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사건의 진실, 그 끝에 내가 있었다!

 
자기 방어로 사람을 죽여버린 미나미 준이치, 교도관이라는 이유로 사형을 집행해야만 했던 난고 쇼지. 그들은 교도소에서 첫만남을 가졌다. 죄수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난고는 진정한 갱생의 길은 '사형'이라는 허울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죄에 참회의 눈빛을 띠던 준이치가 사회에서 어엿한 한 명의 인간이 되게끔 도와주고 싶었다. 
 

난고 쇼지 : 그러던 어느날 한 독지가에게서 사형에 처할 위기의 사형수 '사카키바라 료'의 무고를 증명해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그것도 커다란 액수의 금액을 제시하며. 그때 떠오른 것이 바로 준이치였다. 그를 구제해야겠다는 숭고한 생각으로 준이치를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일을 그와 함께해야 한다는 어떠한 의무감을 느꼈다.  

미나미 준이치 :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사람을 죽였다. 정당방위라는 것이 인정되어 2년의 수감을 끝내고 가석방되었다. 하지만 나를 맞이한 것은 피해자 합의금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과, 주위의 뜨거운 시선을 견딜 수 없어 고등학교를 자퇴해버린 동생이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맞아준 부모님을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당방위이긴 하지만 아들을 잃게 만든 유가족에게도 사죄해야겠다고.
그러던 시기에 안면이 있던 교도관에게 한 제의를 받았다. 억울하게 사형당할지도 모르는 죄수를 위해 일해볼 생각이 없냐고. 게다가 보수도 상당했다. 그 돈이라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부모님의 어깨를 조금은 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난고와 미나미 탐정단(?).
사카키바라 료가 무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생각해 그가 무죄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함께 증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을 괴롭히는 건 그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세상의 따가운 눈이 아니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의식의 괴로움이었다. 스스로 13계단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그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든 것이다. 계기야 어쨌든 무고하게 사람이 죽임을 당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니까. 
 

"당신의 평생에 걸친 죄, 전능하신 하느님을 거역한 것을 회개합니까?"
"네."
"나는 너의 죄를 사하노라."
그 신의 말씀을 듣고 난고는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죄를 신은 용서했으나 인간은 용서하지 않는다.  

 
결말로 다가갈수록 숨막히게 잦아드는 반전으로 책장 넘기기가 두려웠지만, 범인은 사실 가까이에 있는 법. 예측에 예측을 넘어선 전개에 피가 말리기도 했다. 
인간의 '사형제도'에 근본적으로, 또 심층적으로 파고든 이 작품을 보고 인간이 인간을 심판한다는 것이 어떠하다는 것인지, 정의란 얼마나 이중적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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