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 가슴 아픈 아버지 세계의 미스터리!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은행에서 발생한 '100만 엔 분실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짜여져 있다. 작품 속에는 이 사건을 토대로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출세에 눈이 먼 후루카와 부지점장, 부하직원을 애틋하게 챙기는 니시키 대리,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다키노. 실적을 올리기 위한 스트레스로 미쳐가는 엔도 다쿠지, 그리고 상사의 고객을 생각지 않는 영업에 분노를 터뜨리는 신입사원 고야마 도오루 등.
100만 엔 분실 사건에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 여직원 기타가와 아이리. 그녀의 문고본에서 돈다발을 쌌던 '띠지'가 발생해서 모두들 그녀를 의심하지만, 오로지 니시키 마사히로만이 그녀의 무죄를 믿는다. 그런데 니시키 씨가 어디로 사라졌다?
 

뭘 해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는 오키도의 냉정한 말들이 들끓었다. 결코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도모노의 뇌리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사업 얘기를 하고 있는 거요, 도모노 씨. 그런 행동은 감당하기 힘들군.
아무리 몸을 낮추고 부탁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았다.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에는 가족을 위해서, 또는 자신을 위해서 끊임없이 위를 향해 나아가는 아버지들의 절절한 모습이 담겨 있다. 자신의 출세가 곧 가족의 출세로 이어지는 가슴 아픈 현실. 자신 때문에 아이나 아내가 기죽어 지내게 하고 싶지 않다, 하는 욕망이 우리 아버지들의 현실일 것이다.   

 

샤일록의 아이들
 

저자인 이케이도 준은 작가로 활약하기 전에 일했던 '은행원'이라는 경력이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에 많이 투영되어 있는데, 그가 아니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원제인 '샤일록의 아이들シャイロックの子供たち'이란 말을 한번 살펴보자. 샤일록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Shy·lock : 명사
1  샤일록 《Shakespeare작 The Merchant of Venice 중의 유대인 고리 대금업자》
2  [종종 s~] 냉혹한 고리 대금업자 
 

직역하자면, 고리대금업자의 아이들 정도?
'고리대금'이라는 무서운 제도에서 '아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은행이란 곳은 출세를 못 하면 끝장이다. 이 조직은 밑에서 올려다보는 풍경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전혀 다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위에 선 인간뿐이다.
다키노는 그 계단을 누구보다 빨리 오르고 있었다.

 

광고를 통해 어린아이도 알게 된 '사채'라는 단어도 이 샤일록이라는 단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 탓에 '사채'라는 블랙홀 속으로 끊임없이 유혹을 받고 있을 우리네 일상.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을 좇으면서 가슴 아픈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았다. 소설이면서도, 전혀 소설 같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가슴아픈 현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반전에 반전이라는 트릭으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해주었다.
이케이도 준을 만나게 해준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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