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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혼란 속 사춘기 소년의 몸부림!
외톨이 소년 우지이에 도오루. 그에게는 자신에게만 보이는 친구, 히카루가 있다. 도오루는 자신의 분신 같은 히카루라는 존재를 통해 다른 친구와 나눌 수 없는 것을 공유하게 된다. 그의 실체에 대해 주위에 이야기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도오루를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뿐이었다. 하지만 히카루는 도오루라면 감히 하지 못할 과감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데, 그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그만 지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가 없으면 허전한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함께 있어왔던 탓이 아닐까.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소년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시라토 유키.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고 인식하는 소녀지만, 여자의 몸으로 남자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 것에 대한 반항으로 (남자라는 것을 인정받고 입학한 고등학교에) 치마를 입고 등교한다.
─너를 추궁할 생각은 없지만 히카루와 후 짱은 분명히 달라. 후 짱은 영혼이거든. 하지만 히카루는 너 자신이야. 단지 네가 분열한 것에 지나지 않아. 잘 생각해봐. 히카루의 행동이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히카루는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너도 그런 식으로 마음껏 네 의견을 밝히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을걸?
─그렇지 않아. 다 틀린 소리야.
─뭔가 욕을 해주고 싶은데 할 수 없을 때, 너를 대신해서 히카루가 말해주지 않아?
회색빛 세계에서 피어난 희망의 빛
히카루에 의해 알게 된 딱딱한 콘크리트로 뒤덮인 회색 도시. 세상 곳곳에서 평화의 빛을 잡아먹고 인간의 마음에 불안을 심어놓는 회색빛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회색 도시의 한 중학교에서 여학생이 유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소녀는 결국 변사체로 발견되고, 범인은 오리무중 상태. 그후 3년이 흐르고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도오루는 그 학교를 다니는 남학생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살해된 여학생의 혼이 떠돌고, 도오루는 그 사건의 한가운데로 휘말리게 된다.
─이 소각로는 저 세상으로 가기 위한 출구야, 도오루. 네가 갈 마음만 먹으면 이곳을 지나 또 하나의 세계에 갈 수 있어. 어둠 속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있어. 갈 마음을 먹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인지도 몰라. 이 구멍으로 내다보이는 세계는 지금까지 네가 있었던 장소. 그곳은 대개 늘 빛이 지배하고 있지. 하지만 밤이 되면 소각로의 문이 열리고 여기서 어둠이 일제히 뛰쳐나가 빛을 몰아내. 모두들 밤이면 잠을 자는 건 어둠 때문이야. 하지만 아침이면 빛의 원군이 찾아와 소각로의 문을 닫아버려. 그러면 어둠은 뿔뿔이 흩어지고 지워져, 빛과 어둠은 그렇게 하루라는 것을 만들었어. 인간은 빛이 있는 동안은 깨어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빛이 사라지면 다시금 빛이 돌아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돼. 회색은 저녁때, 약해진 인간을 노려…….
회색빛 지옥 속에서 희망의 끈을 잃지 않았던 도오루, 그것은 자신을 믿고 힘을 주었던 시라토의 존재였다. 회색이라는 어둠에서 햇빛과 같은 한줄기 희망이 소년에게 쏟아졌던 것이다. 시라토가 자신이 남자라고 믿고 있어도 그것은 도오루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목숨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무서운 사건이 지나고 도오루와 시라토는 한층 더 자라게 된다. 세상에는 초록빛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는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속,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소년의 아슬아슬한 사건을 간접경험하고 나서 손에 땀이 흥건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내가 그 속에 들어가 겪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흡입력과 긴박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역자 또한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참으로 어려운 번역이었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역자의 말에 백배 공감하는 것은 도오루와 시라토의 마음의 고뇌를 글로 옮기는 일 자체가 굉장히 고난의 길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