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이 저지른 죄로 범죄자처럼 살아야 했던 가족의 이야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형제. 그들은 힘들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으로서, 형제로서, 친구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형 다케시마 츠요시는 고민에 빠진다. 공부를 잘하지만 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해야만 하는 동생을 위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할 수 있다면. 하지만 무리한 노동으로 현재 일하고 있던 일자리마저 잘리자 그는 범죄자의 길을 택하고 만다. 그리고 벌어지는 우발적인 살인. 츠요시는 곧 경찰에 붙잡히지만, 이것은 또다른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다케시마 나오키, 그의 삶은 형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으니까.
학교에서는 나오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대학 진학은 포기해야 했으며, 가수는 물론 취직조차 쉽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이 모든 것이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낙인이 붙은 결과였다. 그의 발목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족쇠, 사회의 시선 그 모든 것이 나오키의 삶을 힘들게 했다.
 

"차별은 당연한 거야."
"당연……하다고요?"
"당연하지.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를 멀리하고 싶어하네. 사소한 관계 때문에 이상한 일에 말려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따라서 범죄자나 가까운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행위일세. 자기방어 본능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럼 저처럼 가족 중에 범죄자가 있는 놈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범죄자는 그걸 각오해야 해. 자기만 벌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말일세."


 

사회적인 죽음을 택한 범죄자, 그것은 자살이었다!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범죄자나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야 했던 나오키.  
『편지』는 범죄자의 가족으로 살아간 한 사람이 받는 사회의 불평등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해자지만, 그들의 삶 또한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형을 보듬어 안을 수밖에 없었던 나오키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자신이 원했던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냉정한 현실의 나오키.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 편지를 읽을 때 제가 받은 충격을 짐작하실지. 오랜 세월 동안 저라는 존재가 동생한테 계속 고통을 주어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동생이 이런 편지를 쓸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저의 어리석음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제 자신이 혐오스러웠습니다. 그건 다른 얘기가 아니라, 이곳에 있으면서도 제가 갱생 같은 건 조금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동생 말이 맞습니다. 저는 편지 같은 걸 쓰지 말아야 했습니다. 오가타 씨에게 보낸 편지도 아마 틀림없이 오가타 씨에게는 범인의 자기만족에 불과한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을 거란 사실을.
  

하지만 자신의 딸이 죽을 뻔한 사건을 겪은 뒤, 피해자의 심정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것이 옳다 그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 또한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고 서술할 뿐이다. 내용 중간에 나오키의 직장 사장의 입을 빌려, 범죄자는 자기 혼자만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궁극적으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누가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들은 형제였다는 것, 이 하나만은 변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이 아닐까?

 

 



 

존 레논의 <Imagine>

나오키에게 2번의 인생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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