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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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신'을 조정당하는 암시……

어렸을 적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마음에 품고 어머니와 살아가던 마모루는 어머니의 급사로 친척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아버지의 행방불명,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이모부의 사고에 마모루는 혹시 자신이 불행을 몰고 다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모부의 사고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가토 후미에, 미타 아츠코, 스가노 요코
 
이들 여성의 공통점은 저질의 포르노 잡지 『정보 채널』에 출연했다는 것. 그들은 개인의 '돈'을 위해서 사회에 악을 퍼뜨렸다는 '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그 '누군가'. 개인의 분노를 위해 그들을 단죄할 권리가 그에게는 있었을까?
마지막 남은 희생자 '다카기 가즈코'를 구하기 위해 마모루는 '누군가'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도대체 누가 그녀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사람이 사람을 단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범인은 미쳤다고 생각했던 마모루.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한 '상대'와 대면하게 된 그는 그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나'와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복수를 감행한다면 아버지는 마모루에게 칭찬을 해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지만 그만큼 괴로운 세월을 살아오고, 자신을 배려해준 그를 마모루는 용서하기로 한다. 그에게 자수할 수 있는 '암시'를 선물하며.
 

"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 그저 약했을 뿐이지. 슬플 정도로 약했지. 그 약함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네 안에도 있어. 그리고 네가 네 안에 있는 그 약함을 깨달았을 때 ‘아아, 아버지랑 똑같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어쩌면 부모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지 몰라. 세상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할아버지가 무서워하는 건 그거란다."
 

『마술은 속삭인다』는 '암시'를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최면으로 범죄를 수사하는 등 암시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지만, 그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암시로 지배한다는 것은, 그를 조종한다는 것은 사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하지만 그런 일들이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서브리미널 광고가 사람들의 무의식에 잠입하여 그 제품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끔 만드는 것으로 그 위험성 때문에 금지된 광고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혹시 지금 나는 '나도 모르게' 암시에 걸려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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