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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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모여 만들어낸 살인사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선택했던 겐지와의 결혼생활. 하지만 그는 결혼 후에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사람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성실하다는 이유로 선택했는데. 야요이는 다른 여자에게 목을 매고, 생활비를 전혀 가져다주지 않고 구타까지 서슴없이 행하는 겐지에게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겐지가 구타를 당한 듯 힘없이 집안에 들어온 것을 알게 된다. 그때 불현듯 야요이의 머릿속에 맴도는 끊임없는 살의. 그래, 죽여버리자. 이 따위 인간, 내 삶에서 몰아내는 거야. 

가토리 마사코. 43살. 고등학교를 퇴학당한 자식 하나와 3년 전부터 관계가 소원해진 남편과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구석 하나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야간업무로 하는 '도시락' 공장이 오히려 집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야요이, 요시에, 구니코. 의젓한 마사코에게 그녀들은 하나같이 의지하고……. 그러던 그녀에게 야요이가 급하게 전화해온다. "나, 그 사람을 죽이고 말았어."
그런 마사코는 아무런 이유 없이, 해결하겠다며 발 벗고 나선다. 그렇게 얽히게 되는 그녀의 관계들. 하지만 마사코는 자신이 선택하고 실행한 일을 남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로지 나의 잘못. 하지만 지금은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어.
 

마사코는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야요이가 원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자기 탓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점을 동료들에게 사죄할 마음도, 자신이 후회하는 마음도 추호도 없었다. 보이는 출구가 막히려 하고 있다는 것만을 생각했다. 지금은 그곳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 만일 그 결심을 동료들에게 얘기해봤자 아무도 따라오지 않을 것은 뻔했다. 마사코도 동료를 바라지는 않는다.
마사코는 힘줄이 불거진 자신의 두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윽고 그것이 유일한 온기인 양 얼굴을 덮었다. 자신밖에 믿지 않는다. 자신뿐이다.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그곳, OUT 

현대의 암흑 속에 기괴하게 일그러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그려내는 기리노 나쓰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아웃』 속에는 세상의 비주류인 여성들이 '도시락 공장'이라는 밑바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끊임없이 잘살고 싶다는, 자신다움을 되찾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그녀의 욕망들이 야요이의 남편 살해사건으로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정말 끝이 어디까지인가를 실험하듯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녀들.
 

"외톨이군요."
"그러네. 옛날에는 세 가족이서 사이가 좋았는데 말이야. 누구 한 사람이 나빴던 건 아닌데 어느새 무너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정말로 망가뜨린 건 나라고 생각해."
"어째서?"
"혼자서 나가버리니까. 자유로워지고 싶으니까."
가즈오도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다미에 뚝뚝 눈물이 떨어진다.
"혼자가 되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것입니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탈출. 무엇에서 탈출해서 어디로 가려 하고 있는 걸까. 알 수 없었다.
 
 

결국 마사코는 꼬이고 꼬인 현실에서 벗어나 OUT이라는 이상향의 세계로 발을 내디딘다. 일상에 짓눌려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마사코. 그녀가 떠났던 OUT이라는 세계는 그녀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줄 것인가.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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