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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비틀어진 심리를 파헤치다!
일본인 어머니와 스위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혼혈아이지만, 오히려 못생긴 편에 속할 정도로 너무나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 태어났다. 그에 반해 동생 '유리코'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녀로 인해 죽어야만 했던 '나'의 빛, 내 생활. 그녀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를 벗어나기 위해 오로지 '나'만의 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택했던 Q학원. 하지만 그 선택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나'의 Q학원 시절 만났던 친구 사토 가즈에. 하지만 그녀를 친구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Q학원에서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삶을 살아가던 그녀를 '나'는 어리석다고 비웃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낮에는 G건설의 엘리트 사원으로, 밤에는 매춘을 했다니,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못생겼던 가즈에가.' 사실 그녀가 매춘을 했든, 아니든 관계없지만, 괴물처럼 아름다움을 가졌던 매춘부 유리코와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됐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가즈에는 '사랑'이 고팠을 뿐이었다. 행복했던 삶.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던 그녀. 그녀가 매춘을 하게 된 건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불평등한 남자 위주의 세계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려고 몸부림쳤던 가즈에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 여성들의 비뚤어진 모습이 보였으니까.
무엇이 남자의 세계인가? 남자들은 자기 편리할 때만 자신들의 연대를 강화하고, 타관 사람들은 배제한다. 같은 G건설 일가라 하더라도 여자라면 타관 사람이 아닌가? 실제로 Q대학 출신 그룹도 사내에 있는 것 같지만, 여자인 나에게는 소식이 없다. 내 주위는 적들뿐이었다. 그야말로 황야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
내 마음속 적나라한 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심리를 괴물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유리코'라는 한 여성을 중심으로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즈미교카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큰 타이틀 외에도 '도쿄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사건'이라는 엽기적이고 잔인한 사건을 소설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는 기리노 나쓰오가 사용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녀가 『그로테스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그러진 이상심리였다. 예뻐지고 싶고, 사랑받고 살아가고 싶었지만, '강하다'는 가면으로 감추며 살아갔던 소설 속 여성들. 동생 유리코에 대한 증오로 평생을 살아갔던 '나' 또한 사랑에 굶주렸던 하나의 '여성'일 뿐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유리코의 아들 유리오에게 하는 말에서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자신은 바르다며 요조숙녀라며 '진정한(?) 여성성'을 가장하며 살아가게 만든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사실, 비뚤어진 사회 그 자체였다.
가즈에, 미쓰루, 유리코, 그리고 '나' 모두들 이 사회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네 엄마와 나는 무척이나 예쁘다는 말을 들었단다. 봐라, 또렷이 쌍꺼풀이 져 있잖니? 게다가 커다란 눈과 가느다란 코. 눈썹은 너하고 똑같지? 예쁜 아치를 그리고 있잖아. 입술은 도톰하고 핑크빛이란다. 아아, 너하고 꼭 닮았는데, 너는 그것을 확인할 수가 없겠구나!"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작품을 '탐'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내 마음속 일그러진 그로테스크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탓이 아닐까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