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시간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연기에서 벗어난 내 삶을 살고 싶어!

노리코는 고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래도 아직 그들은 서로를 열렬히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따금 질리면 다른 사람을 만나니까. 하지만 고는 그러한 노리코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낀다. 자기만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싼 집에 반해 고의 청혼을 승낙한 노리코는 자신이 속물이라고 여기면서도 그가 가진 '부'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 정말 예쁘구나. 이걸 가질 수만 있다면."
특별히 가난 속에서 허덕이며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집이었다. 고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소위 재벌집 며느리가 된 노리코. 하지만 그녀는 그저 고와 소꿉놀이식 결혼생활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느끼게 된다. 고의 짜증과 분노를 받아주며, 그에게 맞추려 애쓰는 자신의 모습을. 고를 받아주지 않으면, 그 상황을 원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 힘들어 무작정 참고 인내하며 그를 받아주는 노리코.
고는 자신의 짜증을 받아주는 노리코를 당연시 여기는 생활을 하다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도쿄의 본가에 들어가 살자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아이를 갖자고도 이야기한다.
그 순간 노리코는 그것이 진정한 '부부'의 생활임을 알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고와 맞춰 살아가고는 있지만, 고와는 진정한 부부가 아니라고, 그저 즐기며 살아온 남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연기를 계속하며 살아가던 노리코는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한없는 슬픔을 느낀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무조건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은 진정한 내 삶이 아니라고, 그것은 하나의 연기에 불과하기에. 

나의 나쁜 점은, 이렇게 되면 점점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지고 상대방이 한 말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고의 안색을 살피고 언짢은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다. 고가 하는 말이 하나하나 다 옳다고 믿어버린다.

『아주 사적인 시간』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한 여인의 모습이 경쾌하게 담겨 있는 작품이다. 틀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그것이 진짜 자기라고 믿고 살았던 노리코가 그 틀을 깨부수고 고에게서 벗어난 그 순간 노리코만의 '아주 사적인 시간'을 갖게 된다.
혹시 나에게도 내가 모르는 '사적인 시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 그건 그렇고 다나베 세이코가 1928년생에 이 작품이 1981년에 쓰였다니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시대적 어색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