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주인님, 주인님, 나의 주인님!
세상에, 지갑이 말을 한다!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 이 책 소설이었지 =_=;;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 『나는 지갑이다』(원제 : 기나긴 살인)는 10마리의 지갑이 각자의 주인에게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형사, 증인, 소년, 탐정, 목격자, 공갈꾼, 범인의 지갑들.
주인님, 주인님! 하는 지갑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하지만 그런 지갑들의 안타까움을 이놈의 주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살인사건에 휘말려간다.
『나는 지갑이다』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는, 그리고 초반에 「형사의 지갑」 편만 읽을 때까지는 10개의 단편집이 실린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 작품들을 읽어나가면서 '연작' 형식의 단편으로, 즉 하나의 커다란 '장편'이었다. 화자만 각 장마다 달라질 뿐. 게다가 표지 일러스트 또한 약간의 '코믹성'을 띠었기에,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왠지 속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보 이걸 이렇게 오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군요."
"어떻게 당신이 그걸 알지?"
"이따금 당신 지갑을 꺼내봤으니까, 돈이 적을 때는 채워넣기도 하고. 눈치 못 챘어요?"
미야베 미유키의 손길이 느껴지는 독특한 소설!
10개의 단편 속에서 펼쳐지는 1년 6개월간의 4개의 살인 사건. '돈'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 아무런 이유 없어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 오히려 '왜 죽였는가'라는 질문이 무색해지는 살인 사건들이 많다. 이 작품 『나는 지갑이다』는 그것이 더욱 심했다. 개인적으로는 살해 동기 등에서 '인간적인'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이었다(사실 살인 사건에서 인간 냄새를 느끼고자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 수도 있지만).
내 주인과 탐정은 소년과 손을 잡고 인적 없는 밤길을 나란히 걸었다. 마치 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의 여정을 되짚듯이, 캄캄한 밤길을. 제각각 보조도 맞추지 않은 걸음으로 세 사람은 걸었다. 고미야 마사키의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아마도 동녘 하늘에 아침 해가 붉게 떠오르기 시작하리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그리고 항상 지니고 있을 '지갑'이라는 존재. 각자의 지갑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사건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작가의 말마따나 단편소설의 연결해서 하나의 장편으로 만들어가는 형식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그만큼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