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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중학생. 그네들의 마음은 '사춘기'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치면서 커다란 상처를 받는다. '너 따위가,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니'라는 무책임한 말들을 쏟아놓는 어른들 속에서 자신이 설 곳을 잃어버렸다.
화려함 속에 서 있는 '주인공'들의 삶을 동경하지만, 그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나도 주인공이고 싶어, 저들처럼 주목받을 수 있다면."
그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와코는 『체인 메일』에 등장하는 마음 여린 청소년이다.
남을 위한 들러리 인생을 살아가던 사와코. 사와코는 어느 날 의문의 메일을 받는다.
"사와코, 허구의 세계에서 함께 놀지 않을래?"
처음에는 장난으로 보내온 메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차츰 그 속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스토커와 스토킹당하는 소녀,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 형사.
4명 중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해 각자의 이야기를 릴레이 소설처럼 짜맞추어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서로의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중독'에 가까운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간 자신의 존재가 가치 없다고 여기던 소녀들이 휴대전화 메일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메일 스토리는 단조로운 통학 시간이나 합숙 기간의 긴 밤을 보내기 위한 단 하나뿐인 즐거움이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메일 스토리는…….
'뭘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문득 나카자와 코치의 말이 되살아났다. 너는 결코 바깥 무대에 서지 못해. 주역은 물론 조연도 될 수 없어.
'그래! 메일 스토리는 내 무대인 거야!'
자동개찰기에 정기권을 집어넣으며 마유미는 마음이 끓어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각이었다.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았다는 사와코.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보지 않고, 현실을 외면했을 뿐인 한 소녀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고민을 담아낸 『체인 메일』. 휴대전화를 사용해 메일을 주고받는다는 일본의 현실이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아 공감이 덜 되긴 하지만, 뭐 어떠랴.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스릴 넘치는 환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