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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줄곧 나는 하얀 어둠 속을 걸어왔어
하지만 그 길은 끝나지 않아, 내가 죽을 때까지
때는 1970년대. 당시의 일본은 한마디로 경제부흥의 시기였다.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한없이 위만을 바라보던 그런 사람들이 살았더랬다. 그 당시 자그만 마을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는 기리하라 요스케. 하지만 용의자로 지목되던 사람들은 주검으로 발견되고,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기리하라 료지, 그리고 가라사와 유키호. 그들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축으로 하얀 어둠 속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길은 한번 디디면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세계…….
"인간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 태양이 따뜻하게 비치는 사람과 계속해서 어두운 곳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 세상은 참 불공평하지? 누구나에게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자신에게만 비치는 빛이 있어. 밝고 따뜻하지는 않더라도 그 빛을 따라가야 돼. 그것이 잿빛에 가까운 하얀색일지라도……. 이게 바로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야."
2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료지와 유키호를 주시하는 사사가키 준조. 작품 속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열심히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던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백야행』은 구체적인 심리묘사 없이 오로지 등장인물들의 행적으로만 이루어졌음에도, 처절하게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것이다.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알겠어? 내게는 처음부터 태양 같은 건 없었어. 그러니까 잃을 공포도 없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작품에는 늘 인간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그것이 또 그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 『백야행』은 모호하다.
처절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걷게 된 하얀 어둠 속 등장인물들. 그 속의 사람들이 처절한 환경에 놓였었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등장했던 여러 사건들이 인간답다기보다는 '잔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무얼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순간 모호해져버렸다. 잔인한 행동 속에서의 개연성이 부족했던 것이다. 마치 '인간'이라는 감정을 잃어버린 사이코패스처럼.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은 기대치로 이 책을 접해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