지나 계란판으로 재활용되고 마는 그런 가치없는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현실입니다.


한 청년이 단지 옛여자친구를 후회하게 만들고 싶어서 단기간에 유명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도 그리 아름답지 않고 결국 유명한 소설가가 되지만 그 유명함은 진정성 논란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단순히 그 일련의 목표를 위해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차기작에 쏟아부을 것이라는 부분을 보여주고 그 책은 다른 의미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4. 마치면서


좋은 책은 많습니다. 좋은 글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책이 유명해지는 것은 그것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설령 유명해졌다고 하더라도 작가는 차기작에 대한 불안이 여전할 것입니다. 
 

소설의 역사 속에서 진정성을 갖고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가 많이 있어왔습니다. 그것이 소설 속에서 하나의 캐릭터로써 숨쉬었던 얘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형편없는 의도로 형편없는 각도로 소설을 써내는, 그렇게 베스트셀러 작가에 드는 이야기는 흔치 않습니다.
 

주인공이나 처한 현실이 형편없기 때문에 읽으면서 지루해지기도 합니다만 대체 이 책은 무엇인가. 피트는 대체 어떻게 되려는 것일까에 대해서 궁금하기 때문에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 이 책은 지금의 출판업계를 비판하는구나.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꾸며내는 소설이 아니라 판매전략에 맞춰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꾸며내는 책을 써내고 이미 밀어주기로 정했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서슴치 않겠다는 출판사의 의도나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팔아서라도 다시 한번 유명한 소설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을 조소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그렇게해서라도 부자 소설가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 주인공에 대해 여태까지의 형편없다는 평가는 '베이징'을 통해서 그가 느끼는 부분에서 조금 괜찮아지게 됩니다. 이 소설 속에는 아무래도 유명 소설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다보니 여러 소설가의 작품들을 작가가 따로 만들어둔 점이 흥미롭습니다. '베이징'이란 소설은 무언가를 찾고, 또 잃어버리면서 인간의 관계들을 써놓은 책인데 대작입니다. 그래서 이런 피트에게 큰 충격이 됩니다.


그래서 과연 피트는 여태까지의 행보대로의 인생을 살게 될지, 혹은 진정한 소설가가 되어볼 생각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엉망진창 한 인간의 모습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가 평가하는 세상의 베스트셀러라던가 그러면서 자신도 그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모습, 유명하거나 돈을 벌진 못하지만 진정성을 가진 진짜 작품을 판별할 수 있는 모습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눈여겨 볼 것은 피트의 소설 언급도 그렇지만 여러 작가들의 글을 써놓은 - 실제 이 책의 - 작가의 저력 같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이 블랙코메디일까 라는 의문도 들긴 합니다. 작가는 정말 정답을 갖고 있지 않고 마이클 민츠 교수의 의견처럼 엘리트 주의로 평가되는 비평가의 이야기가 아닌, 대중들이 사랑하는 책이 진정으로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읽고 이렇게 서평을 쓰는 지금도 아직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후자의 의견일지라고 해도 제 개인적으로는 좀 더 멋있고 그럴듯한 이야기로 포장된 - 설령 그것이 진실이 아닌 포장이라고 할지라도 - 작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How I Became a Famous Novelist by Steve Hely (2009)
중앙북스(주)
초판 1쇄 발행 2010년 7월 9일
황소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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