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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나
스티브 헬리 지음, 황소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1. 들어가기
이 소설의 제목을 보면 마치 소설가 지망생들을 위해 어떻게해야 유명한 소설가가 되는가에 대한 책인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책은 실용서가 아닌 소설입니다.
2. 내용
한 남자, 피트 타슬로는 현재 이력서를 써준다던가 다른 사람의 대필 문서를 작성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유명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우연을 거듭해왔습니다. 베스트셀러로 팔리고 있는 유명 소설가의 글이 나쁘다는 신랄한 비평을 거듭합니다. 그러나 그 비평은 전문가적인 소견은 아니고 우리가 살면서 좋아하지 않는 사회 전반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가진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던 차에 그는 대학시절 사귀었던 폴리의 결혼 소식을 듣습니다. 그녀는 바보짓만 일삼던 자신과는 달리 낮잠을 잤다는 거짓말로 로스쿨을 준비하던 자신에게는 철저했지만 피트에게는 잔인했던 여자입니다. 그래서 피트는 결심을 합니다. 글 쓰는 재주는 있으니 바보같은 저런 작가들이 하는 짓을 나라고 못할 껀 없다.
호주 친척들을 초대하기 위해 결혼식을 1년 후로 정했다는 폴리. 그녀의 결혼식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라 유명한 소설가가 된 바로 내가 될 것이다.
그렇게 피트는 유명한 소설가가 되기 위한 사전 조사를 시작합니다. 주인공 설정, 들어가야할 요소들, 영화화나 게임화를 위한 장치들, 관광지와의 연계 같은 것들을 집어넣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의 소설이 순식간에 팔려나간 것은 아닙니다. 혹평을 받는다거나 호평을 받는, 비평가들의 이야기로 판매 순위가 뛰고 홍보를 위한 광고를 적절하게 생각하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점점 유명해집니다.
3. 감상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내용 언급은 이 정도로만하고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실용서도 아니고 한 사람의 성공서도 아닙니다.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블랙코메디에 가깝습니다.
출판계의 현실은 가슴 아픕니다. 너무도 힘들고 정말 보석은 각광받지 못합니다. 되려 조악하기 그지없는 소설들이 날개돋힌듯 팔려나갑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언급대로 정말 몇 번을 읽어도 아깝지 않을 소설이 아니라 예쁜 표지로 포장한 선물로 여기저기 팔려나가다가 결국은 휴지나 계란판으로 재활용되고 마는 그런 가치없는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현실입니다.
한 청년이 단지 옛여자친구를 후회하게 만들고 싶어서 단기간에 유명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도 그리 아름답지 않고 결국 유명한 소설가가 되지만 그 유명함은 진정성 논란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단순히 그 일련의 목표를 위해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차기작에 쏟아부을 것이라는 부분을 보여주고 그 책은 다른 의미의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4. 마치면서
좋은 책은 많습니다. 좋은 글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책이 유명해지는 것은 그것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설령 유명해졌다고 하더라도 작가는 차기작에 대한 불안이 여전할 것입니다.
소설의 역사 속에서 진정성을 갖고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가 많이 있어왔습니다. 그것이 소설 속에서 하나의 캐릭터로써 숨쉬었던 얘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형편없는 의도로 형편없는 각도로 소설을 써내는, 그렇게 베스트셀러 작가에 드는 이야기는 흔치 않습니다.
주인공이나 처한 현실이 형편없기 때문에 읽으면서 지루해지기도 합니다만 대체 이 책은 무엇인가. 피트는 대체 어떻게 되려는 것일까에 대해서 궁금하기 때문에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 이 책은 지금의 출판업계를 비판하는구나.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꾸며내는 소설이 아니라 판매전략에 맞춰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꾸며내는 책을 써내고 이미 밀어주기로 정했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서슴치 않겠다는 출판사의 의도나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팔아서라도 다시 한번 유명한 소설가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을 조소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그렇게해서라도 부자 소설가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 주인공에 대해 여태까지의 형편없다는 평가는 '베이징'을 통해서 그가 느끼는 부분에서 조금 괜찮아지게 됩니다. 이 소설 속에는 아무래도 유명 소설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다보니 여러 소설가의 작품들을 작가가 따로 만들어둔 점이 흥미롭습니다. '베이징'이란 소설은 무언가를 찾고, 또 잃어버리면서 인간의 관계들을 써놓은 책인데 대작입니다. 그래서 이런 피트에게 큰 충격이 됩니다.
그래서 과연 피트는 여태까지의 행보대로의 인생을 살게 될지, 혹은 진정한 소설가가 되어볼 생각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엉망진창 한 인간의 모습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가 평가하는 세상의 베스트셀러라던가 그러면서 자신도 그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모습, 유명하거나 돈을 벌진 못하지만 진정성을 가진 진짜 작품을 판별할 수 있는 모습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눈여겨 볼 것은 피트의 소설 언급도 그렇지만 여러 작가들의 글을 써놓은 - 실제 이 책의 - 작가의 저력 같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이 블랙코메디일까 라는 의문도 들긴 합니다. 작가는 정말 정답을 갖고 있지 않고 마이클 민츠 교수의 의견처럼 엘리트 주의로 평가되는 비평가의 이야기가 아닌, 대중들이 사랑하는 책이 진정으로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 읽고 이렇게 서평을 쓰는 지금도 아직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후자의 의견일지라고 해도 제 개인적으로는 좀 더 멋있고 그럴듯한 이야기로 포장된 - 설령 그것이 진실이 아닌 포장이라고 할지라도 - 작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How I Became a Famous Novelist by Steve Hely (2009)
중앙북스(주)
초판 1쇄 발행 2010년 7월 9일
황소연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