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의사 이라부 제3탄!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엽기의사 이라부 제3탄!
 

『면장선거』에는 이라부가 등장한다. 그 『공중그네』의 이라부 의사 말이다. 이라부만의 귀엽고, 깜찍한 무례(?)를 기다린 독자들은 이 작품이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질 것이다. 바로 내가 그랬다.
이 작품은 기존의 이라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짧은 옴니버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4가지 단편. 게다가 '정치' 판에 끼어든 이라부다!
『인더풀』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공중그네』는 전문직 사람들의 이야기, 『면장선거』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이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것 말고도 하나 특이한 사항이 있다. 사실 읽는 내내, 설마설마 했지만 옮긴이의 후기에서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실존인물들을 패러디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름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교묘하게 했다는 것이다. 오쿠다만의 매력이 한층 더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구단주」 다나베 미쓰오
고령자의 권력자가 권력의 종말을 의미하는 죽음에 대한 패닉장애를 겪는 에피소드로 현직에 대한 미련의 끈을 버리지 못하는 고집쟁이 늙은이 캐릭터다.

「안퐁맨」
지나친 효율성 추구로 말미암아 '청년성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IT 업계의 청년 사장. 오로지 성공만을 위한 길을 달릴 뿐, 나머지는 쓸데없다고 여기는 것에서 그의 병은 시작된다.

「카리스마 직업」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듯 보이는 마흔의 여배우가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박관념을 느끼며 미용과 다이어트에 병적으로 시달린다는 이야기. 이는 현재 지구에 사는 모든 여성들의 공통된 '다이어트' 부작용은 아닐까?

「면장 선거」
유일하게 패러디 작품이 아닌 단편. 이 작품에서는 외단 섬으로 임시부임해간 이라부가 면장 선거라는 회오리에 휘말려 겪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조그만 섬의 권력과 이라부의 태평스러움에서 새우처럼 등이 터져 괴로워하는 융통성 없는 청년이 환자로 등장한다. 온갖 비리로 점철된 섬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섬을 사랑한다'는 한 가지로 점철된다.

  

"선생님,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응, 또 와요."
소파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이라부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있지, 시로키 씨, 한번 살쪄보는 건 어때?"
가오루는 문 앞까지 가서 뒤를 돌아보았다.
"살쪄본 적 없지? 한번 경험해보면 하나도 안 무서워. 인간이란 미지의 세계를 두려워하기 마련이거든."
그렇다, 나는 살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느낌인지도 모르고 두려워하고 있다. 한번 살쪄보는 건 어때? 이라부의 말이 다시금 귓전에 맴돌았다.

 

오쿠다가 시도한 과감한 '패러디'는 사실은 그가 '이라부'가 아닐까 생각될 만큼 짓궂음을 느끼게 된다. 실제 살아 있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치와 연애의 '문제아'(?)들. 그들의 모습에서 죽음의 공포, 완벽성, 강박관념 등 일반인들이 조금은 갖고 있는 문제를 과장되게 보게 된다. 아, 왠지 내 모습이 언뜻언뜻 비쳐져, 라고 느끼는 것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라부 시리즈 제3탄『면장선거』를 통해 오쿠다만의 이라부 월드에서 풍덩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여름의 달콤한 휴가처럼 상쾌함을 가져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