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껏 어두운 오쿠다 히데오를 만나다!

'오쿠다 히데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것은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섹시 간호사 마유미가 나오는 『공중그네』가 어느 정도 기여를 했을 것이다.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사회를 비꼴 줄 아는 오쿠다 히데오의 풍자극, 그것이 그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번 작품 ,『라라피포』는 살짝 다르다. 아니, 살짝이라고 하면 조금 틀린 말일까?
 

명문대 출신 대인공포증 환자 스기야마 히로시 : 32살 남자, 프리랜서 기자
여자들을 등쳐먹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달 구리노 겐지 : 23살 남자, 카바레 클럽 스카우트맨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에로 배우로 거듭난 아줌마 사토 요시에 : 43살 여자, 주부
남의 말을 절대로 거절 못하는 소심남 아오야나기 고이치 : 26살 남자, 노래방 아르바이트생
한때는 순수한 문학청년이었던 대머리 아저씨 사이고지 게이지로 : 52살 남자, 관능소설가
'폭탄'이라 불리는 못생긴 뚱땡이 다마키 사유리 : 28살 여자, 테이프 리라이터


『라라피포』에는 6명의 실패자가 등장한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존재감마저 상실해버린 사람들. 그래, 이번 작품에서 오쿠다의 한껏 어두워진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그들의 모습을 단순히 어둡게만 다루지는 않았다. 어두운 모습의 풍자로 '성'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리얼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벌이는 한껏 추잡하고 더럽고 역겨운 성sex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그들은 솔직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이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이 소설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이다. 그들의 진정한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
  

돌아오는 길에 시부야 거리를 걸어본다. 멍한 눈길로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패션의 거리답게 다들 화사한 차림새지만, 정말 근사한 사람은 몇몇뿐이다. 거의가 평범하고, 그중 20퍼센트 정도는 경치를 망치는 불순물들이다. 그것은 단순히 미추의 문제가 아니다. 그 존재 자체에서 풍겨나는 맛이라곤 도무지 없다. 물론 나 역시 그들 눈에는 그렇게 비치겠지. ……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살고 있을까. 

 
6가지 인물로 집약되어 표현된 정체불명의 '많은 사람들'을 뭉뚱그려 표현된 단어 '라라피포'가 어둡고 아픈 이 도시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비단 나만이 느끼고 있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모습 속에서 그래도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이 책 『라라피포』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그들의 은밀한 모습을 지금 바로 들여다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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