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와 겐이치로 세트 - 전2권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겐이치로의 손에 변질된, 독특한 동화를 만나다! 

근대문학의 은하수에 빛나는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
현대문학의 기린아 같은 존재인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

그들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 아름답고 퇴폐적인 완전 성인판 동화!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엽기적인 표지의 캐릭터 때문이었다. 얄밉게 웃고 있는 곰 비슷한 캐릭터. 굉장히 특이하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내 솔직한 심경이었다.
그런 호기심에서 접하게 된 책. 그것이 『겐지와 겐이치로』였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재학 당시, 교수님을 돕는다고 미야자와 겐지 자료를 번역한 일이 있다. 게다가 몇몇 작품은 만화로도 만들어졌기에 익숙한 이름이었다(물론 까마귀 고기를 자주 먹는 탓에 익숙하기만 할 뿐이다-_-;;). 아름다운 밤하늘에 수를 놓듯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 그를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어떻게 했다고? 

사실 나는 다카하시 겐이치로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그가 겐지의 작품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다는 것일까. 게다가 B책의 경우 부제가 '짓궂은 겐이치로'라니, 그 짓궂음은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읽기 시작한 『겐지와 겐이치로』는 나를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이상한 나라로 초대해주었다. 물론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이 아니어서 겐이치로가 어떤 식으로 겐지의 작품을 변신시켰는지 알지 못했다(그것이 안타까움이라면 안타까움이랄까). 하지만 몰라도 큰 상관은 없다. 작품을 읽으면서 '겐이치로'라는 작가의 색깔을 알 수 있었으니까.
『첼로 켜는 고슈』의 고슈를 융통성 없는 늙은이로 만들어버린 그의 센스는 겐지 작품 속 캐릭터들이 시대에 찌들어, 화학반응을 일으킨 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렸다. 겐이치로만의 비현실성인 필치가 오히려 현실성을 강조한 것이다.
두 권의 작품 속에는 총 24개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모든 내용을 다루는 것은 힘들고 몇몇 기억에 남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선월의 4월 -
설동자와 설파. 그들은 인간세계에서 떨어져 살지만, 그들 나름대로 세계를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설동자는 아직 아이. 인간들의 말을 듣고 설파 할머니에게 많은 질문을 쏟아내지만, 답을 찾는 것은 본인. 그러던 설동자에게 의문의 그림자가 나타나 설동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무엇 때문에 내 곁을 맴도는 걸까.
이 작품을 읽고 난 뒤, 난 그 뒷작품에 전혀 몰입할 수 없었다. 설동자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설동자는 기다렸다. '그것'이 찾아오기를. 설파가 말리더라도, 그 노인이 말리더라도 설동자는 그것'을 만나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것이고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

  

푸리오신 해변 -
은하수 해변을 뜻하는 푸리오신 해변. '나'는 이 단어를 통해 지금껏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이 단어가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혹시 만나지 못하고 있는 한 친구와 이어주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 한 전단지 속 글자로 인해 추억에 젖어들던 그는 속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추억' 때문에 전화를 건다. 하지만 그곳은.

유감스럽게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권리도 그다지 주장하지 못하고 의무도 별반 느끼지 않으며 따돌림과 놀이의 구별을 하지 못하는, 약간은 '착한 아이'이고 그와 또같은 만큼 '나쁜 아이'이기도 한, 즉 미적지근하고 어중간한 아이들뿐이었다.
 

미야자와 겐지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짓궂은 장난을 만나고 싶다면, 유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언제든 이 책을 펴들 수 있게, 항상 곁에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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