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1
키리노 나츠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산성미디어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아이, 그리고 부서져버린 내 인생!
 

홋카이도의 어느 마을에서 태어난 카스미.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곳이 너무나 싫었다. 자신을 옥죄는 집안 공기,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가출했고 가족과의 인연을 끊었다. 이것이 카스미가 도쿄로 간 이유였다. 하지만 어떠한 것도 그녀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녀의 목표는 오로지 '도쿄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었으니까.
목표를 위해 일을 하고, 그것은 자연스레 결혼으로 이어졌다. 아이도 둘이나 나았지만, 그녀의 삶에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했다. 그럴 때 다가온 이시야마.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녀에게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환상을 가져다주었다. 껍데기만을 끌어안고 사는 현실에서 벗어나 그와 삶을 함께할 수 있다면 가족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안하다, 유카. 한순간 네가 없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탈출. 이 생각이 꾸역꾸역 살아나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시야마의 '다음'이란 말이 카스미에게 유일한 구원이 되었다.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그와의 삶이 '유카'가 없이는 지옥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리고 카스미의 삶은 점차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놓아줄게, 엄마의 집착과 응어리에서!
 

그러던 카스미에게 암 말기의 전직 형사 우츠미가 다가온다. 완벽한 타인이지만, 그러기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던 그들. 그들은 아이를 찾아 길고도 짧은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알게 된다. 자신이 찾고 있었던 것은 자식이 아닌 '살아 있다고 믿고 싶은 자신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카스미는 18살 때 고향을 등졌던 것처럼, 현상황을 등지기로 한다. 아이를 찾겠다는 집념과 집착으로 얼룩진 자신의 삶에서 말이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엄마의 욕심으로 너를 자유롭게 놔주지 못했구나…….
 
 

"……내가 그 동안 얼마나 허무한 시간을 살아왔는가 하고 몹시 후회했어요. 못된 내 자신에게 환멸이 느껴졌어요. 나는 그들을 버렸으면서 살아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던 거예요. 환상의 시간을 살아온 게 무서워졌어요. 살아 있을 거라고 맘 편하게 믿고 있었던 나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만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유카가 반드시 살아 있을 거라고 믿고 찾았는데 죽어 있다면, 그것도 환상의 시간이겠죠. 죽었을 거라고 포기했는데 살아 있다면 그것도 역시……. 그런 걸 모르니까 그 어느쪽도 아닌 진정한 나의 시간을 찾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흔히 결혼 전의 여자는 '아이'로 인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로 인해 '삶'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 삶의 일부를 빼버린다는 상상은 그 상상만으로도 상당한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준다.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원제 : 부드러운 볼)』는 아이를 잃어버린 한 여인의 심리를 어두운 이면까지 파고들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든다. 아이를 찾겠다는 어머니의 집념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또 주위사람과의 관계까지 피폐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를 유괴당한 부모의 '현실'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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