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 사실은 아주 먼 옛날부터 널 기다렸던 것 같아
 

충동적으로 일을 관두고, 돈이 없어 편의점을 털려 하던 이토.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그는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그곳은 바로 '오기시마'라는 낯선 섬. 에도 시대 이후 150년 이상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었던 그야말로 천연 그대로의 장소였다.
하지만 이토는 '오기시마'에서의 삶이 이상하기만 했다.  

있을 수 없는 설정과 등장인물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상황들. 이 모든 것은 150년간 단절되어온 '오기시마'라는 곳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바로 말하는 허수아비 '유고'이다. 유고는 말뿐 아니라,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모든 문제에 '유고'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이토도 실체를 만나고서야 자신도 유고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런데 유고는 다음날 살해당한다……. 어째서, 유고는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한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단정할 수 없다, 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당신의 미래에 대해 나는 몇 가지 경로를 알고 있습니다. 미래의 시나리오는 크게 나누어 몇 십 편이나 됩니다. 그것을 더 자세히 나누면 몇 억 개도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당신이 실제로 다다르게 될 미래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대체 어느 미래가 될 것인지는 약간의 조건만으로도 변하게 됩니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만, 그들의 미래를 바라보기만 하는 유고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고자 하는 걸 지키고자 했던 존 제임스 오듀본처럼, 자기 방식대로 사람들을 '사랑'해온 유고. 그가 사람들을 위해 숨겨놓은 보물들은 작품 속 곳곳에 숨겨져 있다. 보물찾기처럼…….
 

"아무도 멈출 수 없다, 는 말이지."
"뭘요."
"슬픈 결말로 치닫는 것을."
나그네 비둘기의 종말은 아무도 멈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큰 흐름이기 때문이라고. 좋든 싫든 이 세상에는 '흐름'이 있는데 거기엔 아무도 대항할 수 없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모든 것이 그 흐름에 휩쓸려 간다.
 
 

이사카 고타로의 데뷔작이자 신초 미스터리 클럽상 수상작인 『오듀본의 기도』. 사실 이 작품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읽었음에도 이 책은 나의 만족감을 충족시켜주었다.
환상의 세계로 떠나는 『오즈의 마법사』처럼, '도로시'가 되어 떠났던 외딴 시골집 '오기시마'로의 여행. 어쩌면 내가 이 작품을 읽어주기를 유고는 먼 옛날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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