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고 갑자기 천사가
하이메 바일리 지음, 고인경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으로 치유하는 화해로의 길, 천사가 안내하다!
적당한 재산과 자신의 작품 인세로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여유롭게 살아가던 훌리안. 자신을 위해 책을 훔쳐다주는 애인의 "집 좀 치우고 살아! 그 전엔 나 만날 생각 하지도 말라고" 하는 엄포에 집을 치워줄 가정부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메르세데스. 그것이 훌리안의 새로운 삶을 도와줄 가정부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돈에 관해서 아무 걱정 없이 살아왔던 훌리안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우쳐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훌리안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돈 몇 푼에 팔려 한 대저택에서 일을 시작했던 메르세데스. 변덕스런 주인의 변심에 해고된 뒤 갈곳을 잃었던 그녀에게 훌리안의 등장은 하느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친구'로 대하는 훌리안에게 생소함과 또 동시에 불안함을 느낀다.
"틀림없이 당신도 나를 팔 거예요. 도련님. 틀림없이 나를 팔 거예요."
"아니야. 아니야. 난 당신을 팔지 않을 거야!" 내가 사랑스럽게 말했다.
"팔지 않을 거라고 맹세할게!"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고 계속 울었다. 나도 그녀와 함꼐 울며 이제까지 내게 일어났던 나쁜 일들은 이 불쌍한 여인이 그 길고 외로운 생애 동안 겪은 일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는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자식을 돈 몇 푼에 팔았음에도 부모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메르세데스의 모습에 훌리안은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 할아버지의 유산을 가로채버린 부모와의 의를 끊어버린 지 10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고집이 옳지 그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메 바일리의 자전적 소설인 『그리고 갑자기 천사가』. 이 작품 속 시니컬한 훌리안의(혹은 저자의) 말투에서도 진지하게 느껴지는 삶의 성찰은 억지 감동식의 여타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메르세데스와의 여행과 그녀 어머니와의 재회가 내 안에 있는 장벽에 금이 가게 하고 가슴속에 품고 있던 원망을 녹이기 시작하여, 예전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더 이상 부모님을 보고 싶지 않다던 확신을 새삼 의심하게 한 건 아닌지 자문해보았다. …… 이 안도감은 메르세데스에게 빚진 것이다. 운명이 그녀를 내게 데려다놓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기 없었을 것이고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어 이제는 원망이 되어버린 그 미묘한 독가시를 가시게 할 만한 말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훌리안이 메르세데스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떠났던 여행은 실은 그 자신을 위해 떠났던 여행이 되었다. 그녀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그가 부모를 만날 용기를 안겨주었으니 그녀는 '천사'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에 다가온 천사. 그것은 훌리안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천사가 어제 불쑥 찾아올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