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 <스트로보> 개정판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진실일까? 꾸며진 거짓일까!
몇 년 전 미니홈피의 큰 인기로 당시에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늘어났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중에는 나도 포함됐었다. 사람들과의 추억, 순간순간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편리한 도구 디카. 게다가 필름 값이 따로 들지도 않고, 찍고 나서 바로바로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사람들은 너도나도 1촌으로 연결되었으며, 분명히 모르는 사람인데도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사람들.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었다.
개인 홈페이지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미니홈피, 그리고 때맞춰 인기를 끌었던 디카 열풍. 그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는 그런 현재의 '디카'와는 전혀 상관없는 한 사진작가의 필름 카메라와 그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이란 그저 현실을 그대로 찍어내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생각에 일침을 가하듯이…….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사진은 '사진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많은 진실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똑같은 현장이라 해도 카메라를 든 사람에 따라 눈에 보이는 풍경은 다르게 비친다. 그것은 사진가의 역량과 관계가 있다. 모리구치가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서 사라진 기타카와를 걱정하며 아파트까지 찾아온 미사코에게도 짜증을 부렸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기타카와 고지'의 옛 시절을 더듬어가다 보면(이 책은 특이하게도 5장을 시작으로 1장에서 마무리 짓고 있다, 즉 사진 5장으로 작가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 구조이다) 작가가 '사진'을 통해서 성장했던 자신의 여러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진은 작가의 진실이기도 하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뜻밖에도 새로운 사실에 직면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쯤 되면 이러한 질문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진실일까? 아니면 꾸며진 거짓일까?"
"한 장 더."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필름을 감았다. 어느새 마지막 컷이었다. 그래. 언젠간 내게도 인생의 필름을 되감아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아직 먼 훗날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과거의 앨범을 뒤지며 후회 때문에 안타까워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진을 남기고 싶다.
사진? 사진이란 무슨 뜻일까. 寫眞이라는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사진. 한자 그대로 뜻을 풀이해본다면 '진짜를 베낀다'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진이 정녕 진짜를 베끼는 가짜에 불과할까? 그 사전적 정의에 정확히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작가 심포 유이치. 심포 유이치라는 사진작가가 보여주는 책이라는 사진을 자연스레 따라가다 보면 사진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